취향 찾기 여행

우연히 찾은 취향

by 애라

내 취향은 내 성격을 닮았다.

변덕스러운 성격만큼이나 취향도 자주 변하고, 달라진다. 그래서 질리지 않을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할 때도 있고, 멀리서 봐도 화려한 디자인을 골라 살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누가 봐도 내 물건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내가 산 물건을 두고, ‘이건 누가 봐도 네가 주인이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소비에 대한 뿌듯함이 더 올라간다. 물건에 대한 욕심이 많아 멕시멀리스트의 삶을 산다. 어렸을 때 썼던 일기장도, 중고등학교 교복도, 미국 디즈니랜드 퍼레이드에서 챙겼던 꽃가루 3장도 추억 상자에 넣어둘 정도다. 오래된, 추억이 담긴 물건을 특히 더 잘못 버린다. 호불호가 강한 성격을 닮아 물건을 살 때도 한 번 눈길이 가면 그 물건을 사야 하는 편이다. 고민하다가도 돌고 돌아 첫 번째 눈이 마주친 그 물건을 사 온다.


이런 내 취향을 마음껏 반영해 준 물건들을 여행 중 우연히 만났다. 같은 디자인은 찾기 힘든 업사이클 제품들이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평범하지 않고, 사용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는. 내가 생각하는 업사이클 물건들의 특징이다.

첫 유럽여행에서 스위스 프라이탁 매장을 보고, 프라이탁 가방을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 다 다른 디자인과 다양한 사이즈, 독특하게 디피해 둔 매장은 계속 머무르고 싶게 했다. 그리고 찾아본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매혹적이었다. 오래된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그들의 브랜드 가치도,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디자인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걸리는 건 비싼 가격뿐.


프라이탁 가방을 산 파리의 편집샵, 그 곳에서 산 가방을 파리에서 내내 매고 다녔다.

몇 년 후, 파리에서 우연히 프라이탁을 파는 편집샵을 지나게 되었다. 가방을 구경하자마자 파란색과 흰색의 배색으로 이루어진 가방이 마음이 들었다. 250유로 정도 되는 가격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가방을 들었다 놨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가방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처음의 것을 사기로 했다. 그때 내 스스로 만든 명분은 ‘여행 내내 비싼 물건 하나 정도 사는 것도 추억일 거야. ‘였다. 그렇게 산 첫 프라이탁 가방은 여행 내내 함께 다녔다.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이 특히 파리와 잘 어울렸고, 여름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반영한 듯했다. 여전히 이 가방은 내가 가진 가방 중 가장 비싼 물건이고, 할 말이 가장 많은 물건이다.

스페인에서 산 초록가방, 태국에서 산 힙색



그러고 나서는 여행 전 그 나라나 도시에 업사이클 브랜드가 있는지 찾게 되었다. 스페인에서는 Pinzat, Vaho, Nukak, 포르투갈에서는 Garbags,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시장에서도 업사이클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항상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사진 못했지만, 여행에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으로 충분했다.

Pinzat에서 사 온 초록색에 노란색 포인트가 있는 크로스백, 태국 쨔뚜짝시장에서 산 미얀마와 한국이 쓰여있는 힙색들도 여행지를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스페인에서는 같은 물건도 초록색만 더 예뻐 보이는 그런 병에 걸려서 초록색 가방을 샀다. 그 당시의 내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 물건이다. 이 가방을 구경 가려고 너무 일찍 일어나서 가방을 사고는 근처 공원에서 한참 동안 눈을 부쳤다. 그리고는 배고파서 들른 빵집의 크로와상은 최고였다. 동남아 일주를 할 때 태국 다음 나라가 미얀마였다. 쨔뚜짝 시장에서 산 미얀마가 적혀 있는 힙색을 운명이라 여기며 샀다. 그리곤 미얀마에서 내내 매고 다녀서 지퍼가 헤졌다. 아직도 안 고쳤지만, 그 마저도 마음에 든다. 그들은 내 취향이 듬뿍 담긴 가방이자 기념품으로 방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봐도 살까 말까 고민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한국에 와서도 취향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좋아하는 캐릭터인 ‘마이크 와조스키’가 그려진 러그를 샀고, 이케아에서 지구 모양의 귀여운 인형을 데리고 왔다. 어렸을 때는 집에 항상 지구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 갔지. 하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그리고 갑자기 푹 빠지게 된 아이돌의 앨범도 구매했다. 또다시 아이돌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덕분에 선물 받고 잘 안 쓰던 시디플레이어를 매일 사용 중이다. 예전엔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반바지와 맨투맨의 조합을 즐겨 입고, 추운 건 싫지만, 비니를 쓸 수 있는 계절이 와서 설레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예전부터 봐 두던 LP판을 하나씩 모으고 있다. 웃기게도 LP판은 듣는 설렘보다는 결제하는 순간의 설렘이 더 큰 것 같다. 자주 쓰지는 않지만, 내년 다이어리를 틈틈이 골라보고 있다. 여행 이후로 관심이 생긴 업사이클 제품 중에는 밀키 프로젝트의 우유갑 카드지갑과 오롬의 바이닐이 표지인 레코드 노트에 눈길이 가는 중이다. 곧 내 책상을 채우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끝났지만, 일상 속에서 취향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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