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2023.10.16. 월요일 [무너지지 않는 젠가]
문법 시간에 점쟁이, 기상예보, 정치가, 졸업연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미래시제를 활용한 발표를 했다. 나는 기상예보를 선택해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 주 이렇게 세 가지 시점에 따라 현재, 단순미래, 미래진행 시제를 사용했다. 한 브라질 학생은 점쟁이를 선택했는데 옆자리 학생을 대상으로 미래를 예언했다. 상대의 손바닥을 보면서 이 라인은 생명선, 이 라인은 재물선, 이 라인은 연애선이라고 하는 것이 어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서양 친구들도 은근히 이런 점을 보는 것을 재밌어 한다. 사람 사는 동네는 비슷비슷하다.
미래시제에 대한 연습문제를 풀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잘 따라갔으나 중간부터 어려워졌다. '마사'는 처음에는 시간도 좀더 주고 다시 한번 답도 확인시켜주더니 중간부터 빨라졌다. 진도를 끝내고 컴퓨터로 하는 게임 활동을 하려고 빨리 진행한 것 같다. 교재를 덮고 화면의 QR 코드로 접속하란다. 오늘은 튕기지 말고 참여해야지. 그리고 잘 안보이는 사람은 앞으로 의자를 가지고 나오란다. 나랑 내 옆의 친구가 의자를 가지고 앞쪽으로 나갔다. 그래. 나 혼자만 안보이는게 아니었어. 오늘은 끝까지 풀었다. 문제 범위는 간단한 시제부터 시간 표현, 의문문 구조 등으로 다양했다. 교사는 이번 게임에서 1등, 2등, 3등 학생에게는 레벨 테스트에 특별 점수를 주겠단다. 와! 이러니까 다들 경쟁적으로 열심히 한다. 늘 그렇듯이 잘하는 학생들이 순위를 휩쓸었다. 내 이름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나마 꼴등은 아닌 것 같다.
듣기 시간에는 금요일의 2분 발표 과제를 예고했다. 이번 주제는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뉴스를 하나 골라서 듣고 그것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추가해서 말하란다. 발표 주제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단어 매칭 활동 후에 듣기 활동을 했다. 이번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내용을 듣고 주어진 문제를 문장으로 써야 한다. 에고, 어려워라. 그런데 어렵다고 느낀 것 치고는 그런대로 내용을 맞게 썼다.
회화 시간에는 나이가 지긋한 보강 교사가 들어왔는데 이름은 '벤'이란다. 오늘은 젠가게임을 했다. 젠가는 막대기를 지그재그로 쌓아놓고 중간에 있는 막대기를 하나씩 뽑아 위에 쌓다가 누군가가 무너뜨리면 지는 게임이다. 다만 영어회화 연습용이라서 자신이 뽑은 막대기에 쓰여진 질문에 대해 말하는 활동이 더해진다. 질문은 비교적 무난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자신의 나라에서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해 보라 등등이다.
내가 뽑은 첫 번째 문제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여기에 대해 논쟁이 붙었다. 대부분 10대, 20대의 어린 친구들은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어릴 때는 당연히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게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은 현실적으로 남녀가 친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남자와 여자는 생각구조가 다르다고 했다. 그러자 나의 칠레 친구 '안토'가 발끈해서 아니라고 자기 주변에는 많은 남자와 여자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벤'은 아직 너희 나이 때에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점차 크면서 남자는 결국 여자를 만나면서 섹스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헉. 매우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구나. 여기는 이런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 이야기하는구나 싶다.
여러 다양한 질문들에 답을 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젠가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랑 '안토'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아래쪽 젠가를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끝까지 넘어지지 않았다. 결국 수업을 끝낼 때까지 젠가는 무너지지 않았다. '벤'은 학생들이 아주아주 잘했다면서 너희가 모두 우승자라고 했다. 젠가가 무너지지 않고 수업이 끝나자 다들 좋아했다. 우리는 다 같은 마음이었다. 이 회화수업 친구들과는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개인적인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 끈끈하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문법 시간에 느낀 것처럼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한 마음이 든다. 레벨 업을 통해 이런 교실로 오게 되다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원래 월요일에는 extra 수업이 없었는데 이번 달부터 새로 생겼다. 이름하여 '관용어와 속어' 수업이다. 자주 사용되는 영어 구문 표현들이나 속어 표현들을 배우는 시간이란다. 이 수업은 레벨이 구분되지 않고 하나만 개설되어서 그런지 교실이 꽉 찼다. 더 들어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었으나 자리가 없어서 결국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빨리 와서 자리를 맡아두길 잘 했다.
교사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자기는 옆 건물에서 수업을 한단다. 그녀는 우선 영상을 통해 관용어 10여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Hit the sack(자러 가다), Call it a day(이제 그만 쉬자) 등을 배웠다. 여기 재밌는 표현이 하나 더 있다. Break a leg는 직역하면 '다리를 부러뜨려라'인데 의미는 '행운을 빌어준다'는 의미란다. 왜 이런 의미냐고 물으니까 그냥 그렇단다. 하긴 그러니까 관용어지.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숙제와 복습을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메기'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나는 슬쩍 나와서 오늘 수업에서 배운 관용어를 사용해서 이제 Hit the sack(자러 가다)할 거냐고 물었다. 그녀는 sack이 Just a sec(잠깐만)의 sec와 발음이 비슷해서 헛갈리기 쉽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메기'의 발음을 들어봤는데 나는 구분을 못하겠다.
우리가 관용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새로 이사온 학생이 들어왔다. '야니'는 멕시코 사람인데 오늘 오후에 도착했단다. '메기'와 나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신나서 그녀에게 공용 식기 두는 곳, 냉장고 자리, 화장실 사용 등에 대해 안내했다. 주로 '메기'가 안내하고 나는 거드는 정도였다. '야니'는 영어를 겁나 잘해서 '메기'와 어려움 없이 소통한다. 그녀는 '메기'와 같은 학교이고 전공은 에니메이션이란다. 여기저기 집 소개를 하고 나서 서로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데 일본 친구 '카나'가 방에서 나왔다. 그녀와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메기'가 토요일 저녁 6시에 앞집 친구들이 와서 가벼운 수다 모임을 하는데 다들 원하면 함께 하자고 했다. 이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수다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우와, 우리의 토요일 수다 모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카나'는 나에게 언제 여기를 떠나는지 묻고는 내가 떠나기 전에 다 같이 한번 나가서 놀자고 했다. 나는 너무 좋지. 그래서 주말에 시간을 맞추어 보기로 했다. 이래저래 나는 주말에 계속 바빠질 것 같다.
2023.10.17. 화요일 [새로운 시도]
아침부터 나는 부지런히 질문을 했다. '마사'에게만 질문하면 그녀가 너무 힘들까봐 공부 잘하는 학생 두 명에게 하나씩 질문하고 '마사'에게 2개를 질문했다. 대충은 알고 있지만 좀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은 것들과 문맥이 잘 파악되지 않는 것들을 질문했다. 답답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오늘은 미래 완료와 미래 완료 진행을 배웠다. 미래 시제에도 완료와 진행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윽, 뭐가 이리 복잡하냐? 연습 문제 풀기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특히 어떤 문제는 내가 예상했던 문장 구조가 아니라서 당황했다. 내가 썼던 답이 다 틀린 것 같아서 수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풀어보기로 했다. '마사'가 설명하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질문할 타이밍을 놓쳤다. 내일 아침에 또 '마사'를 괴롭혀야겠군.
듣기 수업은 패턴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두 번만 듣고 문제를 풀거나 문장 통째로 받아쓰기가 아직도 힘들지만 덕분에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문제는 주로 절반 정도 맞춘다.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내용으로 듣기와 단어 익히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나저나 금요일 발표를 위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영어 뉴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건 언제 듣고 어떻게 요약하냐? 오늘 할 수 있을까? 지금 문법 수업과 쓰기 수업에 밀려서 듣기 수업의 발표 준비를 할 틈이 없다. 너무 바쁘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문법 복습에 들어갔다. 오늘 멘붕이 온 문제를 한국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 같아서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제대로 풀었으나 교사의 첫번째 정답 풀이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교사가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내가 잘못 푼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한번 당황하면 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는 병이 다시 도졌다. 정신 차리자. 당황했을 때 평정심을 찾고 침착하게 생각하자.
회화 수업에서 '안젤라'가 어제 교사 회의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이 학원은 수십년간 이어온 수업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 여기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법, 듣기, 읽기와 쓰기, 발음, 회화 이렇게 5가지 과목을 나누어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언어 교육의 추세가 분절보다는 통합을 지향하고 있어서 다른 학원들에서는 통합 수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학원의 운영진 측에서 이번에 통합형의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교재를 제시했다. 그러나 교사들이 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단다. 운영진이 제시한 것은 오전 3시간을 한 명의 교사가 통합 수업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오후에 문법과 회화 과목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첫째는 교재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분량이 많아서 진도 나가기 벅찰 것 같다는 점이다. 둘째는 오전 3시간을 한 명의 교사에게 배우도록 하는 방식이 우리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안젤라'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다. 오전 내내 한 명의 교사에게 수업을 들으면 어떨까? 대부분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교사 중에 비선호 교사가 있는데 그 교사에게 배우게 되면 어쩌냐, 같은 교실에서 내내 있으면 지루할 것 같다, 교실을 이동하면서 여러 국적의 친구들을 만들게 되는데 그건 어쩌냐 등등의 의견이다.
교사는 나에게 특히 어떻게 생각하냐고 자세히 물었다. 전직 국어교사라서 나의 의견이 궁금한 모양이다. 요즘 언어 교육이 통합을 지향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게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 공부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영어를 배우는 나의 경우, 문법 레벨과 나머지 레벨이 다르다. 내가 본 바로 학생들마다 과목별로 레벨이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들을 하나의 교실에 묶이면 분야별로 서로 다른 레벨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지? 그리고 통합 교육이 좋다해서 그것을 전체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극단적이다. 절반 정도는 통합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분절해서 수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운영진에서 제시한 것이 오전 통합, 오후 분절이지만 오전 3시간은 너무 길다. 웬만한 블럭 수업은 2시간이 최대치라고 본다. 나는 이런 논지로 말했다. 영어로는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는데 '안젤라'가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이런이런 의미냐고 되물었다. 그래. 맞아.
한바탕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안젤라'는 우리에게 그룹별 발표 주제를 주었다. 목요일에 발표할 것이고 준비할 시간을 주겠단다. 주제는 캐나다 여행 계획 세우기다. 다만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너무 많이 알려진 곳(밴프, 빅토리아, 휘슬러)은 제외, 1인당 여행 경비는 1,000캐나다 달러(약 100만원), 여행 기간은 3~4박 일정. 이런 조건이 주어졌다. 그러면서 3인씩 팀을 묶어 주고는 지금 어디로 갈지 검색해서 의논하란다. 어느 팀이 먼저 정해서 외치는 장소는 다른 팀에서는 제외하란다. 다들 갑자기 급해졌다. 우리 팀은 '스콰미시'라는 곳으로 정했다. 밴쿠버에서 셔틀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라 이동 경비도 절약할 수 있고 그곳에는 곤돌라, 하이킹 코스, 박물관 등이 있어서 볼거리도 풍부하다. 장소를 잘 정한 것 같다. 여행 계획 세우기는 언제나 재밌다. 다만 이번 주에는 프리젠테이션이 두 개가 겹친다. 왜 자꾸 한꺼번에 몰리는 거야?
오늘도 extra 수업에 보강 교사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마리아나'가 어딘가 아픈가 보다. 보강 교사 '루이스'가 당분간 들어올 거란다. 오늘은 로또가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 돈이 많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이스'는 주제를 하나 제시하고 관련된 단어를 칠판에 쓰면서 학생들의 토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재밌는 주제라서 대화가 흥미진진했다.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건물 입구에서 문법 수업 친구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바로 문법 교사 '마사'의 문제 때문이다. 그들은 '마사'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그녀와 어떻게 이야기 되었냐고 묻는다. 나는 지난 금요일에 있던 일을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일단 이 수업에 남기로 했고 대신 그녀에게 질문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친구가 '마사'에게 질문해도 수업 시간에는 그녀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구는 그녀가 잘하는 친구들을 너무 사랑해서 나머지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는 포기하고 지금은 질문하지 않는 거라고 말했다. 아! 그랬구나. 나는 처음 이 교실에 왔을 때 수업 시간에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서 나만 못알아 듣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수업 중에는 질문을 못한 것이다. 만약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나뿐이 아니라면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질문하지 않을수록 '마사'는 우리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점점 더 모르게 된다. 나의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도 수업 중에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변할지는 모르겠단다. 나는 우리가 교사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녀의 태도는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다.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바꾸겠는가? 다만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는 있겠지. 다들 그렇게 해보자고 하고 학원에서 나왔다.
학원에서 나오는데 이번에는 extra 수업의 보강 교사 '루이스'와 마주쳤다. 그는 나에게 오늘 수업이 어땠냐고 묻는다. 보아하니까 보강 교사로 여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신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도 수업 후 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토론 수업을 좋아해서 나에게는 좋다고 했다. 단어의 난이도는 어땠냐고 묻는다. 반 정도는 아는 말이고 반 정도는 모르는 말이다. 나는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보라고 말해주었다. 학생들의 레벨 차이도 있고 토론 수업에 대한 호불호도 있을 것이다.
문법 수업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같이 도서관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과 밴쿠버 날씨, 맛난 간식, 문법 공부 등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갔다. 다함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친구들과 함께 오니까 좋은 점은 화장실 갈 때 서로 짐을 봐줄 수 있어서 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식도 나눠 먹어서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좋다. 내 평생 먹을 과자를 여기서 다 먹는 것 같다.
오늘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다. 학원의 교육과정을 바꾸려는 시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마사'의 수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학원의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변화는 좋을걸까?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다. 어떤 변화가 좋은 걸까? 그건 겪어 봐야 알겠지? 나에게 남은 기간은 6주인데 그 사이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3.10.18. 수요일 [미래의 계획]
문법 수업은 교사 회의가 있어서 보강 교사가 들어왔다. 질문거리가 잔뜩인데 내일 '마사'에게 질문해야겠다. 오늘은 그럭저럭 보강 교사의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어진 듣기 수업은 간단한 테스트를 봤는데 이번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반타작의 연속이다. 두 번만 듣고 푸는 것치고는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맞추는 문제의 비율이 조금씩 높아져야 하는 거 아닐까? 이 상태에 안주하지 말자.
점심을 먹고 나서 '제니스'와 함께 문법 복습을 하는데 그녀가 유독 피곤해한다. '제니스'는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단다. 이유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란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6개월 영어공부하고 6개월은 일하고 나서 대만으로 돌아가서 유치원 영어교사를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요즘 대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월급도 너무 적단다. 자신의 친구가 캐나다에 정착하려고 여러 경로를 거쳐서 조금만 더 있으면 시민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단다. '제니스'는 여기에서 사는게 어떨지 고민이 된단다. 자신은 가족의 도움 없이 스스로 번 돈으로 여기에 와서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자신의 힘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단다. 그래. 밤새 고민할 만하네. 내가 이쪽 분야로 아는게 없어서 딱히 도움을 줄 만한 정보가 없어서 그저 힘내라고만 했다.
회화 수업에도 보강 교사가 들어왔다. 교사들은 어제 '안젤라'가 말한 그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회의를 하고 있나 보다. 부디 잘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내가 여기를 떠나기 전에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겠다. 나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우리는 그룹 여행의 발표 준비를 했다. 우리 그룹은 교통편과 호텔을 결정하고 가볼 곳과 맛집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놀러갈 곳의 순서만 정하면 된다. 가까운 곳이라 셔틀버스를 타기 때문에 교통비가 저렴하게 들고 호텔도 저렴한 곳을 찾았다. 남은 경비로 맛난 것을 먹고 신나는 액티비티를 하기로 했다. 우리의 여행 컨셉은 놀고 먹는 여행이다. '안토'와 나는 손발이 잘 맞아서 정말 이 여행을 갈 것처럼 즐겁게 계획을 세웠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나는 '안젤라'를 대신해서 '안토'에게 허그를 해주었다. 오늘 하루 잘 보내.
extra 수업은 수요일이라 문법을 해야 하는데 '루이스'가 잘 몰라서 회화 수업으로 진행했다. 오늘은 예절의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윗사람이 들어오면 일어나서 맞이한다든지, 나이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든지 하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서 레벨이 낮은 친구들 몇 명이 수업 내용을 잘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학생들을 다 파악하고 있어서 수준에 맞게 진행을 해왔지만 '루이스'는 그들의 수준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루이스'에게 조금만 천천히 말해달라고 했다. '루이스'는 자신의 말속도가 빠르냐고 묻고는 천천히 그리고 문장을 쉽게 바꾸어서 다시 말을 했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조금씩 대답도 하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나서 '루이스'가 나에게 자신의 말이 너무 빨랐냐고 재차 물었다. 나는 여기 학생들 중에 회화수업 레벨 1, 2인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더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요일은 문법 수업을 해야 한다고도 말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가서 2시간 동안 신나게 떠들었다. 처음 이 모임에 참여했을 때는 2시간을 떠들고 나서 모든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집에 갔었다. 그런데 이제 2시간쯤은 너끈히 떠들 수 있다. 친해진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친구들과도 신선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늘은 유독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과 같은 그룹이 자주 되었다. 프랑스 사람도 있었고 캐나다의 프랑스어권에서 이사온 사람들도 있었다.
요즘 부쩍 친해진 프랑스 친구가 있는데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요즘 이것저것 생각 중이란다. 오늘따라 미래를 생각하는 친구가 많군. 이 프랑스 친구는 여러 나라들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그 일정을 생각해보는 중이란다. 직업과 정착을 고민하는 '제니스'와는 다른 상황이다. 이곳 밴쿠버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젊거나 혹은 어려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여러가지 계획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나도 미래의 계획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 젊은이들과는 다른 종류지만 나도 내 나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집에 와서 씻고 나오는데 주방에 뭔가 익숙한 형태의 것이 있다. 바로 김치다. '메기'가 어느 마트에서 이것을 발견하고는 사왔단다. 같이 나누어 먹자고 한다. 나야 너무 좋지. 그런데 이거는 매운데 먹어봤냐니까 맛을 좀 봤단다. 자기는 스프에 넣어볼 생각이란다. 그럼 나는 김치 볶음밥을 해보도록 하지. 이 친구에게서 많은 것을 받게 된다. 조만간에 '메기'가 좋아하는 딸기를 사와서 같이 나눠 먹어야겠다. 새로 이사온 멕시코 친구 '야니'가 들어와서 함께 주방에 서서 수다를 떨다가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야니'도 요리를 좋아한단다. 아무래도 우리 주방이 아주 다국적으로 북적일 듯하다.
2023.10.19. 목요일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
오늘도 비가 내린다. 연속 5일째 밝은 하늘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게 진정한 Ranycouver(레이니쿠버)구나. 기온은 너무 쌀쌀하고 하늘은 어둡다. 햇볕이 너무 그립다.
오늘은 문법 시간에 새로운 단원 진도를 나갔다. 영상을 보면서 이론을 공부했다. 중간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손을 들어 질문을 하니까 '마사'가 설명해준다. 내가 질문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도 연습문제에서 모르는 것이나 이상한 것을 교사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뭔가 조금씩 수업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연습문제의 답을 말할 때는 여전히 빠르게 나간다. 나는 중간까지 잘 따라가다가 헛갈리는 문제가 있어서 거기부터는 또 헤매었다. 이따가 복습해봐야겠다. 이론은 이해했으니까 침착하게 다시 확인하면 풀 수 있을 것이다.
쓰기와 읽기 수업은 단어를 배우고 나서 본문 내용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우리 그룹의 어린 친구들이 문제 푸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은 내용 확인 문제가 제일 재미없단다. 하기 싫어서 자꾸 휴대폰을 보고 있지만 문제는 다 풀고 있다. 이들이 계속 딴짓을 하니까 '아민'이 자꾸 와서 확인하는데 문제를 다 푼 것을 보고는 차마 뭐라 하지 못한다. 그 심정을 내가 알지. 애들 심정도, 교사 심정도 안다. 교사였다가 학생이 되니까 양쪽의 마음을 다 알겠다. 내가 교사였을 때 학생들의 마음을 많이 이해한다고 자부했지만 아무래도 다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점심 시간에 '제니스'의 인생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유치원교사 보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우선 듣고 나서 그 후에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야간 프로그램을 들으려고 한다. 그러면 일하면서도 공부를 해서 유치원교사를 할 수 있게 된단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가장 나은 코스일 것 같다. 이제 이러한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서 지금 듣는 영어 코스를 일반 영어공부에서 전문 영어공부로 바꾸려고 한단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의 미래를 응원해주었다.
회화 수업은 그룹 발표가 있는 날이다. 잠시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우리 그룹은 신나게 여행 계획을 마무리 짓고 발표 역할을 나누었다. 나는 교통편과 숙소에 대해 설명하고 각각의 구체적 일정은 친구들이 맡아서 발표했다. 우리가 선택한 지역은 비교적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교통 중심지의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내어서 경비를 절감했다. 대신 곤돌라도 타고 경비행기도 타면서 엑티비티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고도 경비가 남아서 남는 돈은 좋은 일에 기부하겠다고 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안젤라'는 그룹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칭찬을 가득하고 나서 문법에서 자주 하는 실수를 짚어 주었다. 여행 계획이라서 미래 시제를 사용하는데 다들 시제 표현은 골고루 잘 사용했다. 다만 부정사나 동명사를 써야 할 자리에 일반 동사를 사용하거나 전치사를 잘못 사용하는 실수들이 많았다. 다음부터는 잘 살펴서 표현해야겠다. 지금은 발표 준비 시간을 주어서 어느 정도는 사전도 찾아보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안젤라'는 다음 주에는 즉석에서 말하기를 하겠단다. 윽! 꼭 그래야할까?
extra 수업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이스'는 인간 관계의 변화에 대한 단어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stranger 낯선 사람'에서 시작하다가 몇 번 오가면서 안면을 익히는 정도가 되는데 'acquaintance 아는 사람'이 된다. 그러다가 'friend 친구'가 되고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서 'partner 동반자' 혹은 성별에 따라 'boy friend 남자친구', 'girl friend 여자 친구'가 된다. 그리고 이들이 결혼을 약속하면 'fiance 약혼자'가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spouse 배우자' 즉 'wife, husband 아내, 남편'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어떤 경우에는 'separated 결별' 혹은 'divorce 이혼'하게 되고 'ex-wife, ex-husband 전 아내, 전 남편'이 된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stranger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들 으잉? 하니까 '루이스'는 웃으면서 그냥 농담이란다. 나는 농담이 아니라 진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혼하면서 싸우면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들 웃으면서 그럴 거라고 했다. '루이스'는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마무리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 관계도 그렇고, 교육과정도 그렇다. 인생이 다 그렇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숙제를 했다. 숙제까지만 겨우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장을 봐왔다. 오늘은 보쌈을 만들 예정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보쌈! 같이 밥을 먹는 한국 친구들이 지나가는 말로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상한 성격이라서 누가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주고 싶다. 물론 아무나 말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친구들은 문법 수업에서 내가 놓친 것이 있을 때마다 물어보는 친구들이다. 그동안의 신세도 갚을 겸해서 보쌈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삼겹살은 점심 도시락으로 구현하기에는 무리이므로 보쌈으로 바꾸었다.
집에 와서 고기를 삶았다. 고기는 수육용 삼겹살이고 고기를 삶을 때 블랙커피 가루와 된장을 듬뿍 넣어서 잡내를 잡았다. 집에서라면 이것저것 더 넣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저번에 소맥을 먹은 식당에서 가져온 소주가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소주는 고기 잡내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간단하게 된장, 고추장, 양파, 참기름으로 쌈장도 만들었다. 원래 나의 쌈장에는 다진마늘, 파, 깨 등이 들어가는데 없어서 이들은 생략했다. 아까 마트에서 사온 무말랭이무침과 '메기'가 어제 사온 김치를 곁들일 예정이다. 그리고 상추. 우리나라 상추와는 다르지만 뭐 어쨌든 그럭저럭 쌈을 싸먹을만하다. 밥도 새로 했다. 이제 냄비밥은 식은죽먹기다. 이렇게 한바탕 요리를 하고 있는데 '메기'가 왔다. 그녀가 혹시 된장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니까 거기에 밀가루 성분이 들어가서 먹지 못한단다. 이번 요리도 '메기'에게는 주지 못하겠네. 다른 것을 또 궁리해봐야겠다.
이렇게 요리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실 지금 문법 복습도 해야하고 내일 듣기 수업 발표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하기가 싫고 이렇게 요리하는게 더 좋다. 공부는 역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이 재미없는 공부를 왜 하겠다고 굳이 여기까지 왔을까?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은 참 웃긴 사람이다.
2023.10.20. 금요일 [하얀 색연필]
문법 시간에 연습문제를 그룹별로 함께 풀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그룹에는 중국, 일본, 멕시코 학생이 함께 했다. 이번 달에 내내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은 중년의 중국 사람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6년 정도 살았다는데 그동안 영어를 배우지 않고 있다가 내년에 대학에 가기 위해서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단다. 나이가 들어서 대학에 갈 결심을 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고, 6년이나 살았는데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하긴 캐나다 동부 여행 중에 묵었던 숙소의 여주인도 캐나다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영어를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했었다. 여기에 살아도 가족, 자신의 나라 사람들하고만 교류하면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단다. 그건 뭐 본인의 선택이겠지.
연습문제 중에 서로 좋아하는 음식, 가고 싶은 나라, 좋아하는 과목, 싫어하는 과목 등에 답하는 것이 있었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파트를 묻는 문제가 나오자 서로 앞다투어 힘든 부분을 이야기했다. 다른 문제는 서로 망설이면서 이야기했는데 이 문제에는 다들 적극적이다. 나는 듣기 파트가 어렵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읽기, 어떤 사람은 발음이 어렵단다. 그런데 갑자기 '마사'가 툭 끼어들어서 자기는 쓰기 파트가 어렵단다. 응? 너는 영어 교사잖아. 그래도 자기는 쓰기가 가장 힘들단다. 하긴 모국어 화자에게도 국어 중에서 어려운 부분은 있을 수 있지.
'마사'는 여러 학생들이 답을 말하도록 골고루 시켜보고는 남은 연습문제는 숙제로 해오란다. '마사'가 차츰 변하고 있는게 느껴진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레벨 테스트가 있는데 보강 교사가 들어와서 진행할 거라고 말하고는 정각에 꼭 수업에 들어오라고 했다. 특히 '제니스'에게 신신당부했다. 왜냐하면 '제니스'는 정말 한결같이 10분씩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각은 그녀의 습관인 것 같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약속에도 대부분 10분 정도 늦는다. 나는 그녀가 나중에 유치원에 근무하게 되면 이 지각 습관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조만간에 이 문제를 이야기해주어야겠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우리가 지금은 베프이긴 하지만 외국인 친구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지 모르겠다. 좀더 생각해보자.
듣기 수업은 발표가 있는 날이다. 나는 약물중독의 치료제 뉴스를 발표했다. 어떤 학생은 살빼기 약물의 오남용, 어떤 학생은 자살시도로 약물 복용 사건, 어떤 학생은 약물 중독자의 재활센터 등으로 다양하게 발표했다. 어쩌다보니까 주제가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미리 의논하지 않았는데도 중복되지 않아서 신기하다.
점심 시간에 준비해간 보쌈으로 친구들과 파티를 즐겼다. 마침 '은남'이 합류해서 그녀의 한식 반찬과 함께 더욱 풍요로운 식탁이 되었다. 한국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면서 밥과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뿌듯해졌다. '제니스'도 한국의 반찬들을 신기해하면서 먹었다. 물론 나도 맛나게 먹었다. 고기가 제법 그럴듯하게 맛있다. 역시 된장을 잔뜩 넣고 삶기를 잘 한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점심을 싸갔던 많은 그릇들을 설겆이하고는 잠시 시험공부를 하다가 '영어회화' 모임에 나갔다. 그동안 익숙해진 많은 친구들이 함께 자리에 앉아서 신나게 떠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오늘 처음 이 모임에 나온 일본 학생들이 합류해서 그들과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여기 나오길 잘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 잘 왔어. 나도 처음에는 긴장했었는데 여기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오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에 앉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두 시간동안 신나게 영어로 떠들고 나서 집에 왔다. 방 청소를 하고 나니까 '메기'가 들어왔다. 그녀는 이번에 새로 구입한 야채 써는 도구를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만능칼처럼 각종 야채를 다지기도 하고 저미기도 하고 잘게 썰 수도 있는 도구다. 마침 나도 야채를 다져서 카레를 만들려고 했는데 잘 되었다. 그녀의 도구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야채를 썰어서 카레를 만들었다. '메기'에게 주고 싶지만 카레에는 밀 성분이 들어가서 그녀는 먹을 수가 없다. 그녀는 그녀의 스프를 요리해서 먹고 나는 내 카레를 먹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려니까 '카나'가 합류했다. 나는 '메기'에게 여기가 너의 첫 여행지인지 묻고 여기가 외국이라는 느낌이 드는지 물어 보았다. 캐나다와 미국은 많이 비슷하니까 별로 해외에 온 것 같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긴 영어를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여기가 확실히 외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여기 왔을 때 긴장했었다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떤 점에서 외국이라는 생각이 드냐고 물으니까 작은 몇 가지 시스템이 다르단다. 예를 들어 무게의 단위가 파운드와 킬로그램으로 다르고 길이도 피트와 센티로 다르단다. 그밖에 쓰레기 분리수거도 다르단다. 미국은 그냥 한꺼번에 버리는 경우가 많고 간혹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 두 가지로만 분류한단다.
우리는 여행 이야기도 나누었다. 캐나다에서 여행 다닌 곳을 이야기하는데 '카나'와 나의 여행지가 완벽하게 겹쳤다. 그녀는 작년에 올드 퀘백,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밴프, 옐로 나이프를 다녀 왔단다. 우리는 서로 신기하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나보다. 마침 그녀가 올드 퀘백의 도깨비 언덕을 이야기하길래 나는 나의 스케치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도깨비 언덕의 스케치를 보고는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어느 그림은 보더니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하고 비슷하다고 했다. 맞아. 거기야. 내 그림의 장소를 알아맞추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카나'가 내 색연필을 신기해하길래 보여주면서 무거울 것 같아서 최대한 짐을 줄이느라고 12색을 가져왔는데 후회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하얀색이 없어서 가끔 색을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메기'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자신의 색연필 케이스를 가져왔다. 헉! 무려 3단짜리 색연필 케이스다. '카나'는 너의 여행 트렁크가 몇 개나 되길래 이렇게 큰 것을 가져왔냐고 물었다. '메기'는 자신의 여행 트렁크가 6개라고 했다. 6개? 그걸 어떻게 들고 왔냐니까 자신의 가족들이 총 동원되어서 하나씩 맡아서 가져왔단다. 하긴 그녀의 메이크업 케이스와 도구들을 생각해보면 그래야 했을 것이다. '메기'는 자신의 색연필 케이스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정말 감탄스럽다. 무려 90가지 색깔의 연필들이 있다. 몇 년 전에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란다. 그런데 '메기'는 그 중에서 하얀색 연필 하나를 꺼내서 나에게 선물이라면서 준다. 아까 내가 하얀색이 없어서 색 표현이 어렵다고 하니까 나에게 이것을 주려고 자신의 색연필 케이스를 가지고 나온 것이다. 어머나. 이런 착한 친구 같으니라고. 정말 감동이다. 고맙다. 친구야.
2023.10.21. 토요일 [유익한 모임들]
간만에 늦잠을 제대로 잤다. 일어나서 방 청소를 하고 문법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나갔다. 오늘도 정말 사람이 많다. 어제의 '영어회화' 모임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이 모임에도 사람이 많다. 요즘 MeetUp의 영어 모임이 문전성시를 이룬단다. 그만큼 다들 영어연습이 필요하거나 친구가 필요한 것이겠지. 정말 이 모임들은 너무 유익하다. 어제 회화 모임에서 봤던 몇 명과는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은 '제니스'도 '한영언어교환' 모임에 합류했다. 어차피 우리는 함께 문법 공부를 하고 영어 수다 모임에 갈 거라서 아예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모임이 끝난 후에 우리는 집에 와서 월요일의 문법 레벨 테스트를 대비해서 복습을 했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문법 공부를 시작하니까 이번에도 '메기'가 자연스럽게 합류를 했다. 우리는 시제에서 어려운 것은 '메기'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확실히 원어민이 있으니까 좋다. 빠른 영어로 설명하는 것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물어보면서 공부했다.
이어서 수다 모임을 했다. '카나'가 마침 귀가해서 우리의 수다 모임에 합류했다. 오늘의 화제는 각자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 나라의 지방과 도시 체계를 거쳐 우리 학원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의 통합 교육과정을 설명하니까 다들 부정적 반응이다. '카나'는 작년에 우리 학원에 다녔던 선배다. 그녀는 자신이 이 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각 영역별로 나누어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의 레벨에 맞게 배울 수 있어서란다. '메기'는 가끔 자신들도 통합 수업을 하는데 '읽기와 쓰기, 문법'을 묶거나 '회화와 듣기'를 묶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모를 적어주었다. 음, 그런 방법도 있네. 월요일에 이 메모를 교사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더니 이제 좀 지친다. '한영언어교환' 모임까지 합치면 무려 4시간을 떠들었다. 에휴, 힘들만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한다. 왜냐하면 내일 새벽 5시4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조프리 레이크'에 간다. '조프리 레이크'는 벤쿠버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호수이다. 여름 시즌에는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고 국립공원 측에서는 주말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나는 이 셔틀버스를 예매하려 했지만 엄청 빨리 매진되어서 계속 실패했다. 여름 시즌이 끝나서 입장료는 없지만 더 이상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는 차를 빌려가거나 사설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사설 투어는 하이킹 시간을 너무 짧게 주어서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차는 내가 운전할 생각이 없어서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웬디'가 '영어회화'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프리 레이크'에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았다. 마침내 '에디'가 운전을 하기로 하고 차를 렌트했고 나를 포함해서 총 5명이 모였다. 렌트비는 함께 나누어 내기로 했다. 야호! 신난다. 드디어 '조프리 레이크'에 간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간다. 나는 '한영언어교환' 모임과 '영어회화' 모임이 너무 좋다. 덕분에 영어 연습도 많이 하고 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나아가 이렇게 가기 어려운 곳에도 함께 갈 수 있다. 정말 유익한 모임들이다.
2023.10.22. 일요일 [세 개의 호수]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 '조프리 레이크'에 가는 멤버는 모두 '영어회화'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홍콩 친구 '웬디', 사이프러스 친구 '에디', 일본 친구 2명, 그리고 나까지 5명이다. 여기 와서 이렇게 개인용 차량으로 여행가는 것은 처음이다. 친구들 모두 신났다. 일본 친구들은 어제 밤 늦게까지 놀이동산 갔다가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고 나온 것이란다. 결국 그들은 차가 시내를 벗어나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 총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한번 쉬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에디'가 이 정도는 먼 거리도 아니라면서 그냥 쭈욱 달렸다. 그는 친구들과 로드 트립할 때는 하루에 8시간도 운전했단다. 은근 운전 부심이 있는 듯하다.
'조프리 레이크'는 휘슬러를 지나서 한 시간 정도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드디어 3시간 정도 걸려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있는 간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이킹은 왕복 약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간이 화장실이 있으나 환경이 열악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주차장 화장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조프리 레이크에 오려면 화장실 부분은 마음을 비워야할 듯하다.
여기에는 세 개의 호수가 있는데 각각 느낌이 다르단다. 주자장에서 출발해서 5분도 안되어서 만나는 Lower lake.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맑은 호수 뒤로 설산이 있어서 더 근사한 것 같다. 여기도 아름다운데 저 위가 더 아름답단다.
첫번째 호수를 지나서 곧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누가 이것을 하이킹이라고 불렀는가? 이건 하이킹이 아니라 클라이밍에 가깝다. 완전 등산이다. 경사도가 장난이 아닌 오르막을 한참동안 올라가야 한다. 이따가 내려올 때 나의 무릎이 아작나겠구나. 나에게는 등산스틱이 있으니까 그나마 좀 위안이 된다. 올라가면서 '에디'가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는 사진이 취미인데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나중에 사진 편집 작업을 해서 우리에게 공유해주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이런 저런 경치를 찍으면서 나의 속도대로 쉬엄 쉬엄 올라갔다. 그래서 친구들이 중간중간 나를 기다려야했다. 좀 미안했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 내 속도를 오버하면 탈난다.
드디어 두 번째 호수인 Middle lake에 도착했다. 경치는 여기가 제일 아름답단다. 아직 저 위에 호수를 못봐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첫번째 호수보다 물 색깔이 더 아름답다. 주변의 나무들과 어우러져서 정말 아름답다. 잠시동안 감탄하느라 사진찍는 것도 잊었다. 사람들이 다들 홀린 듯이 서서 경치를 보다가 또 미친 듯이 다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느라 난리다. 이놈의 호수가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 정말 요물이다.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손을 하늘로 올리고 있어서 뭐 저런 포즈로 사진을 다같이 찍나하고 의아해 하는데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주변에 새들이 사람들의 손에 날아와서 앉는다. 아마도 처음에는 누군가가 빵조가리를 주었겠지? 그래서 새들이 그것이 학습이 되어서 사람들이 손을 올리면 날아와서 앉는다. 아니 손을 올리지 않아도 그냥 모자 위에, 등산 스틱 위에, 핸드폰 위에 그냥 막 날아와서 앉는다. 다들 손을 올리고 새들이 날아오면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호수 주변을 따라서 길이 나 있는데 걷다보니까 멋진 뷰 포인트가 많다. 다같이 사진도 찍고 개인 사진도 찍고 뒷모습 사진도 찍고 앞모습 사진도 찍는다. 찍고 또 찍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나도 모르게 계속 사진을 찍게 된다. '에디'는 이곳에 여러번 와봐서 어디가 멋진 사진을 찍을만한 곳인지 잘 알고 있다. 이 친구와 같이 오기를 잘했다.
한참 더 올라가니까 드디어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Upper lake가 나왔다. 물색깔은 여기가 가장 아름답다. 다만 주변에 나무가 없어서 전체적인 경치는 두번째 호수가 더 나은 것이 맞다. 하지만 물은 여기가 가장 맑고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황량해보이는 바로 앞의 산 뒤로 하늘이 아주 가깝게 느껴져서 그것도 또 멋진 매력 포인트다. 정말 세 개의 호수가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들 호수의 물은 저 위의 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이란다. 그래서 이렇게 파란색과 녹색으로 물 색깔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면서 각자 챙겨온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호수를 한참동안 보면서 쉬다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윽. 예상대로 내리막은 무릎에 너무 좋지가 않다. 게다가 길이 질어서 미끌거린다. 등산스틱이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길이 미끄덩거려서 더 조심조심 내려갔다. 하지만 경치가 너무 아름다와서 이 고생쯤은 감수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면서 내려오다 보니까 어느새 제일 아래 호수까지 내려왔다. 확실히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시간이 짧게 걸렸다. 첫번째 호수는 아까도 들렀지만 해의 각도가 달라져서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해서 다들 또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호수야. 잘 있어라. 우리는 날씨도 좋고 아름다운 호수도 봐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도 드라이브 코스로 너무 좋다. 구름이 산위에 걸친 모습도 보고, 아름다운 석양도 보았다. 참으로 좋은 날이다. 날이 좋아서 더 좋았고 경치가 좋아서 더 좋았고 사람들도 좋아서 더 좋았다. 좋은 것이 한가득인 날이다. 시내로 돌아와서 렌트카 비용을 5명으로 나누어서 이체했다. 여기는 은행 이체를 이메일 주소 정보를 통해 할 수 있다. 한 사람당 24,000원 정도 냈다. 너무 저렴하게 좋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나는 운전을 하루 종일한 '에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웬디'에게 '5명으로 나누는 것이 맞나? 에디가 운전했쟎아?'라고 말했는데 그냥 어깨를 으쓱한다. 내 의도가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함께 근처의 햄버거 가게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에디'가 메뉴를 고르자 슬쩍 가서 내가 너의 메뉴를 계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왜?'라면서 의아해 한다. 나는 너의 운전에 감사한 마음이라서 계산하고 싶다고 했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고맙단다. 그가 나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게 내 마음이 편하다. 다들 햄버거를 먹으면서 사진을 공유하느라 바빴다. '에디'는 자신이 찍은 사진은 컴퓨터로 작업을 한 후에 왓츠앱으로 공유해주겠다고 했다. 뭔가 더 멋진 사진을 받을 것 같다.
못 갈 줄 알았던 '조프리 레이크'에 다녀와서 기분이 너무 좋다. '웬디'가 나에게 물었다. '밴프의 호수와 여기 조프리 호수 중에 어느 것이 아름다워?' 나는 분위기가 달라서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밴프의 루이스 호수는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하지만 이곳 조프리 호수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비교하지 말자. 그냥 모두 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