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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롱비치의 촌닭
by
무량화
Sep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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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해상관문인 로스앤젤레스 남쪽의 롱비치.
왜인지 느낌상 컨테이너만 잔뜩
쌓여있는
항만기능 위주의 기름 둥둥 떠다니는 항구로 단순히 여겨왔다.
롱비치에 닿자마자 첫눈에 기존의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며, 생각했던 것보다 세련된 도시임에 어리버리 촌닭이 따로 없게 됐다.
나야말로 영락없는 촌닭이 틀림없지 않은가, 고개 주억이게 한 곳이 바로 롱비치였다.
롱비치 마리나의 계류장에 정박 중인 숱한 요트와 보트 행렬을 보며 벌린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으니까.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그리고 이리 다양한 종류의 수상레저용품을 한자리에서 한꺼번에 마주치리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실물로 하이야니 날렵한 요트를 처음 본 것은 93년 몬테카를로 앞바다에서였다.
세계의 부호들이 휴양차 온다는 모로코엔 럭셔리한 호텔과 카지노가 성업 중이었고 쪽빛 지중해에 뜬 새하얀 요트 무리는 환상적이었다.
좀 전에 천사만 인근을 구경하며 몽롱하게 취해있어서였던지 현실이 아닌 꿈속의 풍광과도 같았었다.
이후에 요트를 구경한 것은 부산 수영만에 있는 요트 계류장에서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에 갔다가 그 건물 바로 뒤편에 있던 요트였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든 요트 계류장 안에
열 손가락 미만의 몇 척 요트가 엎드려 있는 걸 보았다.
이후 가끔씩 LA 해안가에서 요트 구경을 하긴 했지만 이처럼 많은 수의 요트를 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세련된 도시의 면모와 함께 겉보기에도 웅장한 Aquarium of the Pacific의 자태에다, 이어지는 해안가의 마리나까지 다이내믹하게 살아 숨 쉬는 롱비치.
다들 알다시피 롱비치항은 물동량에 있어 미서부 최대의 무역항이다.
거대한 화물선이 정박해 있고 컨테이너 선착장에 화물이 산처럼 쌓여있다는 그쪽은 하지만 그다지 가보고 싶지가 않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당분간 수출입 물동량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는 요즘 아닌가.
해운업은 무역 국가인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데 이대로 회사가 청산되면 운송 물량은 일본·중국 같은 경쟁국에 빼앗기니
안타까운 노릇으로, 어서 속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롱비치 마리나에서는 시선을 어디에 놓아도 어리버리한 촌닭이야
그저
감탄사만
발해질 뿐이었다.
아쿠아리움 건물이 되비치는 호수도 아담하니 사랑스럽고
,
항구도시답게 자주 보이는 흰 세일러복의 수병들 모습은
믿음직스러우면서도
단정했다.
롱비치의 상징물이 된 퀸 메리호 우아한
몸체는
귀족적이며
쇼어라인 아쿠아틱팍의 등대는 단아하면서도 이쁘다.
자전거를 타며 환호하는 젊은이들은 싱그럽고 피어에서 유유자적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들은 마냥 한유롭다.
보트 세일링을 즐기는 일가족, 먼바다에서 물살을 가르며 다가서는 유람선, 돌고래가 자맥질하는 방파제 아래 검푸른 바다...
모두 다 마음을 사로잡지만 아무래도 단단히 필이 꽂힌 건 요트들로, 대체 저 많은 요트의 주인들은 누구일까.
부러움 한 짐 부려두고 계속 사진에 요트들을 담아뒀다.
롱비치 사진은 온통 요트 천지일만큼 수도 없이 찰칵찰칵...
마리나에서 롱비치의 극히 일면만 보았지만 그로써도 족했다.
예쁘게 튀는 색상으로 각기 눈길 끄는 쇼어라인 빌리지에서 로맨틱하게 석양 내리는 하버를 보리라던 애초의 계획도 단숨에 접어버렸다.
그보다는 먼 배경의 퀸메리호와 계류장 인근에서의 산책만으로도 호사가 넘쳐 서너 시간
넘게
거닐다 돌아왔지만 조금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오후에 집을 나서서 기차에다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며 다녀왔어도 일정을 너끈히 소화할만한 거리에 롱비치는 있었다.
전면에 태평양을 배치시킨 LA인 줄은 알았지만 항구로부터 발달된 도시가 LA라는 점은 이해가 쉽지 않았더랬다.
그러했는데 이날의 여정으로 그 점 분명하게 확인했음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밤에 부산 친구에게 롱비치 요트 사진을 전송했더니 곧장 수영만 요트 계류장 사진을 보내왔다.
오~~~ 이런, 아직도 여남은 척!!!
그러나 뒤편에 보이는 아이파크 72층 펜트하우스 경우 싯가 수십억 원 홋가하는 부산 최고급 아파트단지란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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