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안 죽어도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돈 - 공부를 해서 사회에 기여할 사람은 갖다 쓰라
나는 죽기전에 1원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다 쓰고 죽고 싶지만
혹시 나의 돈이 조금 남는다면 다음과 같이 사용되기를 바란다.
가족 중 배움의 뜻을 진정으로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학비 또는 유학자금으로 사용하길 바란다.
나는 공부에 뜻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공부해야한다 주의라
서울보다는 지방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을 것 같아
지방 출신인 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형편이 되는 대로 돈을 모아 모교에 기부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 동창 중 하나가 돈을 모아 모교에 기부하자는 의견을 냈고 단톡방에 있던 1/3 정도가 참여해 약간의 기금이 전달되었다. 지금 다들 자녀 학원비로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나중에 우리가 나이가 더 들어 자녀들 다 키워놓은 후엔 더 많은 친구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신 - 장기 기증하고, 실험하고 남는 것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여 정리해줘
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의향 없음을 밝히고,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을 은퇴 직후 신청했다.
나는 내 시신이 그냥 태우거나 묻혀 쓰레기가 되기 보다는 나의 손톱 하나 피부 하나라도 공익적 용도로 사용 후 폐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자살 충동은 단 한번도 느낀 적이 없고 죽음이 막연히 멀리 있다 생각하지만 멀쩡한 판단력이 있을 때 할건 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관련된 제도를 활용해 신청했다.
나중에 내 의사가 변경되면 언제든 철회나 변경할 수 있다.
할머니가 연로해지신 후 본인의 영정사진을 준비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사진 한 장도 남기지 않고 가고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조부모님 산소가 있는 공원 내의 납골당에 모셨다. 아빠의 뼈가 담긴 도자기 병 안의 가루를 방문하는 것이 나는 솔직히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버지가 투병하시는 동안 나의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마치 살아계신 것 같은 착각을 잠깐 하기도 할 정도로 그립지만 굳이 시간을 내 납골당에 방문하지는 않는다.
장례식 - 죽고 나서 오지 말고 죽기 전에 만나자
살아 생전에는 멀거나 지리적으로 만나기 힘들다는 이유로 재회하지 않다가 정작 당사자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장례식에 찾아오는 것이 나는 실용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재 형태이 장례식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생전 reunion 형식의 간소한 파티를 제안하고 싶다. 나 역시 그나마 정신이 멀쩡할 때 내가 그리웠던 사람들을 한자리건 여러 자리건 마련해 파티를 하고 싶다.
현재의 장례식처럼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편지나 시 낭독, 음악 연주, 전시 형태이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