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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Feb 25. 2024

똥과 순환. 인간의 인분은 어떻게 학문이 되는가2

똥은 더러운지 가치판단에 대하여



어릴적 한번씩 읽은 똥에 대한 동화책이 백만권이 팔리고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스테디셀러가 된 세상. 그만큼 똥은 우리 몸에서 분리된 낯선 존재이지만 분명 우리 몸의 일부였기도 한 친숙한 무언가이다. 특히 아이들에겐 하나의 영웅이자 우상 또는 신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름 똥.




연습장에 똥을 그리고 교과서 구석에 똥을 그리고 누가 쉬는시간에 화장실만 갔다와도 야 철수 똥싸고 왔대 하면서 다같이 웃었던 시절. 사실 어른이 되버린 수많은 사람들도 마음 한구석에 분명 그런 동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건 똥을 나의 친근하고 재밌는 일부가 아닌 그저 '오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인식하려는 게 '성숙' 인걸까




하지만 설령 오물로 인식하고 배척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화조로 격리한다 하더라도 똥이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이며 좋든 싫든 매일매일 마주쳐야만 한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똥을 대변이라 부르지 않고 똥이라 불러야 시가 된다고 연탄을 쓴 안도현 시인께서 어디선가 말하셨듯이, 우리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초딩시절 일주일에 한번씩은 보았던 정화조를 달고 동네 건물들 똥을 모아가던 똥차나, 거리의 모기 파리를 없애기위해 살충 화학가스를 살포했지만 차가 방귀를 뀌는것 같다면서 방구차라고 부르며 열심히 뒤를 쫓아가던 그 어린아이들처럼...


똥과 인간이 거대한 순환의 일부라는걸 그저 아이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 왠지 나의 이 지긋지긋한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도 조금은 완화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일요일 밤이 이제 깊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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