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두번째 이야기
쿠바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미디어에서 본 쿠바를 기대했고, 나는 도착한 날 알아버렸다. 그런 쿠바는 없다는 걸.
그런데 2주 동안 쿠바를 여행하면서 느꼈다. 내가 기대한 모습보다 쿠바는 훨씬 좋은 곳이었다는 걸. 그리고 왜 사람들이 쿠바를 좋아하는지. 비록 내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 내가 본 쿠바의 첫인상은 틀렸다. 그리고 지금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쿠바라고 대답할 수 있다.
쿠바에서 좋았던 순간 1, 말레꼰에서 보는 일몰.
쿠바에서의 첫날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다음 날, 나는 쿠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바나에서 해가 질 무렵, 사람들은 말레꼰 비치로 모인다. 우리도 말레꼰 비치 근처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 곳에서의 일몰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말레꼰 비치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았다. 사진 찍느라 바빴던 손가락을 멈추고,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곧 해가 퇴근할 시간이다. 해는 마중 나온 우리에게 작별인사라도 하듯 빨갛게 빛났다. 그리고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해와 인사하는 그 짧은 순간, 나는 설레었다. 일몰에 취해 수평선만 쳐다본 게 얼마만인가. 아니, 처음인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서울에 살면서 수평선을 넘어가는 해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스카이라인이라고 불리지만, 결국은 장애물인 건물들이 지평선도 안 보이게 하니까. 평소에도 일몰을 좋아하는 나는 보통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곤 했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사실 하나로 나는 쿠바가 좋아졌다. 그리고 쿠바에 있는 내내 우리는 멋진 일몰에 취해있었다.
쿠바에서 좋았던 순간 2, 히론에서의 모든 순간.
아바나에서의 며칠 동안 우리는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의 단골이 되었고, 평범한 관광객이 되어 올드카를 탔다. 와이파이 카드를 연결해서 일분일초를 아껴서 인터넷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히론으로 떠났다. 히론은 작은 해변 마을이다. 히론에 가까워질수록 바다 냄새가 났다. 신난다!!
까사 예약을 하지 않고, 히론에 왔던 우리는 히론에 있는 3일 동안 매일 숙소를 옮겼다. 숙소 예약 없이 갔기 때문이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숙소가 없는 우리는 길가다가 마음에 드는 까사에 묵기도 했고, 체크아웃하면서 주변 까사를 추천받아서 묵기도 했다. 비록 맘에 들지 않는 숙소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행을 숙소 예약 없이 오다니!
히론에는 두 곳의 올익스클루시브 해변이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음료와 점심이 무료로 제공되고, 마음껏 수영하고 쉬다 오면 되는 천국. 수영을 하다가 선배드에 누워 모히또를 마시기도 했고, 잠시 낮잠을 자기도 했다. 히론에 있는 내내 한량처럼 놀았다. 모히또가 질리면 피나콜라다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다 수영도 질리면 앙꼰비치에 가서 일몰을 봤다.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모히또는 최고다. 그렇게 히론에서의 3일은 모든 순간 너무 좋았다. 까사라는 시스템도, 매일 하는 수영도, 일몰도! 그렇게 나는 점점 쿠바에 빠져갔다. ( 다음 편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