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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May 25. 2020

때로는 최선의 선택을 포기할 것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는 마음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는 지양하는 근검절약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최선의 쇼핑을 위한 그 일련의 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쇼핑을 통해 최소비용 최대행복의 결과물을 얻고 싶은 것은 모든 소비자들의 동일한 마음이겠지만

때로는 최선의 선택에 대한 나의 강박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광고글이 판치는 인스타, 블로그에서도 사람들의 설득력을 얻게 하는 마법의 문장이 있다. 그건 바로

‘이웃님들 이건 내돈내산 후기에요!’

내.돈.내.산, 이 네 글자 단어만으로도 우리는 이 블로그의 주인장이 얼마나 고민을 하며 물건을 골랐을까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그래, 이 사람 이 소비 아주 이거이거 진정성 있는 소비겠어~ 하며 후기에 대한 신뢰도가 적어도 10%는 상승한다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또는 같은 품목이라면 더 예쁘고 더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특히나 내가 돈 벌어 사는 내가 사는 경우라면 그 물건은, 그 선택은 최선이기를 더더욱 바라게 된다.


 쇼핑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사소하고 중대한 선택의 순간을 겪는다.

그리고 그 선택들 중 나의 마음과 시간을 들인 선택일수록 최선의 결과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진다.

‘이 선택은 나한테 정말 중요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어야 해’, ‘지금 이게 최선인건가?’

선택의 전중후 과정에 걸쳐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조급해한다.

여기서 더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오래 고민한다고 해서, 또 내가 마음을 다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결과가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과 그들의 선택을 너무나도 쉽게 옅볼 수 있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선택과 타인의 선택을 비교하고 순위를 부여한다.

사소하게는 내가 찾은 맛집과 쟤가 찾은 맛집에서부터 이 사람의 삶과 지금의 나의 삶까지 더 나은 무언가에 대한 비교와 갈망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얼마나 최선의 선택을 하기 쉬운 세상인가.

해시태그만 치면 00동 맛집 사진이 촤라락 나오고, 유투브에 검색만 해도 내가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한 썸네일이 쏟아진다.

하지만 찾으면 찾을 수록 도통 더 답을 모르겠는 것은 왜일까. 나 역시 최선의 선택에 집착했었고, 지금도 내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지어 지금 내가 한 선택이 옳은 것이었을까, 이게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다시 확인받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선택지들에 대해 찾아보고 비교하며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히려 더 선택을 하지 못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제 때 사지 못한 옷때문에 계절에 안맞는 옷을 입고 외출 하기도 하고, 고민만 열심히 하고 고민에 지쳐 하지 못한 것들이

갑자기 생각나 아차 싶을 때도 많았다.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고 했던 거였지만 결국은 그 고민에 스스로 지쳐 시작조차, 선택조차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여러 번 생기니 요즘은 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아니야, 지금 이것이 내 최선이야.’

  여전히 선택의 순간은 어렵고, 이 선택으로 인해 잃을 것들이 걱정되는 나지만 그래도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는 이 마음은

선택의 순간에서 나를 조금 안심시켜준다. 자기자신이 애틋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자신이 옳고 덜 고생하고 덜 마음 아픈 선택을 하길 원한다. 그러니 나의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라면

적어도 그 선택은 나에게는 최선일 것이다. 설령 후에 조금의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 때 선택에 임하던 나의 마음은 최선이었음 잊고 싶지 않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처럼, 삶의 모든 순간들이 어쩌면 선택의 연속인데 그 매번의 선택마다 나를 몰아붙이고 마음을 갈아넣으며

또는 내 선택의 합리성에 열변을 토한다면 나는 내 삶에 있을 모든 선택들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것만 같다.

그냥 지금은 이것이 내 최선이라는 이 마음,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모든 선택의 순간에 의연하게 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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