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로 보이는 어르신 두 분이 커피를 드시러 오셨다. 두 분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주문하시고 안쪽 자리에 앉으셔서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셨다.
내 매장이 작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르신들께서 앉은자리에서 주방 쪽이 가까워서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대화 소리가 잘 들렸다. 그렇다 보니 들으려고 해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들리는 대화로 추측하건대 퇴직을 하시고 이전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았다.
현실의 나로서는 저 여유가 부럽다. 어르신들도 젊으셨을 때 나보다 더 열심히 살며 버티셨겠지. 그래도 지금의 모습은 참 보기 좋다.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중, 커피가 다 식기도 전에 한 잔을 비운 한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겠지요?" 그리곤 허허 웃으셨다.
두 분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 말았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마치 벌칙을 받는 듯 뿅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 허허~ 하고 짧게 웃는 소리에 지나온 긴 인생과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져서 눈물까지 날 뻔했다. 왠지 모를 희망도 느껴지면서 위안이 됐다.
우리네 삶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젊을 때 열심히만 살다가 퇴직 후에 오는 노년의 여유로움을 원한다.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정말 맞지 않는 이야기다. 노년이 내도록 여유로움을 줄지 어떨지 누가 알 일인가. 두 분 어르신은 평일 낮 시간에 식사하시고 커피를 여유 있게 드실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시간이 많이 있지만, 인생의 시간이 많이 남았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미지수다. 물론 두 분이 나누신 대화만큼 어르신들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뒤통수를 맞은 나는 그날부터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지금에 충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이라면 미루지 않지만 스스로에 관해서는 미루기를 잘하는 내가 '나중은 없어, 지금 해 지금!' 속으로 되뇐다.
먹고 싶은 것도 지금 먹고, 보고 싶은 사람도 지금 보고, 사랑도 지금 하고. 뭐든지 지금 하자고.
나중에 가서라도 나중이 있다면 다행인 일이지만 당장에는 오늘만 생각한다. 이런 태도가 모여 나중을 위한 노력이 되겠지. 김사장은 오늘도 손님께 배웁니다.
손님의 모먼트는 내게 이토록 경험이자 위안이 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오늘은 과연 어떤 모먼트가 내게 다가올까? 매일 궁금해지는 출근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