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 May 10. 2019

머리를 감춘 사람들

코헤이 나와 <VESSEL>아라리오갤러리(홍대입구)~2019.7.21

*코헤이 나와 (Kohei Nawa, b.1975) 개인전



얼굴에는 외부 요소와 내부 요소가 있다. 외모와 이성이라는 두 가지가 그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처음 누군가를 볼 때 얼굴을 본다. 얼굴에는 감정에 의한 표정과 눈빛, 관상학에 의한 그 사람의 인상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만 외모지상주의가 이룩한 편견은 그 정보를 더욱더 신격화 해 버렸다. 이번 전시에서 인물군상의 오브제는 모두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부끄러운 듯,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애쓰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지우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감추는 그들의 행위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겨진 듯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머리의 뇌)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그 발전이라는 것은 물질문명에 대한 맹신과, 자본주의적 환상이 더해지면서 기형적인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얼굴을 감추는 군상들의 모습이 문명 이전 시대의 삶을 연상시킨다. 자연과 함께하며 살아온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는 듯하다.


 절망적인 듯, 고통스러운 듯, 그들의 군무는 슬픔이 느껴진다. 우리의 경직된 얼굴로 슬픔이 사라진 현재, 절도 있고 힘 있는 그들의 동작은 그 어떤 슬픔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듯하다.




이전 08화 선경이바를 먹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