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찾은 취향 1, 요가
여행이 끝나고,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홀려 바이올린을 배우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쿠바의 까사 문화를 접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차려보고도 싶었다. 남미에서 트래킹과 하이킹을 자주 하면서 한국 가면 한라산 등반을 같이 하자고 친구를 유혹하기도 했다. 포르투랑 스페인에서 와인을 자주 마시면서 와인 공부에 호기심을 가지기도 했다.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스쿠터에 대한 열망은 태국과 미얀마에서 자주 타면서 더 커졌다. 치앙마이에서 북바인딩에 꽂혀 나중에 표지로 쓸 재료도 사 오는 열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거의 도시 하나에 하나씩은 관심사가 생길 정도로, 여행은 엄청난 자극제이다.
하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은 내가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시도한 건, 요가였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숙소 근처 요가원을 다녔다. 사실 요가에 어떤 로망이나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치앙마이 오면 요가를 꼭 한다길래, 우리도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눈뜨자마자 요가를 갈 생각으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을 등록했다.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를 할 때는 새소리가 들려오고, 수련 내내 대나무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요가원이었다. 두 번쯤 갔을 때, 요가원 때문에 더 머물고 싶을 정도로 그곳만의 매력이 넘쳤다. 2주 정도 되는 시간만에 요가에 재미를 붙였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아침에 요가 가는 것이 기대됐고, 수업을 다녀오면 항상 결렸던 어깨가 편해졌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해 주면서 동시에 여행 중반이라 지친 우리에게 활기도 주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한국 가면 요가원에 열심히 다녀봐야지.
한국에 와서 요가원을 등록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동작들이 많아서 집에서 더 연습을 하고, 요가원에 가지 못하는 날엔 유튜브를 보며 수련했다. 그때의 나에게 요가 동작 하나하나를 성공하는 건 마치 퀘스트를 깨는 것 같은 놀이였다. 하루는 아쉬탕가 수업에서 하는 머리 서기에 욕심이 생겼다. 그 날 수련을 마치고 머리 서기 팁과 관련된 영상을 엄청 찾아봤다. ‘머리 서기 퀘스트’를 성공하기 위해 보충수업을 집에서 했다. 팔 힘을 기르기 위해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코어를 기르기 위해 플랭크를 했고, 어깨를 더 펴야 된다는 선생님 말에 어깨 스트레칭도 꽤나 열심히 했다. 하지만 요가원 다닌 지 5개월째, 여전히 완벽한 머리 서기 자세를 하지 못한다.
뒤늦게 깨달았다. 요가는 욕심, 서두름과 거리가 먼 운동이었다. 팔 힘을 조금 기르면, 어깨 펴는 동작을 좀 더 해주면 되는 것들이 아니었다. 몸의 중심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운동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다 무시하고, 그저 한 동작에만 집착했으니 애초에 될 리가 없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동작을 완벽히 한다는 말은 요가에선 이질적인 표현이다. 동작 하나하나는 그 날의 내 컨디션에 따라, 기분에 따라, 때로는 날씨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전 날 잘되던 동작이 다음 날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섬세한 차이의 원인은 결국 내 몸이었다. 어떤 도구의 힘을 받지 않고, 온전히 내 몸에 의지하는 운동인만큼 내 몸을 섬세하고, 친절하게 살펴야 하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인 듯하다. 요가를 한 지 5개월 된 초보자로서, 요가에 대해 말하기엔 수련기간이 너무 짧다. 사람마다 느끼는 장단점도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요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정도.
내가 요가에 스며든 과정은 나의 여행이랑 비슷하다.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 의욕이 넘쳤다. 준비 없이 떠난 세계여행의 막막함은 저 멀리 두고, 설렘으로 가득했었다. 쉬운 기회로 온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곳을, 효율적으로 다니고 싶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처음엔 뭐든 좋던 여행도 어느 시점 이후로는 피로했고, 무기력했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나를 살피는 일이었다. 다른 것을 배제하고, 내 컨디션이나 내 취향에 집중하면서 내가 필요한 여행을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이 여행의 주체는 나니까. 내가 원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을 원할 때 가는 것을 선택했다. 남들이 가서 가는 관광지 말고, 내가 끌려서 가고 싶은 곳을 선택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여행을 했다. 내 취향에, 내 감정에 맞는 여행.
이런 이유로 ‘어떤 여행이 완벽하다’ 표현할 수 없다. 요가 자세에 완벽하다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듯이. 요가가 내 몸을 잘 살펴야 하듯, 내가 원하는 여행을 하려면 나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몰랐던 내 취향을 찾기도 하고, 적성을 찾기도 한다. 여행에서 우리가 얹는 가장 큰 건 결국 내가 아닐까. 조금은 센티한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