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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er Apr 03. 2022

도쿄의 숨은 벚꽃 명소, 쿠니타치(国立)

4월 쿠니타치의 봄 풍경과 그때 그 시절



#1. 엄마가 된 대학 친구들



지난주 일요일, 대학 검도부 여자 동기들의 출산과 임신 소식을 접했다.

연이은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11학번 검도부 여자 동기 6명이 모두 모여 랜선 모임을 가졌다. 

대학 캠퍼스 구석탱이에 위치한 검도장에서 4년 내내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봤는데도 마치 어제 본 것 같았다.

마냥 풋풋하고 어리게만 보이던 친구들이 벌써 애엄마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는 언제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0년 전의 대학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쿠니타치에 가면 벚꽃이 만개해 있겠네."


나의 모교 캠퍼스가 위치한 쿠니타치(国立)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해서 동네 전체가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을 따라서 통학했는데 흐드러지게 핀 벚꽃 너무 아름다워 항상 매년 봄이 기다려졌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나인 것 같다^^)

벚꽃 구경도 갈 겸 오랜만에 쿠니타치에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사회인이라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어 4월 9일 토요일로 겨우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출처: 일본 기상협회 (tenki.jp)


도쿄는 이미 3월 말에 벚꽃이 만개해서 4월 9일이면 벚꽃이 거의 다 져버린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벚꽃이 만개한 쿠니타치에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큰맘 먹고 이번 주 금요일 화끈하게 연차를 내고 쿠니타치에 다녀왔다.


도쿄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 유명 관광명소도 아니라서 관광객들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동네이자

나의 대학 시절 4년간의 추억이 담긴 곳,

영화 <늑대아이>의 실제 배경지이기도 한

도쿄의 숨벚꽃 명소,

니타치(国立)의 봄을 공유드리고자 한다.





#2. 쿠니타치의 봄 풍경 (※스압 주의)



1. 출발

쿠니타치(国立)도쿄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로, 도쿄역에서 JR 츄오선(중앙선)을 타면 50분 정도 걸린다.

JR 츄오센(중앙선) 타는 곳


2. 쿠니타치(国立) 역

중앙 개찰구를 통해 나가면 남쪽 출구북쪽 출구로 나뉜다. 벚꽃을 구경하려면 '남쪽' 출구로 나가면 된다.

쿠니타치역 중앙개찰구
벚꽃을 구경하려면 남쪽 출구로 나가면 된다.


참고로 '쿠니타치(国立)'라는 이름은 '코쿠분지(分寺)'와 '타치카와(川)' 사이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각 동네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쿠니타치역 남쪽 출구로 나오면 벚꽃 명소로 유명한 대학로가 중앙으로 쭉 뻗어 있다.



[참고] 쿠니타치(国立) 관광 가이드맵 

출처: 쿠니타치 시 관광 가이드맵


3. 대학로 

쿠니타치역 남쪽 출구로 나와 모교 캠퍼스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대학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본격적인 벚꽃 구경 시작!

대학로 초입 길
대학로 자전거 도로
신호등 앞
일본이 자전거의 나라임을 실감하게 하는 사진
녹음이 우거진 대학로
흐드러지게 핀 핑크 핑크 벚꽃 1
흐드러지게 핀 핑크 핑크 벚꽃 2
벚꽃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모교 건물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빨간 자동차


4. 모교 캠퍼스

드디어 대학 캠퍼스 정문 앞에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횡단보도 신호가 얼른 초록색으로 바뀌길 기다린다.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을 보니 내 대학시절이 떠오르며 뭉클한다.


서쪽 캠퍼스 정문 앞.

문은 열려 있으나,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학생증'을 소지한 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ㅠ

오랜만에 캠퍼스 구경도 하고 대학 도서관도 가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쉽다..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것 같다.

대학교 서쪽 캠퍼스 정문 앞


정문 저 너머로 대학시절 내 최애 장소였던 대학 도서관이 보인다. (아련..)

참고로 우리 대학 도서관 건물은 이렇게 생겼다.

내 최애 장소였던 모교 대학 도서관


동쪽 캠퍼스 .

4년 동안 몸담았던 검도장이 위치한 동쪽 캠퍼스. 마찬가지로 얄짤 없이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놨다..(주르륵..)

검도장만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한번 와야겠다.

동쪽 캠퍼스

동쪽 캠퍼스 뒷문.

대학 시절, 도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 뒷문을 밥 먹듯 드나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아쉽게도 뒷문 역시 굳게 닫혀 있다..

대학생 때였으면 닫혀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담을 넘었겠지만(?), 나이 서른 넘어서 담을 넘기엔 좀.. 사회적 시선이 두려우므로 그만두기로 한다.

동쪽 캠퍼스 뒷문



5. 오늘의 하이라이트! 벚꽃 사진 촬영 핫스팟로 유명한 육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캠퍼스를 지나 대학로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니 벚꽃 사진 촬영 핫스팟이자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육교가 나온다.

영화 <4월 이야기>에서 여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다리
육교 너머로 보이는 벚꽃길
육교 올라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
육교 올라가서 찍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샷♥
쿠니타치 벚꽃 풍경이 한 눈에 보인다.

참고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벚꽃 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해서 장관을 이룬다.

12월의 쿠니타치 풍경


[번외 편] 쿠니타치 가게 탐방♥

쿠니타치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 많아서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벚꽃만 구경하고 돌아가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지브리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 나올 것 같은 골동품 파는 가게
앤티크한 장난감과 골동품을 파는 가게
<센과 치히로>에 나올 것 같은 멋진 목조 건물의 정체는 바로 소바 가게..!!
아는 사람만 안다는 쿠나타치의 숨은 골목길, 골목 구석구석에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숨어있다.
대학로 골목에 위치한 상점가 1
대학로 골목에 위치한 상점가 2
유서깊은 쿠니타치의 케익 가게, 백십자(白十字)
원래는 대학로 큰 길가에 있었는데 골목으로 이전한 듯 하다.
학창 시절 종종 들렸던 중고서점 <북오프(BOOK OFF)>
대학로에 위치한 고급 슈퍼마켓, 키노쿠니야
시험 기간 공부하러 자주 갔던 모스버거 카페
쿠니타치 명물, 베이글 가게 <카키야(柿屋)>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픈 시간(오전 11시)에 맞춰서 가지 않으면 허탕을 치고 돌아올 수 있다.
학창 시절 내 최애 맛집 양식집 <모노즈키(物好奇)>


아직 소개하지 못한 쿠니타치의 맛집과 예쁜 가게들이 넘쳐나지만,

오늘은 일단 아쉬운 대로 여기까지..!


마치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 쿠니타치, 도쿄에 여행 온다면 한 번쯤은 꼭 가볼만한 곳이다.


마지막으로 쿠니타치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화 2편과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몇 곡을 추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 쿠니타치를 배경으로 만든 추천 영화❤️


· <4월 이야기(四月物語)>

고교시절 좋아하던 학교 선배를 따라 상경한 스무 살 대학생 우즈키의 도쿄 정착기와 짝사랑 이야기를 담은 1시간 남짓의 짧은 영화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배경이 정말 아름답다.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풋풋한 영화다.


· <늑대아이(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씩씩하게 늑대아이 2명을 키우는 엄마의 희생과 사랑을 담은 영화다.



※ 일본의 4월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 야마자키 마사요시(영화 초속 5센티미터 OST)

https://youtu.be/wl3AWCpz1MA


· 내일 맑을까(明日晴れるかな)- 쿠와다 케이스케(일드 프러포즈 대작전 OST)

https://youtu.be/vjj16qog4vQ


※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jamiee0214/3


쿠니타치에 놀러 오세요!♥
쿠니타치의 마스코트 쿠니냥(くに ニャン)♥ (출처: 쿠니타치 시)
"쿠니타치의 벚꽃을 앞으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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