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Aug 17. 2019

예상외로 남편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었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정적인 남편, 자상한 아빠가 다. 그러나 남편은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아버지와 같이 사시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를 원망해왔고 아버지를 용서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곧 70 대 중후반이 되가는 남편의 아버지(나에게는 시아버지)는 1940년대 생으로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의 모델이. 1970년대 생인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권위적인 모습을 경험해왔다 한다.


 시아버지 일을 마치고 집에 오시면 씻고 식사하시고 신문을 보시고 그리고 주무셨다.  외의 가사나 아이들 보기는 시아버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고 당연히 시어머니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역할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남편이 자라던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다 그랬다.)


 시어머니께서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하거나 아이들이 예의범절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 시아버지는 시어머니를 엄하게 책망하시고 아이들에게는 매까지 대시는 무척이나 엄하신 남편과 아버지였다고 한다.

(아마 남편 또래의 아이들은 이 당시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남편은 시아버지가 시어머니를 도와주지 않고 어머니가 홀로 힘들게 집안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를 원망하고 나중에 결혼을 하면 아내를 도와주고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가정적인 남편 자상항 아빠가 되기를 꿈꿔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와 자란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게 돼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자신들이 보아 왔던 부모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답습한다고 한다. 나는 남편과 결혼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남편이 너무 가정적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이 처럼 사랑한다는 표현도 자주 해서 남편의 시아버지도 남편처럼 자상한 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남편과 180도 확연히 다른 분이셨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집에서는 어머니를 도우시지 않는다.(대신 시아버지도 변하긴 변하셔서 남편에게는 자기처럼 살지 말고 아내 말을 잘 듣고 항상 남편이 아내에게 양보하고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무조건 돕고 사랑하라고 하신다.)


 남편이 아버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치 성향은 시아버지를 그대로 닮아서 지극히 보수적이라 나와 종종 정치 배틀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편은 가정을 돌보는 데 있어서만은 아주 모범적이며 아내인 나를 지극히 존중하고 사랑해주고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자상하다.(나와 싸우면 항상 싸움의 끝은 남편의 무릎 끓기다.)


 남편은 자라면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내를 힘들게 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항상 이런 마인드셋을 스스로에게 함으로써 시아버지와 반대의 삶을 살고 다고 했다.


 나는 지금 시대에도 주변에서 가사, 육아 일을 소홀 하고 아내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남편들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보아온 그들의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아버지를 반면교사 삼아 시아버지와 정 반대의 삶을 살기로  남편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부모의 행동과 성격에 영향을 받지만 자신의 노력하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전히 현대에도 가사나 육아를 나 몰라라 하는 남편들의 모습이 나의 남편이 오랜 시간 시아버지에게 가져왔던 원망의 감정처럼 이를 보고 자라는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전 04화 아내가 아침식사를 차려주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