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이별 후 4 ~ 6개월)
내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라는 것은 실연 극복 관련 컨텐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실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작업을 잘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사고를 당해 피를 철철 흘리는 것과 같은 실연 초반의 상태에서 어떻게 미래의 나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 그러므로 내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단언컨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의 마음이 그러한 준비가 되었을 때 시작해야 한다. 신호탄이 되는 시점은 슬프고 우울한 이 상태가 버겁고 지긋지긋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다.
상상했다. 내가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을 수많은 일들 - 새로운 이성 만나기부터 시작하여 (그렇다고 당장 연애 시장에 뛰어들지는 말 것), 혼자 여행하기, 글쓰기, 미뤄놨던 책읽기, 그리고 나만의 부캐 가지기.
헤어짐과 동시에 너무 지나버린 혼기에 대한 불안에 대해서는,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경우는 항상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만약 EX와 결혼을 했더라면 분명히 이와 같은 꿈을 당연히 접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이 실연이 시련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또 당장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는데 집착할 필요가 없겠다는 마음 가짐은 이와 같은 가능성에 대해서 인지하면서 부터였다. 10년 후, 어쩌면 나에겐, 갑자기 차이고 싱글이 된 덕분에 사업을 시작했고 백억부자(?)가 되었어요, 호호호... 라는 인터뷰를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여튼 가능성은 열려있다, 나는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바 시간이 꽤 많기 때문에.
진실로, 우리가 싱글이 된 순간부터 삶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삶의 방향성을 누군가와 타협하지 않아도 되며, 그렇기에 내 삶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증식하게 된다. 단순히 실연의 감정에서 환기하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가지고 경험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혼자가 됨으로써 삶에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온전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실연했다는 것을 좀더 높은 차원에서 보면, 나는 작은 것을 놓고 더 큰 것을 쥐게 된 셈이다.
그러하니 방을 청소하고, 색색깔의 예쁜 과일과 요거트를 사서 스무디를 만들어먹자. 지금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이고 나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스스로를 다듬고, 정갈하게 단아하게, 새 출발을 할 준비를 해야지. 적어도 방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매무새를 다듬는 것만으로도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새로운 선택지들을 탐색할 기운이 조금은 들 것이다.
게다가, 다시 일어나 앞으로 더 먼 길을 가는 과정은 얼마나 고되고 즐겁겠는가. 그러므로 스스로에게 잘해 줄 필요가 있다. 한번 털고 일어나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