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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로 Jan 13. 2024

사랑해야 하는 것들

나도 그렇듯 너도 그렇다

바닷가 한 겨울에 찬 바람이 불면 코 끝이 찡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들고양이들의 방황처럼, 사랑이 부족한 노인들의 겨울은 헛헛할 뿐이다. 농촌과 어촌에서 살아가는 노인이나, 도시의 허름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겨울은 그래서 더 춥다. 그 한 많은 과거를 회상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금 70대 이상 노인들의 젊음은 위로는 부모에게, 아래로는 자식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불태웠던 시기이다.


시부모의 시집살이에 몸과 마음을 다해서 순종하며 따랐고, 남편의 가부장적인 권위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알뜰살뜰하게 집안 살림을 해냈던 어머니. 어머니의 본능은 여인이었다. 예쁜 옷도 입고,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서 화장품도 바르고 싶은 여인들의 본능을 억누르고, 먹고살기 위해서 마다하는 일도 없이 억척 같이 일을 해야만 했다. 손가락은 휘고, 허리는 굽고, 관절은 닳아서 삐걱거리는 노인이 되면 그래서 더 서럽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어머니로 불리지만 지금은 혼자 뿐. 북풍한설 몰아치는 동지섣달 기나긴 밤에 신음소리 애달프다. 남편의 사랑도, 자식들의 효도도, 손주들의 재롱이 그립기만 하다. 그립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 생각나는 것, 그것마저 사치라며 묵묵히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힘이 넘치던 젊은 날에는 삶의 모든 것이 운명이라며 묵묵히 살아내며, 아낌없이 퍼주었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샘은 아직도 샘물이 가득한데 이토록 한 없이 외로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관심(無關心).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끌리는 마음이나 흥미가 없음"을 뜻 한다. 청춘들의 끌리는 마음이나 흥미는 무엇일까. 지금의 노인들이 청춘이었을 때는, 끌리는 마음은 '위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노인들에게 흥미는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지금의 청춘들에게 끌리는 마음은 '명품'이며, 흥미는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노인들한테는 무관심하다. 노인과 젊음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전혀 다른 객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남편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아득한 옛날 남편과의 첫 만남에 설레었던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이 술을 먹고, 도박을 하며, 바람까지 피워서 혼자서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어머니. 허리띠 졸라매며 억척 같이 돈 벌어서 자식들의 앞날은 자신처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어머니. 대학 졸업시키고 장가보내니 남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한겨울 찬바람 때문에 기침소리 들려오는 어머님 방에 전화 한 통 해보면 어떨까.


다가오는 설날에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랑 어머니, 아버지 모두 모여서 웃음꽃 피워보자. 어머니, 아버지에게 세배하고 용돈도 두둑이 챙겨 드리자. 내가 받은 사랑만큼, 부모님에게 사랑을 돌려 드리는 것은 큰 효도이다. 그리고 내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자식에게 사랑받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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