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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순간은 모두 아름다워

하루를 얻는다는 건, 하루를 잃는 일이다.

by 이용현

사라진다는 것.

한때는 ‘사라진다’는 개념을 몰랐습니다.
유년 시절엔 필기구나 장난감을 잃어버리는 정도만 ‘사라짐’이라 여겼습니다.


잃어버리면 잠시 아쉬웠지만, 또 다른 것으로 금세 채워졌기에 그건 단지 물체의 부재일 뿐, 진짜 사라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몇 해를 거듭하며 깨달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하루하루 무언가를 얻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얻은 만큼 잃어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침마다 오늘을 얻는 대신, 밤이 되면 오늘을 반납하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오늘을 산다는 건, 곧 오늘이 사라진다는 뜻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지만, 그 문은 어제와 같은 문이 아닙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문이었습니다.

어제를 되돌릴 수 없듯, 오늘은 완벽히 사라집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우리 또한 멈춰 있지 않습니다.


그 단순한 사실을, 나는 아주 늦게야 받아들였습니다.

이전과 같지 않은 체력, 쉽게 쏟아지는 잠,
어딘가 모르게 늘어난 주름,
스티커 사진 속 젊은 날의 내 모습까지—
젊음을 얻으면 언젠가는 젊음을 반납합니다.


조금씩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앞의 무언가가 사라질 때 우리는 오히려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내 곁에 머물렀던 순간들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모든 순간은 매일 사라진다는 걸 깨닫고 나면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됩니다.

내 곁에 머물렀던 모든 순간들이 그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그래서 사라지는 순간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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