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막차를 타고 집 근처 전철역을 막 나오던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스팸 전화도 오지 않는 야심한 밤에 누구의 전화일까, 이런 현실적인 생각보다 본능적으로 손이 먼저 떨려왔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쉽사리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진동도 무서워 핸드폰을 뒤집었다. 부재중으로 전화가 끊어진 후 메시지가 날아왔다.
'OO 경찰서 OOO 경찰관입니다. 어머님이...'
역시나였다.
쿵쾅쿵쾅.
심장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뛰는 속도를 가눌 수 없어 결국 주저앉았다.
'아....'
피하고 싶은 순간이 기필코 오고야 말았다.
엄마는 병원에 가야 한다.
나는 엄마를 입원시켜야 한다.
비 오는 새벽, 10분이면 갈 수 있는 집에 가지 못하고 덜덜 떨면서 또 한 번 깨달았다.
우리는 평범하지 않다. 결코 그럴 수 없다. 평온은 깨졌다. 이제는 혼란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처음 엄마의 입원 순간을 본 건, 스물이 갓 넘었을 때였다.
삼촌은 엄마를 달랬고, 엄마는 삼촌을 피해 도망가면서 성질을 냈다. 그러다 앰뷸런스 차를 보고는 얌전해졌다.
그건 무슨 희극 같았다. 흑백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달까.
'이게 무슨 일이지?'
이해하기도 전에 상황이 앞서갔다.
내가 참여하지 않아도, 그저 보고만 있어도 삶은 흘러간다.
"여기 사인하시면 돼요."
정신 차리고 보니 병원이었고
난 엄마의 강제 입원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삼촌은 미리 싸 온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건네고 계셨다. 그 일련의 행동들은 마치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는 것처럼 매끄러웠다.
엄마는 그렇게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용 베드에 몸이 묶인 채 실려가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엄마는 간헐적으로 발버둥 쳤고, 고함을 질렀고, 비난과 원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