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뇌, AOC에서 일한다는 것

― Airport Operation Center, 통합운영의 중심에서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수많은 부서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다.

 누군가는 비행기를 띄우고, 누군가는 수하물을 나르며, 누군가는 여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율하는 곳,
 그 중심에 있는 공간이 있다. AOC, 공항운영센터다.

AOC는 공항의 지휘통제소다

공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AOC(Airport Operation Center), AOCC(Airport Operations Control Center), IOC(Integrated Operations Center) 등으로 불리지만,
 본질은 같다. 공항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상황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다.

공항은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터미널, 계류장, 활주로, 주차장, 항공화물터미널, 공항철도, 호텔, 면세점까지
 모두 독립된 공간이며 각각의 기능을 가진 작은 도시다.
 그만큼 다양한 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각 부서가 제각기 대응한다면 공항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AOC다.
 모든 정보를 모으고, 모든 대응을 연결하고,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저시정 경보가 떨어지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AOC의 역할은 평온한 날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AOC에서는 ‘저시정 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면 공항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계류장 내 차량은 규정 속도로 이동해야 하고,
 항공사에는 출도착 변경 정보가 전달된다.
 보안검색, 체크인, 탑승수속 순서도 조정된다.

 수하물 시스템은 우회로를 가동하고,
 관제와 지상조업팀은 협업 절차를 따라 움직인다.

AOC는 그 모든 과정의 흐름을 조율한다.

통제는 기술보다 사람이다

AOC에 들어가면 수십 개의 대형 모니터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비행기 위치, 터미널 상황, 기상 정보, 시설 운영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다.

 AOC는 모든 부서와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순간순간의 판단과 조정은 사람의 몫이다.

상황에 따라선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조율해야 한다.

 항공사, 관제, 보안, 시설, 지상조업, 철도, 정부까지.
 단순한 기술적 스킬보다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종합적인 판단력이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자리다.

누구나 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자격은 없다

AOC에서 일하려면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 없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보통은 공항 실무 경험이 풍부한 과장~차장급 직원들이 배치된다.

 터미널 운영, 계류장 관리, 운항지원 등 다양한 부서 경험을 거친 사람들이
 공항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온다.

경험, 리더십, 신뢰, 그리고 위기 대응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교대근무의 리듬, 위기의 순간들

AOC는 24시간 운영된다.
 주간, 야간, 비번.
 교대근무는 이 직업의 현실이자 일상이다.

평온한 시간도 있지만, 한순간에 긴장이 흐르기도 한다.

 열차 사고, 항공기 회항, 테러 경보, 기상 악화…
 모든 첫 대응은 AOC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도 AOC다.

조율자의 자리에서

이 직업은 화려하지 않다.
 승객을 직접 만나는 것도,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항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게 하는 자리,
 그 자리에 있는 것이 AOC 운영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흐름을 이어주는 사람.
 나는 그 자리를 ‘공항의 뇌’라고 부른다.

다음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공항 램프운영관리자(Ramp Control)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항 바깥, 활주로 끝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