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를 받는다
전임자의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서 주말에 사무실을 나왔다. 사람이 오고 떠나면 꼭 존재하는 절차이다. 자체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라면 모를까. 장소를 떠나는 전임자와 새로 오는 사람은 새로 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간을 위해서 전임자의 주말까지 뺏어서 면사무소의 업무를 받았다.
다행인 것은 내 전임자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직원이었다. 업무 때문에 전화를 자주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마음고생하는 동생 같은 직원을 위해서 제법 신경을 써준 누나 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인사 전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복직 전에 감사 방문을 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지금의 면사무소였다. 아마도 인연 덕분에 평소에는 가보지 않을 대강면을 갔는데, 이번 인사에 발령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감사한 누나의 후임으로 말이다.
주말에 날씨가 좋았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비가 오고 있었다. 아직 길도 익숙하지 않아서 내비게이션을 켜 놓고 가야 하지만, 비가 왔다. 그것도 점점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의 말에 내리는 비는 이슬비가 아니라 굵은 장대비였다. 와이퍼를 3단을 놓고도 앞이 분간되지 않는 시골길에서 차는 물웅덩이를 가르고 지나느라 흔들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그것도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앞도 잘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나보다 더 멀리 오는 전임자도 있었다. 이런 비를 뚫고 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시간은 분명 있을 것이다.
2020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비가 내리던 때가 이 무렵이었다. 당시에 나는 휴직 중이었지만, 아버지 간호를 위해서 병원에서 내리는 비를 다 지켜봤다. 몇십 년에 있을까 말까 한 수해에 내가 사는 지역은 전국 뉴스 단골 지역이 되었고, 잊고 살았던 친척들 전화도 받았었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동기들과 지금 인수인계를 해주는 누나의 상황도 사진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다. 차가 지나갈 수 없을 만큼 불어난 도로는 고립이 되었고, 인근 면에는 제방이 무너져서 많은 곳이 침수되었다. 동기는 보트를 타고, 사람을 구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토록 힘든 일이 없었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비가 그냥 지나가는 비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제일 살기 좋았던 근방이 몇십 년에 있을까 말까 한 수해로 피해를 받고 복구하는데도 시간이 이렇게 걸리다니. 사람의 운명도 날씨처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인수인계는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그래도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보통의 빈약한 인수인계서도 받아서 꾸역꾸역 해나갔던 경험이 질문을 만들었고, 딱히 서류보다는 내 질문에 답을 해주는 식으로 이루어진 인수인계였다.
아마도 새로 오는 나는 질문이 많을 것이고, 가는 사람은 당부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나면 바로 연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몇 시간의 인수인계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누나는 당부했다.
"대강에 왔으니, 이제는 너도 마음을 좀 놓고 여기 이름처럼 대강대강 살아봐. "
결국, 나이 든 사람의 충고는 아재 개그 같은 이름 농담으로 끝나지만, 나는 그 마음이 진심임을 알기에 웃으며, 그러겠다고 하며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