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할 때
숙소에 두고 온 것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행복했던 그날의 마음.
떠나오는 날 짐을 싸면서도
설렘이 넘친 나머지
차마 다 가져올 순 없겠더라구요.
수없는 별을 보고
설쳤던 잠도 그 침대 위에 놓고 왔어요.
다음 여행자는 내가 머물던 그 침대 위에서 그 날 놓고 온 설렘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불행은 남겨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행복은 차고 넘치는 것이어서
남겨놓을 것이 많은 것이었어요.
행복을 놓고 왔는데도 아깝지가 않은 밤. 나는 경험과 이야기를 가져왔고,
누구는 지금도 내가 머문 그 침대 위에서 비슷한 종류의 행복을 느끼며 잠들거라 믿고 있어요.
지구 반대편 어딘가 놓고 온 행복을
찾아가지 않아도 나는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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