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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Jun 27. 2021

길에서 아무거나 주워먹는 강아지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였다2

우리 강아지는 밖에 나가면 똥을 그렇게 주워 먹었다. 당연히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적절한 대처방법에 대해 숙지가 되어 있지 않았다. 



2-3개월, 아직 2.1kg일 때 우리가 취한 방법은 그냥 무작정 얘를 붙잡고 입을 벌려서 똥을 빼내는 것이었다. 한 두 번 영문도 모른 채 당했던 강아지는 3개월이 되던 순간부터 화를 미친 듯이, 정말 정신 나간 것처럼 내기 시작했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잇몸을 보이며 으르렁거리고 마침내 우리 손을 물어버리는 일이 두어 번 반복되었을 때서야 겨우 알았다. 이게 아닌 것 같다...



그 뒤로 강아지는 양치를 시키기 위해 턱을 잡고 입 주변을 만질 때도 으르렁거렸고, 밖에 나가면 혹시 우리에게 빼앗길까 봐 눈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입에 넣고 꿀꺽 삼켜버리는 행동을 보였다. 위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맘때쯤 강아지의 똥에서 나오면 안 될 것을 발견한 적도 정말 많았다. 우리의 대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백했다.



그 뒤로 우리는 이렇게 하기 시작했다.

1) 산책 중에 특정 방향으로 뭔가에 이끌린 듯 줄을 끌거나 한 곳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킁킁킁 소리를 내며 파고들기 시작할 때는 흐름을 끊어주기. 그 끝에서 발견하는 것은 내 강아지가 먹지 않았으면 하는 것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보호자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냄새 맡으며 걷는 행위와는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보다보면 감이 온다.

2) 진짜 먹으면 안 되는 것(예컨대 플라스틱 조각 같은)을 먹었을 때가 아니고서야 입 안에 든 것을 직접 빼내는 시도는 하지 않기. 진짜 위험할 때 쓸 수 있는 최후 방편으로 남겨 둬야 한다.

3) 밖에 나가서 걸을 땐 아주 맛있는 간식을 상시 휴대하며, 언제든 꺼내기 쉽게 가지고 다니기. 강아지가 먹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다가가거나 입에 넣었을 때, 이 간식을 강아지 주변에 확 뿌려주면 강아지는 고민한다. 이 경우, 먹는다고 죽는 것은 아닌데 안 먹었으면 하는 것(이를테면 빵조각 같은)은 그대로 삼켜버리지만, 진짜 먹으면 안 되는, 막상 입에 넣어보니 음식이 아닌 것은 스스로 뱉어 내고 내가 뿌린 간식을 주워 먹는 쪽을 택하게 되더라. 이것만으로도 들춰 업고 동물병원을 향해 달음박질쳐야 하는 상황을 많이 예방할 수 있었다.

4) 끝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 주고 있는 사료의 양과 영양이 충분한 지 살피기. 배가 고파서 아무거나 주워 먹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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