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쿠바가 되다

쿠바, 세번째 이야기

by 애라

쿠바에서 좋았던 순간 3, 인터넷 안 되는 곳에서 맞이하는 생일.

아쉽지만 히론을 떠나 트리니다드로 이동했다. 일정상 트리니다드에서 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터넷도 안 되는 곳에서의 생일이라니.

생일 당일, 아침 일찍 살사 수업을 갔다. 평소 몸치라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일을 핑계로 동생을 꼬드겨 수업을 신청했다. 삐걱삐걱 열심히 배웠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재밌었다. 언제 또 춤을 배워보겠어! 그렇게 땀을 빼고, 동생과 카페에 갔다. 동생은 구워 나온 식빵에 빨대를 꼽아 케이크를 만들어줬다.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고, 저녁엔 바에 가서 라이브 음악을 즐겼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던 생일날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와이파이 공원에 앉아 부모님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다. 한국시간으로 생일이 되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 나 때문에 다들 꽤나 걱정했다. 그 날 따라 와이파이 연결이 더뎠고, 그래서 더더욱 고마웠던 축하 연락들.

한국에서의 생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조촐해서였다. 동생과 나, 둘만이 함께한 생일이라서 더 특별했다. 그리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의 생일이라 더 좋았다.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인증샷 찍어 올리는 것보다 동생과 생일선물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고, 몇 년 전의 생일을 떠올리며 웃기도 했다.

세 번째 순간은 어쩌면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 같다. 생일을 쿠바에서 보냈다는 이유로 쿠바가 좋았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로 특별한 순간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의 생일을 보낸 사람이 흔치 않을 테니! 가끔은 안 되는 인터넷 때문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 대신 특별한 생일을 보내게 해 준 쿠바가 좋다.

그렇게 쿠바에서의 2주가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많은 순간들을 모아 추억으로 만들었다.

와이파이 카드를 사서 인터넷을 연결하고, 검색 대신 정보 북을 들춰봤던 순간.
모네다 식당에 가서 한 끼에 1달러도 안 되는 밥을 먹었던 순간.
세탁기가 없어 매일 손빨래를 했던 순간.
말을 타고 도착한 폭포에서 다이빙을 하며 놀았던 순간.
쿠바에서 동생과 둘이 케이크 사진을 찍었던 순간.
헤밍웨이의 단골 다이끼리 집에서 잔을 부딪히던 순간.
올드카를 타고 아바나를 달렸던 순간.

이 순간들이 모여 나의 쿠바가 완성되었다. 나의 쿠바가 몇 년 후에도 여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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