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어른환경 01화

내가 싫어하는 건 어른 같지 않은 어른

프롤로그.

by 김커피

국민학생으로 살던 나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름 하나 바뀌는 건데도 어린 마음에는 뭔가 새로운 신분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초등학생이 되자마자 전학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학당했다고 해야 맞겠다. 몇 번이고 전학당하는 그런 삶은 정말이지 불쾌했다.


4학년의 반틈을 보내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들을 떠나 전학하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빠는 이미 없은지가 오래였고 보통 사람들과 삶의 패턴이 다른 엄마는 이른 시간 학교에 같이 가줄 수가 없어서 외숙모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 새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앉아있던 나는 선생님과 숙모의 대화를 들었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는 오실 사정이 안 돼서요. 숙모인데 제가 대신 오게 됐어요."

"네. 바쁘신가 봐요 어머님이."

"그게 사실.. 밤에 일을 해요."

"어떤 일을 하시길래요?"

"... 술집이요."


숙모는 내가 듣지 못하게 말한다고 했지만 과연 그게 듣지 못하게 말한다고 한 건가 싶을 정도의 볼륨으로 말해서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정확하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낯선 교실에 들어가 새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을 시작한 바로 다음날, 나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의자를 쑥 집어 뺐다. 엉덩방아를 찧은 친구는 울틈을 터뜨렸고, 그런 짓을 저른 장본인이면서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심해서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아직 잘 모르는 반 친구에게 짓궂은 행동을 하다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의 불안함을 행동으로 보인 최초의 순간이었다.


어쨌든 잘못은 내가 했다. 사과할 겨를도 없이 담임선생님께 불려 갔다. 늘 정장 투피스 차림에 짙은 주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단발 웨이브를 하고 계시던 담임선생님.


"얘. 넌 어쩌면 전학 오자마자 사고를 치니?"


나는 어리지만 눈칫밥을 먹고 지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눈치가 빨랐다.

아 이 선생님. 숙모한테 들은 그 말 때문에 이유를 묻지도 않고 나를 사고뭉치일 거라 생각하는구나.


어려서부터 내가 맡겨지는 곳에 따라 학교도 자주 옮겨 다녔다. 교탁 앞에 서서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안녕하세요. ㅇㅇ학교에서 전학 온 누구예요." 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할까. 괜찮은지 물어보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제일 똑똑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날 새 학교에서 남은 4학년의 시간 동안 담임선생님을 가까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게 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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