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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16. 2021

배변패드 없는 배변훈련

새끼 강아지와의 일주일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기 강아지가 똥, 오줌 못 가리는 거야 당연한 이야기고 문제 될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이 기간을 더 힘들게 보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배변훈련"은 집 안 특정 공간(배변 트레이와 같은)에서 볼일을 보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실외'에서만 볼 일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소변이든 대변이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폭풍우가 치든 간에 예외 없이 집 안에서는 볼일을 보지 않게 하는 것.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배변 훈련이 중심이 되다 보니, 건강한 성견이 배변 패드를 사용하면 마치 다 큰 어린이가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처럼 낯설게 여긴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안에 배변패드를 두고 생활하는 것에 반감은 없었는데,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끼리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어울리는 일이 많은 스웨덴 생활에서 실외 배변 훈련이 되지 않은 강아지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파트너의 주장대로 실외 배변 방침에 동의하게 되었다.



실외 배변을 유도하고 훈련하는 데 있어 핵심은 "강아지가 변의를 보이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볼일을 보기 시작한 와중에라도) 즉각 들어올려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데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강아지가 한 시간에도 서너 번씩 오줌을 눈다는 것에 있었다. 10분 전에 나갔다 들어와서 발부터 닦이고 숨 좀 돌리려는데 또 자세를 잡으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아무리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안 된 강아지라지만 너의 방광은 정말 이게 한계인거니... 



이 배변 훈련의 성과를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태에서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것까지 추가돼 강아지를 데려온 지 일주일만에 육체적인 피로가 급격히 쌓여가고 있었다. 덩달아 당초 실외 배변 방침에 합의 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처럼 집에서 배변시키면 안 되냐 주장하는 나와, 아기 때부터 예외를 두지 않고 훈련해야 전체 훈련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맞서는 파트너 사이에 의견 충돌이 격렬해지고 있었다. 



우선 우리 강아지는 소변을 보는 빈도가 너무 잦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물을 마시고 싶어 했다. 배출한 다음 수분을 다시 보충한 후 또 다시 배출하는 일이 하루종일 무한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물을 제한적으로 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의 편의를 위해 한 생명의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었다(스웨덴에서 강아지 보호자는 강아지에게 신선한 물에 접근할 권리를 하루종일 언제든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의무화 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피로와 스트레스가 끝 모르고 깊어갈 무렵, 우리는 웹으로 상담할 수 있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일반 동물병원은 방문 접수만으로도 기본 800kr(한화 약 십만 원)가 드는 반면 First vet이라는 앱 기반의 동물병원은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접근도 용이하니, "원래 이런 건가요?" 하는 질문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전화 연결이 되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루에 물을 마시는 양, 그리고 쉬를 하는 횟수에 대해 듣고 난 전화상의 수의사님이 말했다. 



"아무래도 신장(kidney)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생각 이상으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통화를 끊은 우리는 즉각 강아지 신장 문제에 대해 검색해 보았는데, 갈증을 많이 느껴 물을 자주 마시게 되면서 소변 횟수도 빈번해진다는 설명을 읽고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걱정이 하늘을 찌르는 그 순간에도 물을 마시고 15-20분 간격으로 오줌을 누는 강아지를 보며 지치고 염려되는 마음에 눈물이 말 그대로 줄줄 났다. 엊그제 데리고 왔는데, 오래 기다려서 만난 귀한 강아지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날 밤도 낑낑거리는 아기 강아지 옆에 누워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강아지를 품에 안고 동물병원에 찾아 갔다. 증상을 이야기 하니 삽처럼 생긴 노란 깔때기와 작은 플라스틱 물병을 건네 받았다. 소변검사를 해야 하니, 강아지가 소변을 보려 하는 찰나를 포착해서 이 깔때기를 밑에 재빨리 가져다 대라는 설명과 함께. 시도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상상할 수 있겠지만, 일 보려는데 누가 끼어들면 사람 아닌 강아지라도 놀라서 멈추기 마련인 데다 피하듯 움직이게 되니까...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채취한 오줌은 오염되지 않도록 냉장고에 차게 보관해 두었다가 3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가져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다음 날 소변검사 결과는 요로감염증(UTI)으로 나왔다. 요도에서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왔으니 굳이 지금 신장검사는 해볼 필요가 없고, 우선 염증 치료부터 한 후 증상의 변화가 없으면 그때 다른 검사를 해보자는 게 수의사님 소견이었다. 걱정했던 신장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말만으로도 기뻤고 안도감이 들었다. 진료비를 계산하려는 순간 청구금액에 잠시 심장이 두근두근 했던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진료와 소변검사, 약을 타오는 데까지 이틀 사이 40만 원가량을 냈다. 가입해 둔 강아지 보험이 얼마만큼 실비를 커버해 주는지 모르겠지만, 첫 주차부터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현실감각이 확장되고 있었다.



강아지용 약을 먹기엔 몸무게가 부족했던 우리의 생후 8주차 아기 강아지는 햄스터용 약을 처방받았다. 지금은 염증 있는 곳을 핥아 오염시키지 않도록 플라스틱 넥카라를 얼굴에 씌운 상태인데, 이 또한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고양이용을 샀다. 먹는 약 이외에는 마시지용 젤도 처방받았는데 저녁마다 따뜻한 물에 해당 부위를 씻겨준 후 젤을 발라 마사지 해주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날 저녁 비장한 얼굴과 조심스런 손길로 아기 강아지를 마사지 해주면서, '와 내가 별 걸 다하고 있네'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한 번 강아지 보호자로서 감당하게 되는 역할의 깊이와 범위를 실감했다. 



한편, 생후 두 달 갓 넘긴 새끼 강아지라서 좋은 점도 없지는 않다. 우선 어린만큼 아직 무딘 면도 있어서 넥칼라를 머리에 끼고도 불편한 줄 모르고 잘 지낸다. 넥칼라를 끼우고 뺄 때마다 보상으로 먹을 것을 줬더니, 넥칼라를 손에 들 때마다 되려 머리를 빨리 집어넣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 외 한창 클 때라 먹성이 좋은 반면 입맛은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약조차 없어서 못 먹는다는 기세로 잘 받아먹는다. 초반인 지금은은 브리더의 조언을 따라 사료 반/분유 반을 급여하고 있는데, 확실히 사료보다 엄마젖에 가까운 분유에 더 환호한다. 그 좋아하는 분유에 약을 풀어도 냄새가 거슬리지 않는 건지 아무 의심 없이 잘 먹는다. 좀 더 크면 약 냄새를 알아서 안 먹으려고 머리 쓴다던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서 수월하다. 그래서 더 안쓰럽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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