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은 이미 이전에 통영과 천희에 대한 짤막한 시를 지었지만 아마 못다 한 말이 많았나 보다. 바람도 물도 짭짤한 이곳에서 아마 시인은 몇 날 몇 달을 더 머무른 거 같기도...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이곳에서 백석은 또 마산 객줏집의 어린 딸 난을 만난다.
이전에 나타샤와 천희를 만났고 이제는 또 난을 만나고 사모하는듯한 절절한 마음을 이렇게 시로 남긴다니 백석은 그저 그때그때 좋아하는 여자가 바뀌는 바람둥이에 불과한 걸까?
세 번을 결혼한 백석의 개인사에 대해 알게 되면 그 말도 아예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난 그보다는 백석은 식민지 시절에 일본 유학까지 경험한 모던 보이였다는 점에 주목해보고 싶다. 식민지 조선과는 달리 근대화한 일본 생활을 경험해 본 백석은 당연히 일본에서 조선보다 훨씬 자유로운 인간관계, 구애와 연애의 현장을 체험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거의 100년의 간격이 있는 지금 현대의 우리에게도 계속 전해지는 아름답고도 모던한 감성의 연시를 지을 수 있던 게 아닐까.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는 18세기 많은 인물들이 연모하는 마음을 품고도 시대와 가문의 한계로 괴로워하고 우리가 그 마음에 공감하듯...
여자로 태어났지만 대대로 프랑스 장군 가문인 자르제 가문에서 울음소리가 우렁차다는 이유 하나로 남자처럼 키워진 오스칼. 자신이 페르젠 백작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뒤 혼란스러운 와중에 아버지는 갑자기 자기에게 정략결혼을 하라고 제안한다. 물론 오스칼은 지금까지 장군이 되기 위해 커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며 거절하자 바로 뺨을 맞는다. 허나 이대로 순순히 받아들일 오스칼이 아니다...
놀랍게도 오스칼은 자기 결혼상대는 스스로 알아서 정하겠다며 자르제 가문의 집안에서 무도회를 연다 심지어 자기와 절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던 파티용 드레스를 입고 사교계 여자들처럼 화장도 한다! 누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엄청난 미모의 귀부인이 된 오스칼. 그런데 페르젠에 대한 마음도 정리해 볼 겸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기 위한 명분으로 개최한 이 무도회에 절대 와선 안 되는 단 한 사람이 오고 만다...
그 사람은 당연히 페르젠 백작. 오스칼은 설마 여장한 나를 알아볼까 노심초사하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일생 최대의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이 와중에 페르젠 이 바보는 그녀가 자신이 아는 친구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친구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서 춤추다 실수를 하고 뛰쳐나가는 오스칼. 동경하던 페르젠의 팔에 안겨보았으니 이제 만족할 수 있을까 이걸로 정말로 된 걸까.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오스칼은 어떻게든 자기 마음을 달래보려고 애쓴다
기쁨인지 고통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는 오스칼. 오스칼의 말처럼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쁨의 사랑과 고통의 사랑. 그리고 오스칼은 자기를 여전히 최고의 친구라 불러주는 사람을 사랑하기에 스스로 고통의 사랑을 택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페르젠에게는 자기와는 달리 기쁨의 사랑이 오기를 기도하는 오스칼... 페르젠도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그만 물러서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