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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Oct 24. 2021

4. 혼난다고 사과부터 하니?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업무 실수를 하고 상대에게 사과를 하면 이득이 있을까?


나의 어리석고 멍청했던 시절, 회사 일에 대해서 실수를 하면 상대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었다. 그래서 실수를 하면 위 속에 수 많은 나비들이 날개 짓 하는 것처럼 불안해지고 상대가 나를 혼낼까봐 두려워서 어서 빨리 상대에게 사과를 해서 상대의 화를 가라앉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야 너 이거, 내가 언제 시킨 건데 아직도 않했어?”

“네 죄송합니다. 다시 고치겠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됬습니다.”

“이메일 쓸 때 맞춤법 좀 틀리지 말라고 했잖아.”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 않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왜 나한테 안물어 보고 그런 공문을 보냈어?”

 “제가 깜빡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됬습니다.”


부하의 입장에서 상사에게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상사가 나를 측은히 여겨주고 용서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상사가 된 이후로 부하가 업무 실수를 했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사죄하듯 인정하면 상대를 용서하고 특별히 더 잘 대해 줘야겠다는 생각은 커녕 “잘못을 쉽게 인정하는 사람” “더 추궁을 해도 괜찮은 사람” “만만해 보이는 사람” 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 같은 머저리들은 상사나 상대에게 업무 실수를 하고 나서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잘못을 했을 때 상대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주변 동료들 중에는 상사가 실수를 지적하면“다시할께요”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 그것으로 끝이거나 혹은 오히려 “뭐가 문제가 있나요?”라는 식으로 전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변명을 해서 상사와 말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을 바라보면서 “미안해요” 한 마디 하면 해결될 것을 왜 그 쉬운 말을 하지 않나? 하며 의아해 하기도 했었지만 회사라는 곳이나 이해 관계로 모인 사람들끼리는 “미안해요”라는 말은 절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의 약점을 잡고 상대보다 “갑”의 위치에 서기 위해서 상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죄송합니다” 말을 들으면 그 상대가 반성을 한다기 보다 아무 대책없이 상황을 회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한 마디 하면 상대에게 굳이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한 번 크게 혼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해도 수습할 변명을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이 한 실수에 대해서 고심하며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며 실수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상대에게 뜻 밖의 신뢰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뻔뻔한 사람들은 업무상 실수를 해도 상사나 상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혹은 상대와 들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덤덤하다. 반대로 나 같은 머저리들은 실수를 하면 대역죄라도 지은 것처럼 큰 벌을 받을까 두려워 져서 어서 빨리 “잘못했습니다”를 내 뱉고 상대가 나를 용서해주고 나와의 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상대의 용서와 동정은 커녕 무시만 당한다. 


이후 나는 무시 받는 머저리의 이미지를 탈출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처럼 뻔뻔해 지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하고 상사나 상대가 실수를 지적하면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생략하고 지적 받은 상황에 대해서 무덤덤하게 동의만 하기 시작했다. 내가 업무상 실수를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대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고 내가 해결하면 된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제가 쓴 이메일 내용에 정정할 부분이 있다구요? 고쳐서 다시 보낼께요.”

“제 보고서에 중요한 내용을 누락했다구요, 몰랐네요. 다시 확인해 볼께요”

“제가 고객에게 잘못된 견적서를 발송했다구요? 확인 후 다시 발송할께요."


시간이 지나고 점점 대담해지면서 차차 변명도 가미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용기가 생기면 그동안 잠자고 있던 뇌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나도 모르게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상대의 잔소리를 차단해 버리기 시작했다. 


“이메일 내용에 틀린 것이 있었나요? 지난 번 회의 적은 내용에 의거해서 

이렇게 적은 건데, 틀렸다고 하시니 저는 이해가 안되네요. ”


“보고서에 중요한 내용을 누락했다구요? 아무래도 그 내용을 넣게 되면 상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어서 일부러 빼버린 건데, 반드시 넣어야 하는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혹시 상대로부터 혼란을 초래하면 누가 책임을 지죠?”


“고객에게 잘못된 견적서를 보낸거군요, 저도 이미 알아 차리고 견적서를 발송하고 나서 곧 바로 고객과 연락을 했어요. 고객도 협력사들한테 항상 빨리 빨리 재촉을 하다 보니까, 대부분 협력사들이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저희만큼 신속하게 피드백하는 회사는 처음 봤다고 하면서 마음에 든다며 좋아하더라구요”


실수를 했을 때 변명을 한다는 것은 어설퍼서 상대가 알아차릴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설픈 변명 밖에 구상할 수 밖에 없을 때는 변명은 하지 않고 상황을 무덤덤하게 동의하는 것이 낫지만 조리 있는 변명은 상대에게 나의 틈을 감추면서도 나의 능력을 더 돋보이게 하는 전략이 된다. 


사과하지 않고, 변명하는 것에 대해서 상사가 버락 화를 내거나 야단을 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상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당신이 더 무덤덤하게 반응 할수록 상사의 치부만 더 드러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도 실수를 할 수 있고 간부들도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 실수를 한 것이지 일부러 실수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실수를 한 것에 대해서 자축하지는 말지 언정 주눅 들어서 스스로 시인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미션]

-실수를 하면 나에게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만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연습을 한다. 


-상대가 실수를 지적하면 실수에 대한 논리적인 변명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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