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을 앞둔 이른 아침 외할머니는 예쁘게 단장하시고 관속에 누우셨다.
나를 안아주고 키워내셨던 그 몸이 가루로 변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장례지도사는 이제 곧 입관절차에 들어가야 하니
멀리 가시는 길에 한 마디씩 하시라고 하셨는데
그때 삼촌이 뱉은 한마디에 눈물이 또르륵 떨어졌다.
"엄마. 고생 많았어. 이제는 좋은 데 가서 좀 푹 쉬셔. "
고생했다는 위로의 한마디를 들으신 건지 모르겠으나
그때 할머니는 살포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하는 듯했다
"그래 아들. 고맙다. 너도 엄마한테 잘해주느라 고생 많았다, "
그 뒤로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면 차갑고 지친 마음이
뜨겁게 데워지는 것만 같다. 살아서 고생하고 죽어서 쉬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더 많은 이들과 가까운 이들의 귀에 오늘도 수고했다.
참 고생 많았다. 격려의 말을 귀에 넣어주고 싶다.
그 말이 힘이 돼서 살아서는 더 큰 힘이 되고
죽어서는 넉넉한 위로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