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회사와 내 회사의 위치를 고려해서 집을 알아보려 다녔다.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 엄마 생각에 불편했다. 엄마와 떨어져서 살 수 있을까. 엄마가 가까이 있지 않으면 엄마 걱정에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내가 엄마와 분리불안일지도 모르겠다.
난 서울에서 33년을 살았다. 아빠는 서울 사람이었고 엄마는 지방이었지만,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나서도 나를 서울에서 키우려고 노력하셨다. 어쨌든 난 서울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집을 구하려고 하니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는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 불가능했다. 남편의 회사 근처라던가 내 회사 근처라던가. 그래서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엄마랑 너무 멀어지는데....."
고민이 많은 나를 보며 남편은 먼저 말했다.
"어머님이랑 같이 살자."
그때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엄마는 싫다고 하셨다. 하지만 같이 집을 보러 다니고 셋의 의견을 조율해서 집을 정했을 때, 엄마는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엄마도 혼자 지내는 게 외롭고 무서웠다고 하셨다. 그렇게 엄마와의 살림을 합쳤다. 그리고 2년 뒤 아이가 태어났고, 엄마는 일을 그만두시고 아이 육아에 올인하셨다. 그 덕분에 나와 남편은 걱정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4년. 엄마와 같이 산지 6년이 넘었다. 나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엄마는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독립 해야지."
사실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가 독립을 생각하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독립? 왜?"
"ㅇㅇ(남편)은 무슨 죄니? 아이도 곧 할머니가 필요 없을 거고. 원룸에 살더라도 독립해야지."
난 사실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산다고 생각했었다. 엄마는 이 집에서 본인의 할 일이 없어지면 독립하고 싶다고 하셨다. 아이는 클수록 할머니의 돌봄이 필요없어질 테고, 그 상실감을 벌써부터 걱정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는 둘째를 나을 생각이 없으니 아마 길어야 6~7년. 엄마는 독립하고 싶어 하셨다.
엄마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손녀를 키운다고 엄마는 일도 그만둔 상황,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다시 일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가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할 나이가 되면 주양육자인 엄마의 상실감은 나보다 클 수도 있겠구나.
당장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준비는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게 엄마의 독립이든, 우리가 같이 사는 것이든.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엄마의 마음을 내가 잘 몰랐다는 것에도 실망스러웠고, 엄마가 독립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살아간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엄마의 마음을 알았으니 나도 어떤 식으로든 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엄마의 말은 조금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