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대한 욕심

by 애라

첫 유럽여행을 갔을 때 캐리어 가득 입고 싶은 옷과 화장품을 챙겨갔었다. 잘 쓴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입고 찍은 사진들이 예쁠 때도 있었지만, 그 장소와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그땐 대부분 2인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캐리어를 펼쳐놓고 써도 상관없었고, 오히려 옷이 안 구겨지니까 편했다. 그러면서도 본인만 한 배낭을 메고, 양옆엔 운동화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시 탑에 짧은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그 누구보다 편해 보였다. 그래서 다음 여행은 꼭 저렇게 해봐야지, 스쳐 지나가듯 다짐했었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서 캐리어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위주로 다니다 보니, 캐리어를 펼치고 짐 꺼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짐이 별로 없는데,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게 더 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타오바오에서 회색의 50리터짜리 배낭을 샀다. 만원 정도 했었나...

배낭을 한 번 쓰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편했다. 내가 들고 다녀야 되니까 짐 쌀 때도 정말 필요한 것만 넣게 되었다. 물론 그래도 남들보다 짐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기차를 탈 때 내가 들고 탈 수 있으니까 도난 걱정이 줄어들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캐리 하니까 짐 기다릴 일이 없어 편했다. 물론 옷이 조금 구겨지고, 짐을 자주 쌌다 펼쳐야 한다는 단점은 여전히 있다. 몇 번 하다 보니 옷을 고를 때도 덜 구겨지는 옷 위주로, 돌돌 말아서 빨리 싸는 방법을 습득했다.

사집첩에 남아있는 배낭사진들.

배낭을 자주 이용할수록 새로운 배낭에 대한 욕심이 늘어났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배낭을 샀다. 나는 자주색, 동생은 카키색. 그러면 회색 배낭을 보내줘야 하는데, 추억 템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잘 보관되어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지각색의 배낭을 만나게 된다. 사이즈도 진짜 다양하고, 색상도 다양하다. 내가 이 세계를 잘 몰랐을 뿐. 한 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어딜 가도 배낭 구경을 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배낭을 바꾸진 못하고, 사진첩에만 그득하다. 한국에 와서도 마음에 드는 배낭을 하도 캡처해놔서 사진첩 하나에 그득하다. 개인적으로 옆으로 큰 배낭보다는 위로 큰 가방을 좋아하고, 겉 주머니들이 많은 게 좋다. 아, 포인트 색이 확실한 것도 아주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다음 여행 가기 전엔 꼭 바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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