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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Sep 29. 2019

원룸 신혼 생활,원치 않았지만 불행하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단칸방 신혼 생활이 불행할 수도 있으며 행복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단칸방 신혼 생활이 불행하지 않았으며 결혼을 포기할 정도의 고민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에 내 주위에서 나보다 20년 이상 결혼 선배들이 무용담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 때는 가진 게 없어서 단칸방이나 지하 월세 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을 했지. 그러고 보면 요즘 애들은 고생 없이 결혼을 하려는 거  같아."


 현실을 잘 몰랐던 나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단칸방이나 지하 월세 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무척 비극적인 일이며 의 인생에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들의 이런 말은 자신들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혼을 시작했다는 자랑과 가난을 겪기 싫어서 결혼하기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들렸다.


  대가 변하고 생활수준도 과거에 비해 향상되었기 때문에 나는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적어도 침실과 옷방이 분리된 2개 이상의 방과 아침이면 햇 볕이 잘 들고 편한 소파가 있고 벽걸이 텔레비전이 멋있게 걸려 있는 거실, 신선한 과일과 종류별 음료수가 가득 찬 양문형 냉장고가 있는 주방, 세련된 샤워 시설과 욕조가 있는 화장실, 나는 이런 곳에서 신혼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신혼 생활은 선배들이 겪었던 가난했던 신혼 생활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도 선배들의 처음 신혼 생활처럼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단칸방이라도 구할 여윳돈이 있었던 현실에 감지덕지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도움도 없었거니와 취업을 하고 나서 6년간 돈을 저축했지만 빌라 전셋값 조차 부담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든 돈은 고작 1억이 전부였다.

(결혼 시기인 2010 년경 서울의 신축 빌라 18평 기준 전세가는 약 1억 6~8천 정도였다.)


 나보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한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집을 구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기대했었지만 아내의 저축 금액은 "0"였다. 더구나 아내는 결혼을 하면서 가전제품 같은 혼수는커녕 수저 세트와 식기 세트만 가지고 내가 살고 있던 원룸에 들어왔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따지기 싫어하는 나에게는 아내가 무일푼으로 결혼한 것에 대해서 그것이 불만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

(가끔은 그때를 회상하면서 아내를 비아냥 거리는 농담을 하지만 아내는 나보다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할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나를 구제하기 위해서 가난한 나에게 시집을 왔다고 뻔뻔하게 나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결혼 전에는 신혼살림을 단칸방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꽤나 꺼림칙하고 비극적인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다 큰 2 명의 성인이 단칸방에서 산다는 것은 생활하기에 비좁고 숨 막힐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다 보니 단칸방 생활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불행하고 비극적이지 않았다.  


 8~10평의 원룸이지만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주말 아침이면 햇볕이 드는 식탁에서 갓 구운 빵과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저녁이 되면 둘이서 오붓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야식을 즐길 수 있었고 지인들을 주말에 초대해 즐거운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원룸 옹호자는 아니지만 어른 둘이서 원룸 생활은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편함도 있었다. 집이 좁다 보니 청소도 편하고 관리비도 적게 들었다.


 물론 지금은 돈을 모아 저축을 하고 전세 대출을 받아서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단칸방에서 생활을 했던 시절이 추억이 되어 당시가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당시에 나는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내 자체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 그랬을 수 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둘이 있다는 그것만으로 행복했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공간의 크기가 행복을 측정할 잣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이상 자신이 원하지 않는 어떤 상황을 겪으면 비극적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오히려 그 비극을 실제로 겪으면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겪어보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서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으로만 판단하여 편견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중저가의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고급 펜트 하우스에서 신혼 생활을 한다. 저마다 가진 부의 수준이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 정도에 따라 신혼 생활의 환경은 현격히 달라진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생활이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결혼 생활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신혼 생활을 단칸방에서 하든 중저가의 아파트에서 하든 펜트 하우스에서 하든 행복할 수 있다. 막상 해보지도 않고 단칸방, 지하 월세 방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뇌에 각인된 편견일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성격과 경향에 따라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를 수 있지만 내 경험상 단칸방 신혼 생활이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와 반대로 단칸방 생활이 불편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자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경험을 결코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만약 결혼을 해서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한다면 불행할 것이라고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사는 33평의 아파트는 참 불행한 환경일 수 있다. 40평 이상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말이다. 그리고 50평 이상의 프리미엄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비교하자면 40평 대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또한 불행한 환경일 수 있다. 타인과 비교하자면 불행의 정도는 한도 끝도 없이 커진다.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에 살든지 비교를 하는 성향이고 그 비교로 인해 행복을 측정하는 사람이라면 영원히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좁은 33평의 공간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이 방 저 방, 옷장, 소파 밑, 베란다를 휘저으면서 집안을 쑥대 밭으로 만들고 있다. 원룸에 살았다면 아이들이 술래잡기는 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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