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와 포터

안나푸르나 트레킹 3편

by 바람

히말라야와 같은 큰 산의 트레킹은 길이 중간중간 갈라지고 고산지대에서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어서 가이드가 필요하다. 고산증세가 나타난다거나 눈사태나 물난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이 가이드의 역할이다. 그리고 트레커의 컨디션에 따라 그날의 이동거리를 감안해서 숙소를 결정하고 미리 가서 예약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짐은 아무리 줄여도 장기간의 산행이기 때문에 꽤 무겁기 때문에 포터도 필요하다. 보통은 가이드와 포터 모두가 필요하지만 나처럼 1인 산행에서 두 사람을 모두 고용하기는 좀 부담이 된다.

가이드냐, 포터냐... 히말라야 트레킹을 계획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길은 워낙 유명하고 길이 잘 닦여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릴 위험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 다만 중간중간 샛길들이 있어서 무심코 걷다 보면 길을 잃을 위험이 조금은 있다. 그리고 눈사태 위험 구간이 몇 군데 있고 4000 이상부터는 고산 증세가 살짝살짝 오는데 노련한 가이드의 보살핌이 필요한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워낙 운이 좋았기 때문에 심한 고산 증세도 없었고, 눈사태도 피할 수 있어서 수월하게 다녀왔다. 포터는... 짐의 무게를 얼마나 질 수 있느냐가 사람마다 달라서 뭐라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내 생각에 초행길이라면 가이드와 포터가 모두 필요할 것 같다. 나는 1인 산행이라 약간 편법으로 가이드 겸 포터를 요청했는데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는 한국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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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이드 겸 포터인 '마안'은 내가 그토록 느리게 갔는데도 잘 이끌어주었다. 초반에는 내 걸음을 보고 중간중간 멈추어서 상황을 살펴보더니 나중에는 내가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스타일인 것을 알고는 내가 부담 갖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었다.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기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만약 중간에 서둘렀다면 분명 도중에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예전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탈 때 초반에 앞서가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욕심부리다가 퍼질 뻔했던 경험이 있다. 산에서는 절대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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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걷는 오솔길

작은 오솔길을 걷는다. 그 옆 계곡에는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흐르고 있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면서 눈앞에 멀리 흰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면서 계속 걷는다. 빙하 녹은 물이라 물색깔이 우리가 보통 보던 물빛과 다르다. 좀 더 탁해 보이고 푸른색을 가지고 있다. 색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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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난다의 롯지 풍경

첫날 숙소인 '지누난다'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 행복하다. 무사히 첫날 일정을 마쳤다.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지누난다'는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올 때 들려서 온천욕을 즐기는 장소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가려고 한다. 이쪽으로 올라갔다가, 내 체력이 된다면, 내려올 때는 반대쪽 길로 가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 들려서 마지막 밤을 보낼까 한다. 물론 그건 체력이 될 경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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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난다의 온천

워낙 여러 가이드북에서 소개하고 있어서 호기심에 온천욕을 하러 내려갔다. 그러나 후회막급!!! 어마어마하게 내려가서 결국 계곡 제일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즉, 여기까지 온 길을 압축하여 한번 더 갔다 오는 꼴이다. 하. 하. 하. 그리고 기대와 달리 물이 미지근하다.

온천이라지만 계곡물 사이로 미지근한 물이 솟아오르는 곳에 간이 웅덩이를 만들어 놓은 수준이다. 나무판자로 만든 허름한 탈의실이 있지만 대부분 겉옷은 벗어두고 그대로 몸을 담갔다가 올라올 때는 겉옷을 대충 걸치고 올라와서 숙소에서 갈아입는다.

숙소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미지근한 물이라도 잠시 몸을 담그니 기분은 좋았다. 앞으로 한동안 씻지 못할 것이므로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온천 갈 때 함께 내려갔던 한국분들이 있었다. 세 분이 같이 오셨는데 안나푸르나에 갔다가 내려오시는 중이란다. 너무 부럽다. 나도 저렇게 뿌듯하게 내려오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뜻밖의 소득. 다이아막스라고 고산증에 먹으면 좋은 약이 있는데 그걸 출발할 때 깜빡하고 못 샀다.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이분들께서 내려가시면서 남은 걸 주셨다. 다이아막스는 열 알씩 파는데 다 먹지 못하고 남는다고 주셨다. 너무 막막했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해발 3000쯤에서 먹기 시작해서 처음에는 반 알을 쪼개서 먹고 그다음에는 상황을 보아가면서 한 알 정도 먹으면 된단다. 이번 여행에서는 위기가 생기면 도움의 손길이 뒤따른다. 어쩌면 안나푸르나가 어서 오라고 부르는 손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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