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첫번째 이야기
쿠바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였다. 한국을 떠나기 전 봤던 드라마 '남자친구'와 예능 '트래블러'로 인해 쿠바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파스텔톤의 색감과 흥겨운 사람들, 올드카와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의 생활 그리고 까사 문화까지 다 신기하고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쿠바 아바나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가져 간 휴대용 프린터를 보안검색에서 잡혔다. 와이파이로 핸드폰과 연결해서 사진을 뽑는 시스템인데, 보안관이 와이파이 기기로 오해한 것이다. 문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멕시코에서 뽑은 사진을 보여주고, 몸짓 발짓을 더해 그들을 이해시켰다. 몇 차례의 프린트를 해보더니 프린터를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지만, 공항에서도 말이 안 통한다니. 우리는 망했다. 스페인어로는 숫자밖에 세지 못하는데, 밖에서 어떻게 돌아다니지?
그런 걱정을 한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캐리어가 나오지 않는다. 픽업 오기로 한 까사 주인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다. 여긴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걱정의 크기가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 드디어 캐리어를 만났다. 후. 다행이야!
그런데 아직도 공항이라니...... 비행기에서 내린 지 2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아바나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
우리가 한참 늦게 나왔지만, 픽업 오기로 한 까사 주인은 우리를 기다려줬다. 인터넷이 안 되는 이 곳에서 혹시 먼저 갔을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푸근한 인상의 에밀리 할머니. 할머니도 우리가 안 나오는 줄 알고 걱정했다며, 우리를 안아주셨다.
그녀와 우리는 서둘러 공항을 벗어났다. 아바나의 첫 냄새를 만끽하기도 전에, 너무 더워서 정신이 없어졌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당황했다.
에밀리 할머니가 몰고 온 민트색 클래식카에 서둘러 짐을 실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민트색 차에 더위를 잊은 듯했다. 카세트에서 나오는 노래에 흥겨웠다. 까사로 가는 길에 혁명광장도 보고, 나란히 달리는 보라색 클래식카에 감탄하기도 했다.
우리는 숙소에 짐만 풀어놓고, 근처를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잔뜩 설레어서 말이다.
그런데 숙소에서 까삐똘리오까지 가는 동안 나의 환상은 깨졌다.
내가 생각했던 파스텔톤의 벽 대신에 이곳저곳 깨지고 금이 간 건물들. 흥겨운 사람들 대신 와이파이 공원에 모여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tv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바나의 뒷골목. 왠지 모르게 이곳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아까의 설렘과 신남은 낯선 공기로 변했고, 이 순간들이 어쩐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아바나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날이었다. 2주동안 쿠바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