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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가벼워진다

by 이용현

짐을 버리다

이사를 준비하며 틈날 때마다 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필요한 물건이라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욕망으로 들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쓸 거야’라며 쌓아둔 물건들은 결국 한 번도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망설였지만 막상 버리고 돌아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쓸모를 다한 것들을 정리하는 순간, 시야가 환해지고 공간이 다시 숨을 쉽니다.


후회를 버리다

짐을 버리는 일처럼, 마음속에도 버려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이런 후회의 잔여물들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그 마음들을 붙잡고 있으면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해집니다.

낡은 후회도 낡은 짐처럼 제때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의 공기가 통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호흡을 버리다

수영을 못하는 저는 물 위에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호흡을 더 크게, 더 빠르게 몰아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은 더 가라앉았습니다.


그때 친구가 말했습니다.
“힘을 빼. 그냥 가만히 있어 봐.”

그 말을 따라 천천히 숨을 고르자,
신기하게도 몸이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호흡을 버리니, 오히려 물 위에 떠올랐습니다.


질량을 버리다

물리학에서 질량이 클수록 관성도 커진다고 합니다.
움직이려면 더 큰 힘이 필요하고, 변화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마음의 질량도 같습니다.


욕심, 후회, 두려움이 쌓일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변화는 어려워집니다.
버린다는 건 그 관성을 깨뜨리는 일,
다시 움직이기 위해 자신을 가볍게 만드는 일입니다.


결국, 삶도 물리의 법칙처럼 단순합니다.
불필요한 질량을 버릴수록 우리는 더 멀리, 더 가볍게 나아갑니다.


모두가 가벼워지기 위해,
눈앞의 물건들과 마음속의 무거운 짐들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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