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별 직후 ~ 3개월)
지금의 이별 전 나에게는 5번 정도의 이별이 있었다. 그 이별들은 대부분 서로 서서히 마음이 떠났거나 혹은 서로 간의 사정들로 인해 서로 이별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일어났다. 그래서 이별의 아픔이 보통 한 달 이내로 정리가 되었었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이전에는 왜 이별 노래들이 왜 그렇게나 슬픈지, 사람들은 왜 이별한 이에 대해 그렁그렁 사슴 눈망울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나였으므로, 실연의 후폭풍이 오래 지속되었을 때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처음 2주 동안 격렬하게 힘든 것은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래, 그 만큼 의지를 많이 했던 사람이고 참 오래 사귀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서 울기까지의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우울함이 느껴지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그것을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차오르는 분노와 우울을 느낄 때마다 자동적으로 넷플릭스로 가버리거나 운동을 함으로써 그 감정들을 환기하고 회피해버렸다.
그러나 이와 같이 외면하는 반응은 장기적으로 좋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무엇인가 검은 감정들이 가득 차 있어서 터져버릴 것 같은 감각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마음 속 어딘가 깊게 베어진 상처에서 피가 꾸역꾸역 솟아나서 마음의 공간을 서서히 채우는 것 과 같았다. 마음의 공간이 이 핏물로 가득차는 시점이 되면 욱신욱신하게 느껴지던 감각들이 어느 순간 먹먹한 느낌으로 바뀐다. 그럴 때는 모든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진 느낌이 들고 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졌다.
그때는 용감하게 자리에 앉았고, 감정 해소 명상을 틀었고, 감정을 그대로 느껴주었다. “감정 해소 명상” 이라고 유투브에 검색하면 이것저것 나온다 – 다 해보고 제일 맘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처음에는 억지로 쥐어짜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으나, 막상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그 고통스러움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 가슴이 그렇게나 찢어질 수가 있을까. 머리가 그렇게나 아프고 미쳐버릴 것 같을 수가 있을까. 신장 160 cm의 작은 몸에 어떻게 이렇게나 격렬한 에너지가 많이 축적되었던 걸까. 정말 집밖으로 다 들릴만큼 꺼이꺼이 울고나면 마음 속에 시원함이 느껴지고 그제서야 몸에 있는 에너지가 순환하며 스스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울고나면 또 중요한 것이 있다,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어주고 실컷 자기. 그렇게 고생한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정말 고생했다, 잘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여 준다. 그래, 오늘 또 그를 잘 내보냈구나.
헤어진 지 2주가 지난 시점이 되자 한동안 괜찮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에 관한 생각이 내내 떠오르긴 했지만 일상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었다. 그래, 이제 대충 끝났나보다, 기특하다!
그러나 6주 정도 지난 시점, 마법의 여성 호르몬이 날뛰기 시작한 시점과 더불어 이상한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 주에는 이상하게 화가 났고 외로웠으며 내내 다시 지나간 상대가 자꾸 꿈에 나왔다. 낮에도 마치 한밤 중에 어딘가 모를 곳을 헤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주 주말, 엄청난 무력감에 시달리던 나는 사실 이 모든 우울감이 여전히 내가 실연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실연의 감정은 여전히 거대하게 남아있었는데, 나는 내가 괜찮은 줄만 알았다.
그 날, 난 아직 실연을 극복 중이라는 생각을 인정했으며, 며칠을 또 눈물 바람으로 보냈다. 너무 많이 콧물눈물을 꺼내놔서 코 옆이 다 헐 때가지, 내 안이 깨끗한 청정지역이 될 때까지. 먹먹한 감정이 다 나갈 때까지.
언젠가 유투브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는 건 종이 두 짝을 풀로 붙이는 거고 이별을 겪으면 이 풀로 붙여놨던 두 짝의 종이를 억지로 떼어놓는 거라고, 둘이서 너덜너덜하게 떨어져나가는 거라고.
나는 그에게 5년 동안 붙어있던 종이인 셈이다. 이걸 억지로 부욱 떼어냈는데, 너덜너덜함의 강도가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 회복될 것이라고 그 기간을 마음대로 정해서는 안된다.
내 너덜너덜함은 장장 1년 반동안 지속되었다. 정말 길기도 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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