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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May 19. 2020

그럼에도 계속되는 나의 슬럼프

슬럼프 극복이 취미라고 했지 특기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브런치에 나의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의 글들이 만약 하나의 책이라면 크게 두 가지 챕터라 나눠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챕터는 나의 취미이자 인생 목표인 슬럼프 극복에 관하여, 두 번째 챕터는 그럼에도 계속 되는 나의 슬럼프들에 대해서 이다.


  나는 슬럼프 극복의 달인이 아니다. 나의 취미가 슬럼프 극복일 수 있는 것은 슬럼프 극복이 취미가 될 만큼 슬럼프가 자주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슬럼프의 크기는 다양하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 '아 역시 먹으려고 살지, 먹으려고 돈 벌지' 하며 다시 말짱해지는 경도의 슬럼프부터 '와, 이건 역대급이야.'하는 쓰나미급 슬럼프까지 그 크기는 다채롭다. 내가 진정 슬럼프 극복의 고수라면 하나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음 슬럼프를 오는 텀이 매우 길어야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일에 다시 마음이 와락 잠겨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괜찮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오래 오래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슬럼프들도 내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만큼 소중하게 기록해두고 싶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왜 마음에 탈이 난걸까?" 답을 찾지는 못해도,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나뿐이니 나의 슬픔을 오래도록 바라보기라도 해주어야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굴곡 많은 인생을 산 것도 아닌데, 마음만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느낌이다. 탈곡기에 멘탈이 탈탈 털린 적도 숱하게 많았는데(대개의 경우 내가 스스로 내 멘탈을 탈곡기에 쏟아 넣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어쨌든 나의 일상을 꿋꿋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슬픔을 인정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매일 매일이 행복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소원을 빌지는 않는다. 슬플 수도 있다, 또 내일은 괜찮고 아무렇지 않고 세상 두려울 게 없다가도, 또 갑자기 모든 게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걸 그냥 받아드리려고 한다. 그 대신 이 마음 모두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해두어야지.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나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혹시 내 글을 읽어줄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응원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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