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별 직후 ~ 3개월)
이별이 괴로운 것은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결코 틀리지 않다 – 그로 인해 나는 행복했다 -> 그가 없어졌다 -> 내 행복의 큰 부분이 사라졌다 - > 따라서, 나는 앞으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 일견 타당해 보이는 (?) 논리에 빠진 것은, 삶은 계속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저 위의 논리는 ‘현재’ 상황에서는 결단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행복에는 정말로 많은 방법이 있으며, EX가 없더라도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가 내 인생에 들어오기 전에도 얼마든지 행복하지 않았었는가! 그러하니 EX가 없어질지어도 분명 나는 자기 자신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아무리 위와 같이 생각한다 할지라도, 미쳐 날뛰는 내 감정에게는 먹혀 들지 않았다 (아무리 사고형 T라고 해도 이럴 때가 있다). 이별 후 고통이 정말로 힘겨운 것은, 이성적으로 분명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그에 따라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실연에는 시간이 약이고 넌 곧 다시 좋아질거라는 말은 정말이지 들을 때마다 화가 났다.
오히려 나는 명상을 한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눈을 감고 지구라는 커다란 공간, 많은 국가와 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작은 점과 같은 내 삶을 생각했다. 또한 내 인생을 전반적으로 에둘러 보았다. 물론 그와 함께 한 5년은 내 삶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은 차지하나 그 앞에 나는 이미 30년을 넘게 살지 않았는가. 또 앞으로 8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40년이 더 남았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질 것인가! 혹시 모르지, 다음 애인은 차은우일지도! 그럼 EX와 헤어진 것에 감사의 108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아이고 그때 참 쓸데없는 눈물 낭비를 했군요, 그때 날 뻥차줘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이다.
꼭 정식적으로 명상을 하지 않아도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다. 눈을 감고 5년 후의 내가 어떨지, 10년 후의 내가 어떨지, 이렇게 조금씩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죽음을 앞둔 나를 상상하고 그때 내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았다. 그 때도 내가 지금 이 이별에 대해 생각하고 아파하고 있겠는가? 결단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상을 하기 어렵다면 종이에 직접 써내려가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나의 주변에 누가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등에 대해 세세하게 상상해서 쓰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지금 이 엄청난 고통이 결국에는 시간과 함께 묻혀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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