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 만난 노래 - 장사익 '꽃'
2학년 통신과 리더들을 소개합니다
리더들은 다른 말로 모둠지기, 모둠 일꾼, 모둠 머숨 등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리더라고 하지만 실은 자기 팀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고, 머슴이 되어야 하니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심부름꾼인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리더들은 겸손하고 사려 깊어야 하며 인간적이어야 합니다.
자 2학년 통신과의 리더들을 소개합니다. 참 리더들은 앞으로 모둠지기라고 부르지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1모둠의 모둠지기는 형식입니다. 예리한 눈빛과 지성(?)을 갖춘 통신과의 부회장이기도 하지요. 믿음직하고 성실합니다. 며칠 전 비오는 날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가던데 참 불안하더군요.
2모둠은 진성이 모둠지기입니다. 키가 큽니다. 통신과에서 가장 큰 것 같은데... 가끔 “조용히 해. 선생님이 조용하시라잖아.”라며 굵은 목소리를 내곤 하는데, 자기가 떠들어 지적당할 때도 있지요. 큰 눈과 긴 얼굴이 어느 탤런트를 닮았는데, 누굴까?
3모둠의 모둠지기 재훈은 스스로 ‘멋쟁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멋쟁이는 멋쟁이지요. 말끔하게 빗은 머리, 웃을 때 약간 비뚤어지는 입모습, 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자세 등등 멋을 조금 아는 사람 같긴 해요. (우...이 소리는 통신과 학생들의 야유)
이제 4모둠으로 가볼까요. 요즘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석훈이 모둠지기입니다. 안경을 쓰고 맨 뒷자리에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수업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다고 하지요.
5모둠의 동민.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키도 크고 출중한 외모(???) 듬직한 체격을 지녔지요. 너무 칭찬만 했나?
6모둠의 상윤. 학급 회장, 전교 부회장, 6모둠 모둠지기... 감투한 감투는 다 썼네요. 방학중 담임 선생님을 본받아 머리를 갈색으로 멋지게 염색을 하고 나타났지만 교무실에서 여러 선생님께 칭찬을 가장한(?) 꾸중을 들어야 했지요.
이 모둠지기들이 당분간 통신과 모둠을 이끌어갈 사람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의리, 성실함, 희생 정신, 불타는 학습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모둠지기들을 쭉 소개하고 나니 모둠지기보다 더 중요한 모둠 구성원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다음 시간엔 1모둠 사람들을 소개하지요. 생글생글 잘 웃는 준, 딴청의 대가 형일, 조용히 사색에 잠기길 잘 하는 현규, 반듯한 얼굴의 동화, 통신과 4인방의 1인 종철, 날렵한 희철 등은 다음 시간의 주인공들입니다.
몇 권의 책이 있었어요. 읽다가 울고 만 책들...[전태일 평전],[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장길산]... 그런 책들이 떠오르네요. 책장을 넘기면서 엉엉 울었던 책들이요.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어요. 책 읽기를 좋아해서 책벌레란 별명도 얻었었구요. 지금도 우리 짐중 가장 많은 게 책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 나를 울게 만든 건 몇 권 안되네요. 목이 메이도록 하는 그런 감동은 정말 가끔씩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몇 번씩 눈물을 흘립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가슴에 새겨진 일들, 첫사랑 이야기,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아무튼 자기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어요. 가슴에 맺힌 게 있으면 그걸, 황당했던 일이 있다면 그걸, 마음이 아린 적이 있다면 그걸, 그런 것들을 써보라고 했어요. 2월은 자기를 풀어보는 달이라고.
오늘 어느 학생의 글을 읽다가 나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들리고, 좌절하고, 실수투성이인 인간에 대해서 느꼈습니다. 어린 나이에 겪은 그 삶의 무게에 대해서.. 세상이 너무 일찍 그애에게 큰 짐을 지게 했다고 생각하면서.
그 글의 내용을 자세히 쓸 수는 없군요. 다만 "우리 나이에 좀 흔들렸다면 모두 저 정도는 될 거예요."라는 그 말은 전하고 싶어요. 가난, 가출, 이성과의 만남, 후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꿈...
그렇게 솔직하게 다 쓴 건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그 짐들을 조금 덜어보고 싶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 심정이 전해져와 가슴이 아팠습니다. 또 나를 믿고 숨김없이 털어놓은 그 믿음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학생과 교사.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인간! 흔들리는 인간에 대한 연민...나를 포함한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
그 흔들리는 삶을, 그 실수를, 그 조바심과 두려움과 죄책감을 사랑합니다. 인간이 지닌 삶의 무게 앞에서 교사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물 흘리는 인간이 될 수밖에요.
지난해부터 나는 목구멍 언저리에 늘 무언가 걸린 듯합니다. 고구마가 걸린 듯. 눈가 역시 늘 시큰합니다.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지난해 3월 2부(야간) 아이들 교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둑어둑한 교실, 여기 저기 누워자던 아이들, 깨우자 찌푸린 얼굴 핏발선 눈으로 나를 보던 생각이 납니다. 아이들 자서전을 읽으며 하나같이 파란도 많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골서 올라와 가난에 시달리며 살던 아이들, 무언가 어긋난 길을 걷던 아이들. 학생부에 끌려가 정학을 맞았다는 아이, 상상할 수 없는 경험들을 했던 아이... 참 거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다가서면 너무나도 순박한 아이들. 나는 아이들을 통해 인생을 다시 생각했고, 사회 모순을 절감했습니다. 불평등한 사회! 정말 모순덩어리 사회. 몇 사람에게만 열린 사회!
올해 1부로 왔지요. 지난해에 비하면 많이 가다듬어진 아이들입니다. 3학년의 경우엔 재주 있고 똑똑한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필기도구를 가져오지 않아 수업이 안되는 반은 1학년 모반을 제외하곤 없었습니다.
그래도 시린 눈가, 먹먹한 가슴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아이들 몇몇에게서 응어리진 삶을 봅니다. 1학년 몇몇 아이들에게서 너무나 철없는 모습도 봅니다. 가난하고 삶에 찌들린 아이들도 봅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억울한 아이들도 봅니다. 분노도 없고, 생기도 없이 막 살아가자는 아이들도 봅니다.
부유한 동네, 똑똑한 아이들이 모인 학교라면 느낄 수 없는 슬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이들 삶 속에 뛰어들지 못하는, 지나쳐가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시큰한 눈언저리는 얼마 뒤면 까맣게 잊혀질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은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작은 불꽃 하나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면 목구멍에 무엇인가 걸린 것 같은 나의 나날들은 내 삶에 큰 획을 긋는 나날이 되겠지요.
"다음 노래는 ooo 선생님이 3학년 2반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전하는 노래입니다. 장사익의 '꽃'"
이런 멘트가 나갈 때 아이들은 밥을 먹다 말고 웃어댔다. (그랬다고 한다)
선생님이 라디오 방송에서 하듯 학교 방송반에 부탁해서 음악을 띄우는 것도 재밌었겠지만 갑자기 터져나오는 아저씨의 노래 또한 독특했으니 말이다.
어린왕자처럼 자기에게도 물을 주고 가꿔야 할 꽃이 있었다는 노래
그때 아이들은 내가 물 주고 가꿔야 할 꽃이었고, 그들의 빛깔과 향기로 인해 나는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모두 여학생들이었던 3학년 2반 아이들.
"마음 속에 사랑을 품고 사는 것 같은 아이들이네요."라고 어느 선생님이 평을 내렸던 그때 그 아이들.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장사익 '꽃'
https://www.youtube.com/watch?v=haacpzy8r4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