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리의 기억법

2019년 11월 27일

by 선량한해달

"이 새* 또 지*이네. 니네 애들하고 가!"


열정적으로 술조합을 일구어내려다 빈정이 상한 송과장이 자리로 돌아온다. 푸욱 한숨을 내쉰다. 쉰 성대를 타고 흩날리는 기묘한 소리다. 한숨인지 욕인지 알 수 없는 그 울림이 사심위로 예민해진 정대리의 귀에 꽂힌다.


"정대리, 오늘... ."

"품절이요."


송과장의 입술이 떨어지기 무섭게 휙 일어서서 빈 텀블러를 흔들어 보이고는 자리를 비우는 정대리의 동세가 자연스레 곱다. 송과장을 차단해주던 인간 파티션이었던 정대리가 사라지자 급히 뻘쭘해진 강사원과 최사원은 고개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메신저를 찾는다.


「누나, 저 죽어요. 저 오늘은 안 돼요.」

「유빈님, 전 원래부터 의미 없는 술자리 안 가는 사람입니다.」

「그럼 누가 가요! 지난번에도 제가 갔잖아요.」

「아무도 가라고 안 했잖아요.」

최사원은 태연하게 송과장을 내치는 두 여자가 밉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저렇게 가볍고 산뜻하게 쳐낼 수 있는 건지 신기하기도 하다. 직장인 한 달 차인 최사원이 다년간 쌓아 올린 누님들의 처세술을 흉내 낼 수 있을 리 없다. 최사원은 이번에도 술조합에 실패한 송과장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유빈이는 지금 뭐하나?"

"아, 네... , 저, 내일 나갈 회의 알림... ."

"건 낼 하면 되는 거 아녀."

"...그렇...죠?"

"대원각 가자잉."

"..."

"듣냐?"

"아..., 예. 네 명 할까요?"

"정대리가 가겄어? 사심위로 빡쳐있드만. 미리도 오늘 세종 가자네."

"아..., 그럼, 두... 둘."


송과장은 어쩐지 탐탁잖게 말꼬리를 흐리는 최사원이 괘씸하다. 기꺼이 따라나설 줄 알았던 막내가 한 달 지났다고 벌써 싫은 내색이다.


"뭐, 응? 너도 뭐, 거언강하게에, 응? 아쥬우 그냥, 응? 오오래 오호래 사실라고?"

"..."


최사원은 비꼬아대는 송과장의 말투에 부아가 치민다. 지난 한 달간 술시중을 들며 야근을 마다 않고 비위를 맞춰준 것이 잘못이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형으로 생각하라더니 이제는 세상 둘도 없는 꼰대가 되어 틈만 나면 숨통을 조여 온다. 주사로 유명한 송과장을 케어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송과장이 애정해 마지않는 대원각은 이제 예약도 안 된다. 최유빈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전화를 끊어버린다. 옆 건물 국밥집 사장님은 점심 식사차 잠시 들렀다 나가도 전략처가 앉았던 자리에는 냅다 소금을 뿌리는 것이다. 지난주 핸드폰을 찾으러 되돌아갔던 최사원은 때마침 악귀라도 쫒으려는 듯 횟빛 소금을 흩날리며 제령하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쳐 몸 둘 바를 몰랐다. 부끄럽다. 이제는 송과장이 부끄럽고 힘들다.


음성을 변조해 마탁수라는 강한 이름으로 대원각에 예약을 넣고 나니 알 수 없는 죄악감이 밀려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한 달만에 3Kg이 늘었다.


"뒤에서 보면 너랑 너네 과장님이랑 실루엣 똑같던데? 그거 뭐... 그런 거야? 전략처 기본 사양 같은 거?"


소름 돋는 재무처 엄사원의 농담에 변해가는 몸매까지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최사원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늘은 할 일이 없다. 차라리 재무나 영업처럼 매일의 루틴이 있는 부서였다면 송과장의 모노드라마 속에서 빠져나올 구실 두어 개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지리 운도 없지. 하필 이 부서에, 하필 저 인간이냐.'


뭘 보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구슬땀을 뚝뚝 떨어뜨리는 대각선의 송과장을 힐끗 보던 최사원은 결심한 듯 메신저를 열어 그룹채팅으로 정대리와 강사원을 초대한다.


「대리님, 미리 누나, 저 상담할 게 좀 있어요. 오늘 두 분 다 야근이세요?」

「전 세종 갔다가 복귀해서 21시까지는 있어야 해요. 대리님은 부재중이세요.」


그때 커피를 리필해 돌아온 정대리의 향이 감지된다. 최사원은 향기가 스쳐 제자리를 찾기 직전에 메신저 창을 흔든다. 정대리는 놀란 듯 최사원을 한 번 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투명도 1%의 메신저 창을 사심위 자료의 왼쪽 하단 구석으로 옮긴다.

「무슨 일 있어요?」

「대리님 저 이따 대원각 다녀오면 상담 좀요.」

「뭔데 그래? 심각한 거예요?」

「저... 못 다니겠어요.」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활발히 울려 퍼지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5초가량의 짧은 정적을 뚫고 정대리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빈님, 혹시나 해서 그런데 대화 내용 자동 삭제 설정해뒀죠?」

「에이, 대리님. 그건 당연하죠.」

「알았어요. 그럼 이따 밤에 얼굴 보고 얘기해요. 메신저는 주변에서 다 알거든요.」

「네...」


상담 요청을 성공적으로 마친 최사원은 투명도도 걸리지 않은 선명한 메신저 창을 띄워두고 필사적으로 설정 아이콘을 찾아 가만히 '대화 내용 자동 삭제'를 클릭한다. 귀여운 거짓말이 들킬세라 주변을 살피며 눈동자를 굴리다 꿰뚫어 보는 듯한 강사원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다. 차마 피하지 못해 목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는 상체를 푹 숙인다. 미숙하고 서투르지만 최사원은 어떻게든 살아가려 하고 있었다.



"어후, 웬일이야. 대원각에서 용케도 받아줬나 보네."


벌겋게 달아오른 거대한 취기가 소매의 단추를 잃어버린 채로 전략처 쪽으로 다가온다. 습기 가득한 날의 아프로펌을 보는 듯한 헤어가 가관이다. 송과장과 동석을 하면 언제나 저런 꼴이 되고 만다. 정대리는 최사원이 안쓰럽다.


"와아... 오늘은 또 얼마나 마신 거예요?"

"고량주 세 병요."

"에효... 그럼 그렇지 반주는 무슨..."

"대리님, 저 양치 좀 하고 올게요."

"그래요. 양치하고 소회의실로 오세요. 가 있을게요."

최사원은 한 달 새 살이 쪄버린 발로 기우뚱 중심을 잡으며 부은 손을 서랍으로 뻗는다. 귀찮다는 듯 서랍 앞부분을 대충 헤쳐 속으로 말려들어간 칫솔 케이스를 잡아챈다. 몸을 숙였더니 위장이 반응한다. 딱 죽을 맛이다.


"저기... 그...."


정대리가 어색하게 입을 뗀다. 영문 모를 눈으로 멀뚱히 선 최사원을 향해 적나라한 배려의 한 마디가 날아든다.


"그... 힘들면 토하고 와요. 토해야 편해. 거긴 음식도 기름져서... 어차피 저 퇴근 못하니까 천천히 해요."

"...네."


정대리는 힘 없이 앞으로 축 늘어뜨린 기다란 두 팔을 좌우로 흔들며 화장실을 향해 멀어져 가는 최사원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거... 내가 어디서 봤더라? 일본 꺼였는데... 아! 맞다 데스노트. 거기 나오는 사신 같네.'


정대리는 쓰게 웃으며 최사원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폰을 꺼내 든다. 세종에서 복귀 중인 강사원에게 톡으로 소회의실에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는 가볍게 다이어리만 하나 들고 이동한다. 스위치를 올리자 눈앞은 조용하고 아늑한 밤의 회의실. 꿉꿉한 카펫 향을 맡으니 혼자 몰래 까먹는 컵라면이 땡긴다. 정대리는 최사원의 마음이 확고하다면 굳이 잡아두려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평소 송과장이 앉는 자리인 건너편으로 가 앉는다. 5분 남짓, 최사원이 나타난다.


"아아, 문은 그냥 열어두고 들어오세요."

"아, 네."


세숫물이 앞머리에 맺힌 최사원이 아차 하며 문을 빼꼼 열어두고 들어와 정대리의 맞은편에 앉는다. 한쪽 팔을 데스크에 올리고 몸을 지탱하듯 삐딱하게 앉은 최사원은 이따금씩 눈을 껌뻑인다.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정대리는 먼저 말을 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 중이다. 상당한 맷집을 가진 실무자이지만 이런 자리는 아직 어색한 막내 대리다.


"대리님.."/ "유빈님..."


...


"아, 먼저..."/ "하실 말씀..."


...


전형적이다. 서로 눈치 보다 입을 뗀 타이밍이 겹쳤다. 이게 무슨 낡은 코메디인가 싶어 웃음도 나오질 않는다. 오히려 기가 막혀 맥이 탁 풀린다. 그렇다. 애초에 어색하게, 혹은 긴장하면서 말할 자리가 아니다. 막내 대리와 찐막내 사이다. 실무자들끼리 고충을 듣고 들어주면 그만이다. 평소대로 하면 될 일이다.

"크~ 기가 막힌다, 그쵸?"

"...네, 뭐."


'풉'하고 터져 나온 정대리의 조소에 '흣'하고 최사원의 실소가 더해진다.


"힘들죠?"

"...하아~."


'크큿'


잠시 웃음이 터졌다 이내 사라진다. 몇 초 간의 애매한 정적이 아까부터 자꾸만 대화를 가로막는다.


"살찌기 시작했죠?"

"장난 아니에요..."

"끊어내기 어렵죠?"

"하...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 진짜 이대로는 못 다니는데요..."

"뭐, 지금까지 거쳐간 사람들 보면 갈 때까지 가서 한 판 붙거나, 울거나. 것도 아니면 감사 고발하거나."

"고발도 해요?"

"가장 확실하죠. 보복 발령이 무서워서 그렇지..."

"...아."


최사원은 술과 관련된 모든 소문의 한중간에 있는 송과장에 대해 무지했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동기들이 경고할 때 경계했어야 했다.


"저기..."

"네?"


뜸을 들이던 최사원이 기어코 직구를 날린다.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당장 회사를 관두게 생겼다. 이럴 땐 정공법이다.


"송보강 과장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음~ 전략이니 기획이니 하는 일을 오래 해온 사람?"

"아뇨. 소문이 많더라고요. 실례되는 건 알지만 어디까지가 진짠 거예요?"

"무슨 소문요?"

"술 먹으면 개 된다, 성희롱 전력이 있다, 사이코패스다, 사람 때린다... 그런 소문요. 아아, 술 먹으면 개 되는 건 알아요. 그건 제가 잘 알죠."


'뭐야, 그 정도면 다 아네 뭐.'

정대리는 최사원이 의외로 많은 소문을 들어 송과장에 대해 알고 있음을 감지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감추어야 할까. 굳이 감추어야 하나? 골똘히 생각에 잠긴 정대리를 바라보는 최사원은 입이 바짝 마른다. 그러면 그렇다 아니면 아니다 하면 될 일을 뭘 저리 고민하는 건가 싶어서다. 혹시 송과장이 정말 사이코패스면 어쩌지? 그런 종류의 두려움 속에서 점점 몸이 정대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최사원의 몸이 상당히 앞으로 기울었을 즈음, 사색의 숲을 헤매다 고개를 든 정대리는 느닷없이 줄어든 거리감에 깜짝 놀라 살짝 뒤로 물러난다.


"아, 미안, 생각 좀 하느라고요."

"무슨... 생각요? 과장님 혹시, 뭐... 전과 그런 거 있어요?"

"네??"


눈이 마주친 상태로 또다시 몇 초간의 정적이 끼어든다. 이번 건 꽤 크다. 정대리는 내가 무슨 오해할 말을 했나 싶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러다가 의문 덩어리 그 자체인 최사원의 맑은 미간을 한 번 보고는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생각을 좀 했어요."

"무슨 생각요...?"

"송과장님이랑은 3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데 그동안 본 게 하도 많아서요.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말이 쉽지, 3년이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을 해요. 저는 같이 일한 시간만큼 송과장님에 대한 편견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유빈님은 그런 거 없이..."

"좋아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맥락 없는 직구에 인상이 팍 식는 정대리다.


"네?"

"좋아한다고요, 편견 그런 거 저 진짜 좋아해요. 그게 진짜잖아요, 안 그래요? 다 말해주세요. 저 죽겠다니까요 지금? 아니 허구한 날 대학 얘기부터, 노래방 얘기, 사업하던 얘기, 외모, 가정 불화... 아니,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저한테만 그래요? 원래 그래요? 아니, 사람이, 사생활, 그런 거, 그런 개념 없어요? 그 사람은??"


정대리는 최사원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알 것 같다. 3년 전 전략처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정대리도 같은 꼴을 당했다. 송과장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술자리에 불려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짜증이 확 솟는다. 내 눈앞의 이 사람도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나도 한 달만에 이렇게 짜증을 냈었어야 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반년을 그러고 살았는지... 자신에 비하면 최사원은 그래도 똘똘하고 강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대리다.


"없어요. 그런 거."

"...아."

"있어 보이던가요?"

"...아뇨."


담백하게 잘라 말하는 정대리의 단답에 갈 곳 잃은 최사원의 멘탈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힘 풀린 다리가 마름모를 그리며 점점 아래로 쳐진다.


"대학원 레퍼토리 몇 번 들으셨어요?"

"매번요.""

"사업 얘기는요?"

"오늘만 세 번..."

"연애하던 얘기는요."

"열 번 정도요..."


최사원은 정대리의 구체적인 질문에 횟수로 대답하고 있는 자신이 애처롭다.


"제가 보기에 과장님은 열등감이 심한 분이세요. 학벌에도, 직업에도, 연애에도. 우리 학생 때도 보면 마음이 결핍된 애들이 다른 사람 괴롭히면서 살잖아요."


얕게 끄덕인 최사원은 오늘 술자리에서 송과장이 보인 언행을 되짚어본다.


'이야~ 내 밑으로 서울대가 다 오고, 내가 대학원 때 서울대 나온 놈이 있었거든? 내가 걔를 시켜서~'

'사업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사장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 나도 해봐서 알지만 우리 사장님도...'

'내가 젊을 때 바이크 타고 연애하던 시절에 말야..., 내가 지금 마누라만 안 만났어도~'


맞다. 모든 것은 과장님 마음 밑바닥에 깔린 열등감으로부터 출발한다. 최대리는 정대리의 말을 듣고 과연 험한 일을 겪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언제까지... 이어지나요?"

"유빈님 하기 나름이겠죠?"

"대리님은 어떻게 졸업하셨어요?"

"저는 질렀어요."

"어떻게요?"


입을 굳게 다물고는 양입술을 말아넣은 채로 짤막한 한숨을 내쉰 정대리가 결심한 듯 스토리텔링을 시작한다.


"그때가 전략처 와서 6개월 정도 지났을 땐데..."


정대리의 노하우를 흡수하려는 최사원의 눈이 반짝인다. 상체가 점점 정대리 쪽으로 다가간다. 정대리도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상체를 한껏 앞으로 들이민다.


"그날이 세종 다녀온 날이었던가? 엄청 더웠던 것 같아요."

"네네."

"건강검진이었거든요. 원래 공간데 오전 검진받고 오후에 출근했어요, 에이씨 빡치네... 아, 미안요. 그날 위 내시경 중에 조직 검사한 상태라 회식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그대로 끌려갔고요."

"그래서요?"

"그날은 처장님도 완전 이래 가지고..."


정대리는 머리 위로 한껏 손목을 꺾어 올려 몇 바퀴를 굴린다.


"꽈... 꽐라요?"

"아뇨, 그날은 시작도 전에 그냥 돌았더라고요. 둘이서. 아예. 정신이."

"아..."


최사원은 이럴 때면 가끔 정대리가 무섭다.


"그래서요?"

"위 조직 검사했다고 수십 번 말했는데도 술 들어가면 상처 난 곳 소독된다고 마시라는 거예요."

"헐..."

"돌았죠?"

"그러네요."


최사원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져 빨리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래서 싸우신 거예요?"

"네?"

"아까... 지르셨다고..."

"아, 싸운 게 아니라."

"아니라?"


정대리는 최사원을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며 정점을 찍는다.


"던졌어요."

"뭘요?"

"술 받아서 그 자리에서 잔째로 던졌어요."


잠시 정적이다.

"...네?"

"던졌다고."


정대리가 검지와 중지를 펴 굽은 가위를 그리 듯하더니 제 눈앞에 갖다 댄다.


"여기. 송과장 안경 위로. 안면에다가."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소나기


<전략처 정대리> 전문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중등도의 알코올 중독자

...라고 말하기가 그래서 에둘러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더 쎄게 나가버렸네. 이랑이형, 미래, 민혁이. 그 사람들 생각하면 잘 된거야. 유빈님이나 미리 언니까지 그 이름 뒤에 리스팅 되면 나도 더 이상은 못 견디니까. 보아하니 관둘 생각은 없는 것 같고... 괜히 진만 빠졌네. 에이씨, 나도 속 얘길 하면 안 되는 건데 꼭 예전에 나 보는 것 같아서 말해버렸네. 어디 가서 말 전하진 않겠지? 그래, 걔도 생각이 있는 앤데... 아니다, 또 모르지, 워낙 생각이 짧... 아니다. 그 정도는 아닐 거야? 그치? 괜찮겠지? 괜찮아야 하는데.


<전략처 최사원> 미친*

내가 간 안 좋다고 과음은 안된다고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마시라길래 취해서 못 들었나 했더니 그냥 미친 새*였구나. 와 씨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면 정신병자 아닌가? 학벌이 꿇리면 죽기 전에 만들면 되고, 가정 불화가 있으면 여럿 고생시키지 말고 갈라서든가. 성격 이상한 건 뭐... 다시 태어나야 하나? 미치겠네 진짜. 대리님 말 들으니까 더 답이 안 나온다. 나도 확 질러버릴까? 아니면 던져? 시* 시* 시* 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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