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응답하라, 우리는 바다로 간다
바라던 바다 오버
11살 갈색 푸들과 살고 있어요. 이름은 삐삐예요. 삐삐와 살면서 느끼는 것들을 시와 에세이로 두 권의 브런치북에 담았어요. 이번 브런치북은 테마를 '여행'으로 잡아보았습니다. 평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삐삐이기에 휴일에는 어디든 삐삐와 함께 다니려고 합니다. 삐삐가 저와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제법 많은 곳을 다녔는데요.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뚱땅뚱땅 저를 이끌어준 삐삐와 앞으로도 부지런히 다녀서 어디를 가든 함께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만들 거예요. 그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제주 바다, 창꼼바위 제주도, 내가 태어난 곳 네가 자라난 곳
해녀할머니에게 숨 참는 법을 배울까
비행기 안에서 숨만 참으면 도착하게
>> 네, 제 고향은 제주예요. 삐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년 동안 제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사랑받으며 살았고요. 자주 가고 싶은데 정삐삐가 기내에서 난리법석을 떨어서 진짜 큰맘 먹고 가야 하는 곳입니다.
순식간에 장소이동하는 기계 좀 개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주 바다, 중문지는 해에 우리의 동백 같은 마음을 실려 보내자
바당에 울려 퍼지는 곡소리가 잠잠해지면
구멍 난 돌에서 뿜어지는 짠물이 스르륵 말라
못 박힌 가슴에도 새살이 돋겠지
>> 제주 4.3 사건으로 고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4.3 유족이에요. 동백꽃이 4.3을 추모하는 꽃이 된 계기는 제주 출신 강요배 작가님의 '동백꽃 지다'가 공개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제주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이 꽃송이채로 땅에 떨어지는 동백꽃과 닮았다는 의미가 담겼대요.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25,000∼30,000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희생자의 많은 수(약 78%)가 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이 중에는 어린이·노인·여성이 약 30%를 차지하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과도한 진압작전이 전개됐음을 알 수 있다. (국가기록원에서 발췌)
강릉 바다, 사천해변사람 많은 곳만 골라 다닌다는 인어공주가
강릉해변에 나타나 몸매를 과시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더라
사료를 철근같이 씹으며 우는 밤이더라
>>강릉 여행 갈 때 삐삐를 위해 인어공주 비키니를 샀어요. 입히면서 너무 잘 어울려서 이거 히트다! 했는데
진짜 아무도 삐삐를 봐주지 않더라고요. 씁쓸했던 기억이... ㅎㅎ
강화도 바다, 어디쯤강화도, 낙지가 유명한 곳
아차, 낙조가 유명한 곳
여차하면 길이 매우 막히는 곳
>>썸 타는 연인들이 와서 강화도 노을을 본다면 분위기 바로 로맨스겠죠. "여기 봐 사진 좀 찍자" 백만 번 외쳐야 하는 강아지와 쌈 타다가 노을을 본다면 분위기 바로 누아르 아닌가요. ㅎㅎ 강화도는 시간 조절 잘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여차하면 못 나가요. 다리 앞에서 허송세월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록, 언니가 혼자 다녀온 바다이야기
페로제도, 미키네스북극권에만 산다는 새야
남쪽에서 온 여기 나도 좀 봐주겠니
한 마리만 나랑 같이 가줄래
메로나도 있고 돈가스도 있는 나라에
겁 많고 뚱뚱한 강아지도 있는 나라에
>>페로제도에 여행 갔을 때 사진입니다. 2015년이니까 딱 10년 전 사진이네요.
퍼핀을 보러 배 타고 40분을 달려간 미키네스섬이에요.
뱃멀미가 정말 심한 저이지만 퍼핀을 위해 껌을 씹으며 버텼지요.
그렇게 도착한 섬에서 마중 나온 퍼핀을 처음 본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가방에 한 마리만 데리고 올 걸 그랬어요.
그럼 저는 페로제도에 남았으려나요? ㅎㅎ
*페로제도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18개의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천혜의 자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북극권에 속하기 때문에 오로라 관측이 가능하다. 주로 북극권에서 서식하는 퍼핀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