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희개인전<phobophobia>소동스튜디오_2018년5월에
인간의 생활과 역사에 숨겨진 폭력성과 잔인함이 시각화되어 작품에 녹아 있었다. 애니메이션틱한 그림체는 그러한 잔인한 느낌을 반감시켜주기도 했는데, 그런 점 때문에 섬뜩한 이 그림을 반복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작가가 리얼리즘을 추구했다면 저토록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만약 그렇게 표현되었다면 내가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작가는 회화 작품에서 화면 구석구석까지 드러난 생채기를 꼼꼼하게 표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계의 폭력성은 아무리 자세하게 그려도 그 진실에 접근할 수 없을 거라는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애니메이션틱한 인물들이 조형물로 표현된 것은 실로 기괴한 느낌을 주었는데 마치 ‘이게 정말 가짜처럼 보이니?’ 혹은 ‘이게 진짜일까? 네가 사는 세상이 진짜일까?’ 그런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입구 옆에 살과 뼈에 쌓여서 얼굴만 드러낸 인물의 그림을 보면서 ‘클림트의 키스’가 생각났는데, 그것이 연상되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더 익숙한 일본인들이 이 작품들을 봤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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