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 "쓴 것을 가져오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주겠다." 나는 말보다 글을 믿고 글보다 행동을 더 믿는다. 장황하게 말만 늘어놓는 자문회의를 싫어하며, 선언적인 주장보다 그 주장에 이르기까지 내밀한 고민이 담긴 글을 원한다. 자신이 쓴 글대로 행하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벗하고 싶다. - 김탁환의《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중에서 -
1996~1997년으로 기억한다. 생도 시절에 김탁환씨 수업을 한 학기 동안 들었다. 김 작가는 당시 단기 학사 장교로 복무하며 해사에서 강의를 담당한 교관이었다.
'문학수업' 인가를 했었다. 재미없는 본인 소설을 읽힌 후 독후감 제출을 강요하는 식이었다. 배움은 만무 했었다.
그의 수업은 '전투력 복원' 시간이었다. 주로 잠을 잤었다.
배움은 배우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한참 뒤 깨달았다.
그는 아마 중위로 전역을 했을 것이다. 임관 후 정신없는 실무생활을 하며 이따금씩 그가 쓴 책들을 만났었다. 방송을 통해서 신간 출간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그 때마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었다. 강의듣는 수강생들 중, 열에 아홉이 잠들어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수업을 계속하는 장면이다. 아무도 경청하지 않는데도 자기 안의 문학세계를 잠잠하게 풀어내던 그 모습들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도착한 글이 김 작가의 글 이었다. 오래간만에 그를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소설이 주특기인 그가 마을에 관한 에세이를 쓴 모양이다. 전라남도 곡성 시골 얘기란다.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의 '농부과학자' 이동현 님의 이야기라고 한다. 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내게 시원한 산들 바람처럼 착착 불어 감기는 소식이다. 구해 읽어봐야 할 책이다. '농부퇴역장교' 양희봉 아닌가.
사관학교 생도시절 교관으로 만났던 김탁환 님이다. 깊은산속 옹달샘에 방문할 때마다 만났던 고도원 님이다.
이 두분을 통해서 차후에 이동현 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모든 참된 삶은 만남에 있다.”고 얘기한 것에 공감한다. 우리들의 삶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연속이다. 새로운 시대에 비대면 방식이라도 만남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평 #어우리 #세상만사의이유 #감사찾기 #必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