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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May 15. 2019

선경이바를 먹었다

한선경 <먹고사는 예술활동 당분간>통의동 보안여관_2018년 9월에





 선경이바를 먹었다. 예술가 자력갱생 프로젝트에 걸맞은 작품이 판매되었다. 입으로 먼저 얼굴을 잘라냈다. 조밀하고 세세한 얼굴을 혀로 굴리며 작가의 의도를 가늠해본다. 쉽게 녹아 사라지지만 마구 씹어 삼키기도 뭐한 기분이라 먹는 내내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좋은 재료를 써서 그런지 맛있었다. 몸통을 잘라먹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었지만 내 입에서 그것은 너무 빠르게 녹아버렸다. 가끔씩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너무 세세하게 만들어진 아이스바를 보면서 내가 뭘 잘못 먹고 있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마 난 그런 표정 같은 기분으로 아이스바를 모두 먹었다. 


 예술에는 돈이 필요하다. 몸을 가진 인간이 행하기 때문이다. 공간에 무언가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때론 예술과 자본을 분리시키는 법을 알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스스럼없이 자신의 몸을 대상화 해 작품에 활용했다. 그 과감함을 입속에서 녹는 아이스바를 통해 느꼈다. 그 느낌이 신선하면서도 섬뜩했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했다. 


https://www.artbava.com/exhibit/먹고사는-예술활동-당분간-糖分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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