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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Oct 13. 2019

둘 다 칼퇴가 아니라면 맞벌이가 불가능했을걸요.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둘 다 회사가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나기 때문에 퇴근 후 서로 도우면서 가사와 아이들 양육을 하고 있다. 아이는 초등학생 1 명과 유치원생 1명인데 10년간 부모님 도움 없이 맞벌이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와 항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아내나 나나 매일 거의 칼퇴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 지인 중 우리 부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 둘을 기르는 맞벌이 부부가 있는데 아내와 남편의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한쪽이 퇴근 후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하는 부부가 있다. 아내와 남편이 동시에 퇴근하는 경우보다는 아내가 늦으면 남편이 어쩔 수 없이 일찍 퇴근하고 남편이 늦으면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일찍 퇴근하는 구조로 인해 평상시에 한쪽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한다.


 나도 종종 아내가 회식을 하면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귀가 후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하는데 10분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언제 오냐고 아내를 졸라대며 아내가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다. 그만큼 퇴근 후 나 혼자 가사와 육아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 중 상대의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매일 늦는 맞벌이 부부들은 상대 방의 늦은 퇴근 시간으로 인해 어느 한쪽이 일찍 집에 돌아와서 3~4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육아와 맞벌이를 홀로 하게 된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사람이 1시간 이상을 아이들과 지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내가 회식을 해서 늦게 오면 나는 퇴근하자마자 저녁 7시쯤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맞벌이 부모의 상황에 맞춰 방과 후 2개 정도의 학원을 마치고 저녁 7시경에 집에 들어온다. 이후부터 아이 둘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 밥을 차려줘야 되고 씻겨야 되고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 그리고 집안일도 해야 한다.


 아이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서 어린이용 메뉴로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 그릇을 준비해 먹을 만큼 음식을 준비해준다. 식사도 금방 끝나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식사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해대면서 아이들이 밥을 다 먹도록 아이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반찬 투정을 하면 여기서 또한 감정이 폭발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반찬과 밥을 흘리며 드디어 식사를 끝낸다.


  식사를 한 다음에 설거지와 식사한 후 남은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잔반은 빨리 밖에 나가서 잔반 쓰리게 통에 버린다. 아이들은 식사 후에 놀아달라고 졸라대고 형제가 있다면 서로 놀다 싸우면서 한 명이 울어댄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졸라대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아이들과 미술놀이 요리 놀이 등을 해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차라리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다 놀고 난 후 땀을 흘린 몸을 씻어줘야 하므로 목욕을 시켜야 한다. 목욕을 하라고 해도 말을 쉽사리 듣지 않는다. 10분 정도 아이들과 입씨름을 하면서 드디어 목욕을 시키고 아이들이 입을 옷을 준비해서 아이들 몸의  물기를 닦아 준 다음 옷을 입힌다. 목욕을 하면서 양치를 하면 좋으련만 양치는 나중에 따로 한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을 윽박지르면서 양치를 하라고 하고 칫솔에 치약을 발라주고 양치를 할 물도 컵에 떠다 준다. 아이들 양치가 끝나면 양치질한 칫솔을 불순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세척해 주고 목욕을 한 후 아이들의 젖은 머리로 인해 베개가 축축해져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머리도 드라이도 잘 말려줘야 한다.

 

 이제 밤 10시경이 된다. 잘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더 놀겠다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울상을 짓지만 아빠는 아이들에게 인상을 쓰며 다그친다.

"일찍 자.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이야기 해준다. " 이미 다 커버린 첫 째는 이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둘 째는 그나마 이 말이 먹힌다. 그래도 첫째가 자지 않으니 둘 째도 덩달아 자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지 않고 최대한 버티려고 한다. 엄마가 오면 엄마 보고 잘 거라며 핑계를 대기도 한다.


드디어 아빠는 감정을 꺼낸다. 무서운 표정을 짓더니 화를 한 번 낸다.


"일찍 자라면 일찍 자!!"


 무서운 표정이 들어간 아빠의 행동에 아이들은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오늘의 일과는 마무리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생활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힘들기는 하지만 즐거운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고는 있다. 그러나 한 명이서 육아를 하고 가사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영혼 이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맞벌이나 외벌이나 한 명이 홀로 아이를 보고 가사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고 만병의 근원이 된다. 일을 하지 않으니까 집안 일과 육아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고 하면 정말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아이들과 얼마나 시간을 보내길래 그렇게 힘들어하냐고 다그칠 수 있지만 혼자서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은 관대하게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매일 혼자서 독박 육아와 가사를 하게 된다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쌓이게 되고 언젠가는 맞벌이를 포기할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맞벌이라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규칙적인 퇴근 시간이 보장받지 못하는 부부라면 나의 경험상 분명히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고 한쪽이 지쳐 쓰러질 거라는 예상이 된다. 결국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한쪽이 일을 포기해야 하는 공식이 적용되게 된다.  


  맞벌이 상황에서 둘 이상의 아이들을 기르게 된다면 어느 한쪽이 회사를 포기하거나 혹은 회사에 용기를 내어 철면피를 깔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맞벌이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기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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