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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Sep 28. 2024

멕시코 공항의 캡슐 호텔

쿠바 여행기 1일

2023.11.26. 일요일

드디어 밴쿠버를 떠난다. 이곳에서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가 되어 5개월 동안 살았다. 해외에서 살아본 첫번째 경험이라 그런지 밴쿠버에 정이 너무 많이 들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 너무 좋은 자연 환경. 익숙해진 거리, 익숙해진 생활 방식... 이제 여기를 떠나 다시 여행자가 되려 한다. 과연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첫날은 오직 이동만 했다. 밴쿠버에서 멕시코 항공을 타고 경유지인 멕시코시티로 갔다. 나는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느라고 짐을 부치지 않는 좌석을 구매했다. 기내용 트렁크와 작은 배낭을 끌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 일찌감치 줄을 서 있으려니까 직원이 짐을 부치길 원하면 무료로 부쳐주겠단다. 아마도 비행기 짐칸에 여유가 있나보다. 혹시 멕시코 공항에서 짐을 찾아야 하면 더 귀찮을 것 같아서 망설이니까 (어떤 여행 후기에서 멕시코 공항에서는 무조건 짐을 찾아야 한다고 읽었음) 직원이 짐은 최종 목적지인 쿠바에서 찾으면 된단다.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들은 것인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비행기표 확인하는 동양계 직원이 한국말로 짐은 쿠바에서 찾으면 된다고 말해준다. 오잉? 알고 보니까 그 분은 한국사람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여행의 출발부터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 


오후에 탄 비행기는 멕시코시티에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해서 잠깐이라도 눈을 부치기 위해 공항 내에 있는 캡슐 호텔을 미리 예약했다. 옛날 같으면 그냥 공항에서 노숙했겠지만 이제 내 나이를 고려해서 호텔을 잡았다. 사실 캡슐 호텔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캡슐 호텔은 처음 이용해본다. 살다살다 별 경험을 다하게 되네. 

비행기에서 내려 일단 입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경유하는 사람도 다 거쳐야 한단다. 그런데 그 줄이 어마무시하게 길다. 결국 여기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했다. 옆에 전자로 해서 뭔가 빨리 통과하는 게이트가 있었는데 가서 물어보니까 안된단다.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사전에 전자로 입국신고서를 쓴 사람만 통과하는 것인가? 그냥 추측이다. 말이 너무 안 통한다. 직원이 영어를 하는 것 같은데 그 발음을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 밴쿠버에 있는 동안 나름대로 남미쪽 사람들의 영어 톤에 익숙해졌는데도 여기서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이래서 남은 여행이 잘 될까 싶다. 어쨌든 길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려니까 많이 힘들다. 줄 서는 곳에는 기댈 곳도 없어서 더 힘들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나왔다. 곧장 캡슐 호텔(izZzleep Aeropueto Terminal 2)을 찾아 나섰다. 입국장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서 공항의 제일 끝에 건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물이 있다. 거기에 있는 호텔을 겨우겨우 찾아갔다. 미리 여러 후기를 읽어서 대충 위치를 파악해 두길 잘 했다.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들도 잘 모르더라. 

캡슐 호텔은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룸의 변형이라고 보면 된다. 잠자는 공간이 따로 있고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 공간이 따로 있다. 샤워실 옆에 사물함도 별도 있어서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잠자는 공간은 이층침대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된다. 아래칸과 위칸이 있고 각각 문이 있는데 열면 그 안에 성인이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의 침대 공간이 있다. 옆에 거울과 환한 조명, 천정에는 이동식 텔레비전까지 있다. 나름 있을 건 다 있다. 다만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아서 주변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 밤 비행기와 새벽 비행기가 많아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잠을 아주 푹 자기는 어렵다.



밤 12시가 넘어서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음도 안되고 화장실도 멀리 있는 불편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공항에서 노숙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따뜻한 공간에 편히 누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멕시코 공항에는 와이파이가 여러 가지가 뜨는데 그냥 뭐든 잡히는 대로 연결하면 된다. 뭔가 동의하라는 것이 나오는데 뭔지 모르지만 그냥 그러라고 눌렀더니 연결이 되었다. 보안이 취약해서 위험할 수도 있겠으나 인터넷 분리 불안인 나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별탈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느리기는 어마무시하게 느리다. 여기 호텔에서 별도의 와이파이를 제공하는데 속도는 공항 와이파이 보다는 나은 듯해서 그럭저럭 이용할만 했다. 

이렇게 여행의 첫 날이 지나간다. 밴쿠버가 벌써 그리워진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학원에는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왔겠지? 내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기숙사 친구들은 뭐하고 있으려나? 아! 나의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화,목,토 연재를 화,목,토,일 연재로 바꾸었습니다. 10월22일 연재 완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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