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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진 Oct 03. 2023

아프지 않은 게 저주일까, 다행일까.

혼자라는 외로움


"니가 정신 딱 차려야 해.

집안에 한 명만 정신 차리면 된다."



병원에 갇힌 엄마를 보고 온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삼촌은 말씀하셨다.



'아니, 그걸 왜 제가 해야 하나요.'



마음속에서 왈칵 치솟아 오르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음속엔 

내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허망함만 가득했다.


엄마에 이어 언니를 입원시킨 후라 더 그랬다.


졸지에 혼자가 된 난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어쩌면,

삼촌 눈에는 그게 보였을지도...



"저도 힘들어요."



고르고 골라 내뱉은 말은 겨우 그것이었다.



그 문장 하나만 내뱉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억눌러야 했는지 모른다.

목 안으로 욱여넣은 문장들이 튀어나오려 발악질해서

토할 것 같았다.


난 겨우 참고 있었다.




스물셋,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고 살던 한 존재가

갑자기 날 것 그대로의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것은 공포였다.




"그치. 너도 힘들지.

나는...."



'아....'



삼촌은 할아버지와 고모, 엄마까지 책임지며 살았다. 

3명의 조울증 환자를 돌봤던 삶.

그 대단한 히스토리 앞에서 막막함은 더 커졌다.



'저는 그럴 자신이 없는데요.'



그렇게 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자신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누굴 보호해.

'보호자'라는 단어가 참 무겁고 웃겼다.


너, 나를 만나 이렇게 우스워져도 되는 단어니.








'왜 나는 엄마나 언니처럼 미치지 못할까.'



틈만 나면 그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비겁해서 그래.

용기가 없어서 그래.

마지막 그은 선 하나를 못 넘어가서 그래.

차라리 넘으면 너는 편할 텐데...


끝없는 자책이 이어졌다.



그 순간의 난, 차라리 미치고 싶었다.

정신 병원에 들어간 게 나이고 싶었다.

타인의 인생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현실은 그게 아니라서, 

그 '상상'속으로 자주 도망갔다.



딱히 한 것도 없으면서 그랬다.



보호자가 처음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사는 게 힘들어서

갖가지 이유로 난

불성실하고 부족한 보호자였다.


면회를 자주 가지도 못했고

간식비를 넉넉하게 넣어주지도 못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난 그들을 연민하지 않았다.

그들이 부러웠다.



셋 중 하나만 정상이라면

그 세상에서 

정상이 아닌 것은 누구일까.



나는 외로웠다.

혼자라서

정상이라서

정상이 아니라서


문득문득 미치도록 외로웠다.




그때의 우린

모두가 혼자였다.



홀로 힘겹게

그 순간을 버텨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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