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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3. 이거 실화냐?

인생이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급히 예약했던 병원에 방문했다. 마침 친한 동네 친구와 저녁 약속을 했던 참이라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갔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피검사를 했더니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의심된다고 해서 왔습니다.”     

혹이 만져져서 왔다는 말은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일단 좀 보죠.”     

목 부분이 볼록한 베개를 베고 누웠다. 미끌미끌한 젤을 바르고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다. 선생님은 여기저기 구석구석 살펴보시며 캡처를 하셨다. 뭔가 보이는 덩어리의 길이를 재기도 하셨다. 전에 다른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도 여기저기 찍으셔서 겁을 잔뜩 먹었었는데 결론은 ‘이상 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혹시 오늘 저녁에 일정 있으세요? 지금 조직검사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몸도 일으킬 새 없이 침대에 누운 채로 세침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저 네, 네 대답할 뿐이었다.     


세침 검사는 작은 바늘로 혹을 찔러서 세포를 흡입하고 그 조직을 검사해서 혹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별하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이다. 초음파 기계로 혹의 위치를 보면서 주사 바늘로 찔러 세포를 긁어냈다. 마취를 해주셔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목을 바늘로 찌르고 흔드는 그 느낌은 꽤나 불쾌했다. 게다가 선생님의 진지한 표정에 마음은 한층 더 불안해졌다. 드디어 불쾌하고도 불안한 시간이 끝나고 진료실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오늘 누구랑 같이 오셨어요?”     

‘원래 환자가 누구랑 왔는지까지 물어보나?’ 싶었다. 심장은 이제 콩닥콩닥을 넘어서 쿵쿵쿵쿵 정신없이 뛰었다.     

“아, 오늘 친구랑 같이 왔어요.”     

“결과는 4일 후에 나옵니다. 그때는 보호자와 같이 오세요.”     

“…?”     

“여기 이 부분이 혹이에요. 크기는 2cm정도 되고요. 모양이 나빠서 암일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미리 병원을 좀 알아봐 두시면 좋겠어요. 원하시면 저희가 외래를 잡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아 선생님, 저는 항진증이 의심된다고 해서 온 건데요...”     

“지금 항진증이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결과를 봐야겠지만 크기가 작지 않아서 수술을 미룰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며칠 뒤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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