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초기 (1): 내 연애가 특별했다는 생각버리기

초기 (이별 직후 ~ 3개월)

by 이제리프

첫 이별 통보를 받고 적어도 3달가량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첫 이별 통보 후 1달 동안은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헤어짐의 이유를 반복적으로 곱씹었고, 현실을 부정했으며, 재회와 이별에 관련된 모든 글을 미친듯이 읽어내렸다. 유투브로 타로도 엄청나게 많이 봤다. 일에 하나도 집중할 수 없었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세상은 한때 당연히 있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없어진 애인을 위주로 돌아갔다.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을지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그나마 환심을 살 수 있을지 매번 생각했다. 그전에 있었던 몇 번의 이별들에서는 항상 꽤나 쿨했던 나였기에 더욱더 어찌해야할지 몰랐고 그렇기에 더욱더 절망했다.


첫 이별 통보 후 3개월쯤이 되었을 때는 마침내 타지로 이동을 해서 살아가야만 했다. 이 때 그를 겨우 붙들어 잠시 재회했지만 금방 다시 이별을 당했으며, 그로 인한 충격과 난생 처음 살게 된 새로운 공간에서의 외로움이 겹치며 엄청난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실제로 그 기간동안 내가 사는 곳의 날씨는 극단적으로 나빴다 - 해도 잘 안뜨고 날씨는 매일 구름 한가득이었던 그 시절. 그즈음에는 외출했다 집에만 돌아오면 미친듯이 울기만 했다. 그 와중에 항의 한 번 없었던 이웃집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행인 것은 울다가 지친 덕분에 잠은 잘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타고난 한국인의 책임감으로 몸을 일으켜 겨우 일을 하러 갔다.


정말이지 끝없이 부서지기만 하던 절망과 어둠의 시간이었다.




왜 헤어짐에 그렇게나 미쳐버리게 된 걸까? 한번도 이렇게까지 최악으로 가본 적이 없는데. 정신이 들때면 뇌가 닳도록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도 지나간 상대가 내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5년 동안의 장기연애를 했고, 그 사람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으며, 홀로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는 동안 그는 내 곁에 머물러주었다. 당시 회사에서 입지가 굉장히 안좋았던 나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그에게 그렇게도 의지했다. 타지 생활 중이었기에 내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게 필요한 모든 역할들을 도맡았다 -- 남동생, 아버지, 스승, 그리고 애인까지. 그렇게나 의지했기에 나에게 그는 너무나도 특별한 사람이었으며, 이 시간이 지나가면 평생 받은 것을 갚아나가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처럼 아련한 추억에 빠져드는 순간 더욱더 수렁에 빠져들게 되며 실연의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이 수렁이 깊어다지보면 이 사람은 나의 운명이므로 절대 놓칠 수 없다는 허황한 현실 도피적인 결심까지 하게 된다. 이 심리 상태가 될 때가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다.


그 고통이 너무나도 괴로울 때 심지어는 인생을 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 날도 있었다.




이럴 때는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내 실연에 대해 말을 해버리게 되는 상황에 오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낯부끄럽지만, 그만큼 당시에 내 머릿속의 거의 대부분은 실연으로 차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행동들 덕분에 생각보다 장기연애를 하고 헤어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져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혹은 나도 좀 전에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졌어, 라는 답변이 굉장히 많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강렬한 고통의 시간 속에서 그것만큼 나에게 그것만한 위로는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는 80억 인구의 수많은 연애사에서 있는 정말 평범한 연애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나의 ‘특별한’ 연애는 그냥 ‘나만의’ 특별한 연애였다는 깨달음.


주변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경험을 발견하는게 가장 현장감이 있기는 하나, 정 나와 같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흑역사 (?)를 범하고 싶지 않다면 인터넷을 열고 이별과 같은 키워드를 쳐보기를 권한다. 혹은 네이트 판/블라인드에 있는 이별 게시판에 들어가도 좋다. 실연으로 정신 나간(?) 각종 사람들이 눈물로 써내려간 대서사시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을 차근히 읽어내려가다 보면 사실 내 연애와 이별은 정말 누구나 겪는 흔한 스토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럼 그것을 나에게도 거꾸로 돌려 질문해볼 수도 있다, EX와 내가 정말로 그렇게나 특별한 관계였는지.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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