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에서 서글픈 날
나의 장점을 꼽으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에 발 딛고 서서 앞으로 나가려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내 장점은 빛을 발했다.
갑상선에 특화되어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다. 어쩌면 오랫동안 다녀야 할 수도 있으니 집 근처에 있는 내과 위주로 알아보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결국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학병원 내분비내과에 예약을 했다. 차분한 인상을 가진 교수님은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시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시며 차트를 작성하셨다. 그리고는 내 목을 만져보셨다.
"침을 꿀꺽 삼켜 보세요. 그렇지. 어? 혹이 하나 만져지네요. 혹시 나쁜 걸 수도 있으니 초음파 한 번 보세요."
사실 "혹시 나쁜 걸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지나치듯 아주 작게 말씀하셨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흘려들을 정도로. 그런데 진료실에서 나오자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초음파와 피검사를 하라는 주문에 검사 예약을 하러 갔다.
"피검사는 오늘 하실 수 있는데 초음파는 3주 뒤에나 가능하겠네요. 예약이 많이 밀려있어서요."
3주라니? 이 찝찝한 마음을 안고 3주나 기다릴 수는 없었다. 빨리 검사를 받고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동네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작은 외과 병원을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오늘 초음파 볼 수 있나요? 원장님들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잡아주세요!"
두 시간 후에 오라는 대답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모든 것이 분명해 지기까지 두 시간. 대학 병원에서 검사받을 병원으로 걸어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뜻하게 내리쬐고, 벚꽃은 활짝 피어 바람이 불 때마다 촤르륵 떨어졌다. ‘서글프다’라는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한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마음은 이미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만 같이 불안한데 날씨는 내 마음도 모르고 화창하기만 했다. 마침 길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마 사람들이 많았어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운다는 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아 참아보려고 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나쁜 예감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