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팠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없었던 사람이 있겠냐만은, 유독 바삭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가만히 바라보며 온기를 주면 바스락대던 마음이 사뿐히 내려앉아 쉽니다. 이내 마음이 불러옵니다. 한 줌의 바람에도 들썩이며 부대끼던 마음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의 페이지 사이에 슬며시 꽂아둔 낙엽을 닮았습니다. 주황에서 갈색으로 번지는 그라데이션은 마치 노을 같아서 낙엽을 볼 때마다 지는 해의 황홀함이 떠오릅니다.
뜨는 해는 찬란하고 지는 해는 황홀하여, 뜨는 해를 바라보면 뭐든지 해야 할 의지가 샘솟지만, 지는 해는 마음을 내려놓게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괜찮다며 한없이 느긋한 표정으로 내려앉습니다. 하여, 함께 평온해집니다. 그래서 하루의 온기를 오래 머금고 있는 남서향의 집이 좋기도 합니다.
바스락대는 마음과 가을의 낙엽들, 그리고 지는 해는 그렇게 닮아있습니다.
마음을 바라봅니다. 곁에 있는 이들과 나의 마음,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편견 없이 가만히 바라봅니다. 마음을 바라보는 비용은 너른 품과 사랑, 그리고 믿음이겠지요. 알지만 어렵습니다. 혼자만 하는 짝사랑처럼 기대하지 않고 설렐 각오를 하지만, 사랑을 담을 때면 매번 넘칠 듯 출렁입니다. 되려 모자람이 여유를 줍니다. 삼분의 이 정도만 채우기로 해놓고 쉬이 돌아서질 못합니다.
이해와 공감이 되지 않을 때는 방향을 돌려 나를 바라봅니다. 시선을 바꾸면 너른 포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재촉하는 순간은 대부분 그러했습니다. 감정에서 빠져나와 다시 바라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순간들에 발을 동동 구르며 조바심을 내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바라봄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행여 통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전해집니다. 지금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시간에 결국은 알게 될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그 기나긴 여정은 결국은 나를 사랑하는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