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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18. 2021

강아지와 다투는 날들

생후 세 달 된 강아지 트레이닝

하루 종일 강아지랑 싸운 기분이다. 



이 아이가 자기 성질 그대로 하나도 참거나 양보하려 하지 않고 고집 있게 행동할 때 내가 얼마만큼 절도 있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 규칙을 제시하는 옳은 전달방법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태어난 지 3개월 차가 되자 강아지는,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해야 할 때(외출 전 목줄 매는 것, 외출 후 발 닦는 것 등) 입을 이용해서 내 손을 앙앙 공격하려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주 어리니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 위험한 순간에는 내가 힘으로 강아지를 제압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강아지와 나 사이에 신뢰형성도 요원해질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아이의 기분에 공감하면서도 이 집에서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규칙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또 사람이건 동물이건 나 좋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싫은 것도 참고 견디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아직 소통의 장벽(나의 트레이닝 지식, 의사 전달 방법, 서로 간의 신뢰 모두 부족하다)이 있으니까 내가 하는 행동이 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다.


 

요전 날 내가 삼 개월 된 강아지 때문에 엉엉 울었다면, 내 파트너는 오늘에서야 그날의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경험한 것 같았다. 이 작은 털 뭉치를 무척 사랑하지만, 이 애가 보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좋을지 당황스럽고 너무 걱정스럽고 괘씸해서 화가 나는 그런 기분 말이다.
 


강아지 훈육에 대한 내 고민을 듣고 난 스피케(친구네 5살 욜키) 엄마는 말했다.

“이런 싸움은 앞으로 1-2년 동안 수차례 겪을 것이고 피해 갈 수 없을 거야. 강아지는 계속해서 너희에게 도전을 해 올 거고, 어디까지 허용될지 혹시 이길 틈은 없을지 시험하는 모습을 보일 거야."

그녀가 또한 강조한 것은, 강아지가 이해하고 따라와줄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훈육해야 하고, 또 강아지가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우리가 더 강하고 흔들림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들었다.



훈육 방법과 타이밍, 강도에 대해 고민하며 파트너는 스피케의 훈육에 차용했다는 시저 밀란 비디오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가 영상을 찾아보는 동안 나는 오늘 그가 느낀 감정에 위로를 표하고자 슈퍼마켓에 달려가 초콜릿, 라크리스, 칩스 등 달고 짠 것들을 모아 왔다.




얼마 후 기분이 풀린 파트너는 근처에 다가온 강아지에게 먼저 하이톤으로 말을 붙였다. 둘이 화해하는 걸 보고서야 나도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그날 저녁, 시저 밀란 영상을 이것저것 훑어본 파트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아지를 엄하게 다루는 트레이닝 방식이 스웨덴의 상식(과 법)에 부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람을 양육할 때도 그렇지만, 강아지에 있어서도 훈육 기조와 방식은 가정마다 또 트레이너마다 매우 다양해질 수 있다. 많은 선택지가 있겠지만 그는, 엄격함과 힘의 제압 사이에서 헷갈리지 않는 훈육을 하고 싶어 했고 나 역시 그에 동의하는 바였다. 우리는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트레이닝을 우선하고 싶다.
 


그간 이 강아지의 성격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따뜻함, 다정함을 바탕으로 우리 사이의 유대감(bonding)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 집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대해 하나씩 명확하게 알려주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전하며 필요하다면 단호함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처음 파트너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서로를 배우고 맞춰가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그때처럼 강아지와도, 같이 살기 위해 서로 알아가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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