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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남순 Jul 01. 2024

잡초

24년 7월 1일 월요일

사람들아/ 잡초라고 함부로 짓밟지 마라/ 쇠뜨기 명아주 애기똥풀/ 개망초 며느리배꼽/

식물도감에 버젓이 올라 있는/ 고향을 지키는 민초들이다/ 거친 산야 살찌게 하는/ 우리는 꽃이다/

한 송이 꽃도 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잡초다.

<잡초>, 김종익 시인


김종익 시인이 말하듯 '잡초'라는 풀은 없다. 우리 산야에서 자라는 모든 풀들은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다.

이름을 알지 못하고 쓰임을 알지 못하는 풀들이 많을 뿐이다. 알지 못해서 쓰임을 찾지 못해서 존재가 지워져야 한다면 누구라도 억울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많은 곡식들은 야생 풀에서 온 것들이다.

쓰임 없는 생명은 없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다. 


농약이 없던 시절에는 여러 작물을 '섞어짓기'로 농사를 지었다. 서로 다른 성질과 능력을 가진 식물들이 서로를 도와 병충해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풀과 협력하며 농사짓는 사람들이 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풀은 퇴비나 액비를 만드는 요긴한 재료가 된다.


식물학자이자 곤충학자인 질 클레망은 <정원으로 가는 길>에서 풀과 화해를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시가 많은 아프리카 아카시아는 잎을 쓰디쓴 탄닌으로 채우는데, 이 탄닌은 잎을 너무 오래 뜯어먹는 임팔라와 쿠두를 물리친다. 이 아카시아나무는 동시에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여 주변의 아카시아나무들에게 경고를 보낸다. 아카시아나무들은 동물들이 다가오기 전에 즉시 잎사귀를 탄닌으로 채운다. 이 장치 덕분에 임팔라나 쿠두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고도 아카시아 개체군은 스스로를 보호한다."


식물이 가진 독특한 향과 맛은 사람의 미각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식물의 생존법으로 그러하다. 농사에 의지해 살아왔던 부모 세대는 식물이 가진 생존법을 알았다. 그래서 벼를 심은 논두렁을 둘러싸고 콩을 심었고, 고추 아래 열무를 심어 먹었다.

잡초가 제거된 밭작물들은 병충해를 부른다. 작물의 특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쉽게 '상업적 질서에 복종하며,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앞 선 세대의 지혜를 차용하며 잡초라 불리는 것들과 화해하는 방법을 찾는다.  내가 키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경계 짓지 않기,  풀과 화해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내가 짓고 싶은 농사이며,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이다.



아직 브런치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 북 <365, 텃밭 일기> '발행예정' 날짜에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같은 글을 두 번 올려서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을 번거롭게 하여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눈 똑바로 뜨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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